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계 불투명 속 현대건설 인수 ‘가시밭길’ 채권단,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압박 ‘구조조정 임박?’

지난 달 29일, 북한은 중국인에 이어 서방 관광객에게도 금강산 관광을 개방했다. 금강산 관광은 북한과 현대그룹 간에 체결한 ‘금강산 관광지구 토지’에 대한 독점계약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4월 북한이 금강산 관광 지구 내 시설에 대해 동결조치를 집행하면서 현재까지 남한 관광객의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영국계 회사인 북한 관광업체 고려관광(Koryo Group)이 최근 금강산 관광이 포함된 관광 상품을 판매 중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금강산 관광 지구에 대한 중국인 관광을 자제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금강산 관광 상품을 계속 내놓고 있는 상황. 특히 오는 8월에는 현대아산 투자로 개발된 금강산 외금강 지역 관광이 포함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 독점사업권마저 상실될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 2005년부터 3년 간 최대 196억 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2008년 남측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 이후 관광 중단 조치가 내려 진 이후 약 2000억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명박 정권이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펼치면서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된 데다 최근 천안함 침몰 사건까지 겹치면서 남북한 간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어 금강산 관광 재계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남측의 관광이 어려워질 경우, 4월부터 새로운 사업자에 의해 금강산과 개성지구에 대한 관광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혀, 개성 및 금강산관광에 대한 현대그룹의 독점 사업권이 사실상 폐지될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토지, 사업권 및 시설투자비 등 금강산 내 현대아산의 자산은 약 2279억 원. 얼어붙어 있는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 경우 자칫 금강산 투자비용이 몰수되는 것은 물론 사업권마저 후발사업자에게 빼앗길 위기에 봉착해있다.

이처럼 현대아산의 발목이 꽁꽁 묶여있는 동안, 중국여행사총사, 베이징중국국제여행사 등 7곳의 중국 여행사에서는 중국인 등 단체 관광객을 모집해 북한 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측에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이 있는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의 지역을 관광 대상 지역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외금강 지역 관광이 포함된 관광 상품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관광객들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외금강 지역은 현대아산의 투자로 개발된 곳이며, 금강산 관광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사업권은 현대 측에서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진행한 외금강 여행 상품 판매는 현대의 금강산 사업권에 대한 침해로 볼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외금강 관광 상품에 대한 홍보 정도가 처음보다 소극적으로 변했고, 앞으로 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진행시킬지의 여부에 대해서 확실치 않은 상태다. 그러나 현 정권하에서 남북 긴장이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현대그룹 주관의 금강산 관광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대북사업의 양상은 현대그룹의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악화시킨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의 금강산 내 자산 동결 조치가 발표됐고, 2008년 이후 금강산, 개성관광이 막히면서 현대그룹 측이 떠안아야 할 손실 규모는 최대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현대상선의 대규모 적자까지 겹치면서 현대그룹의 재무구조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같은 악 조건 하에서도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에 그룹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현 회장은 “현대 건설 인수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며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금강산 관광산업 재계가 불투명한데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서는 3~4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한편,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지난 4월 현대그룹을 재무구조 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하고, 약정 체결시한을 두 차례 연장하며 현대그룹 측에 MOU 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이 거듭 거부하자, 지난 달 30일 전체 채권단 회의를 열어 MOU 체결 시한을 일주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MOU 체결 거부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채권단 회의 이후 상황에 대해 현대 측에서 크게 달라진 사항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 측은 “이번 재연장 시한까지 체결을 거부한다면, 여신 취급 중단 등 강경한 제재 조치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밝혀, 현대그룹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세지고 있다.

과연, 현 회장은 채권단의 재무구조 약정 체결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까, 또한 범현대가와의 현대건설 인수 전쟁에서 경영권을 사수할 수 있을까. 여장부 현 회장의 명운이 걸린 시간이 이제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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