지도부 vs 혁신위...주도권 다툼

한나라당이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과거사법 등 3개 쟁점법안을 둘러싼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활동이 새로운 당내 갈등으로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25일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혁신위는 당내 개별적 모임과 달리 독특한 임무가 있으니 혁신위 활동은 의총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숙지하고 활동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홍준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혁신위가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쟁점법안의 4월 국회 처리’와 ‘도덕적 자기혁신’ 등 3개안을 확정하고 이를 언론에 발표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혁신위가 북한 방송 전면 개방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 제안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등 3대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것을 당에 권고하기로 한 것 때문이다. 지도부는 혁신위의 논의 내용 자체보다 활동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혁신위가 원내전략상의 문제를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고,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혁신위가 원내전략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개성이 강한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오버'하고 있다"며 불만스러워 했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박근혜 대표가 이미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한다고 한 만큼 혁신위에서 다루지 못할 사안은 없다. 이를 문제삼을 바에는 차라리 혁신위를 해체하는 게 낫다"고 반발했다. 이런 공방은 표면적으로는 ‘혁신위의 권한’을 둘러싼 견해차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당내 개혁그룹 대 강경·보수세력, ‘친박근혜’ 대 ‘반박근혜’ 세력간 주도권 다툼의 성격이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실제로 혁신위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에는 당내 소장파 의원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이 “국가보안법·과거사법 등의 4월 처리”를 공식 요구했다. 혁신위와 소장파들이 이들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박 대표 등 지도부를 협공하는 양상인 셈이다.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에 반대하는 ‘수도분할 반대투쟁위’도 이들의 잠재적 지원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혁신위 활동이 당내 역학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예민한 대목이다. 지금 혁신위에선 반박근혜 성향이 강한 소장 개혁파의 목소리가 우세한 형국이다. 때문에 반박근혜 진영이 혁신위를 거점으로 삼아 '박근혜 흔들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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