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1ㆍ2심 판단 뒤집고 파기환송

사업자등록을 해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추었고 운송회사와 도급계약까지 맺었더라도, 회사가 지정한 업무만 수행하고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J씨는 2004년 7월 S사와 화물운송용역(도급)계약을 맺고 회사가 지급한 차량을 건네받아 레미콘 원재료 운송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05년 5월 운전 부주의에 의한 전복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J씨의 아내 K(32,여)씨가 업무상재해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요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망인은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K씨는 “남편과 S사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개인사업자 형태로 차량을 운행했으나, 그 실질은 회사의 지휘ㆍ감독 아래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이므로 근로자임이 명백한데도, 단지 도급계약 등의 형식적인 면만을 보고 근로자가 아닌 사업자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신동승 부장판사)는 2006년 9월,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5특별부(재판장 조용호 부장판사)는 2007년 4월 K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등 청구서반려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자신 명의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사업소득세 등을 납부한 점,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업무 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으나,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기 책임 하에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운송회사와 화물운송용역(도급)계약을 맺고 일하다 전복사고로 사망한 J씨의 아내 K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등 청구서반려처분취소 소송 상고심(2007두9471)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지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회사가 망인의 업무 내용을 지정하고 운행일보를 제출받는 등의 방식으로 지휘ㆍ감독한 점, 운송 업무에 사용되는 화물차량이 회사의 소유이고 운행비용을 회사가 부담한 점, 망인이 다른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할 수 없었던 점, 매월 보수를 지급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비록 망인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도급계약을 맺었고, 사업자등록을 해 자신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췄으며, 국민연금 및 의료보험도 회사와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가입한 사정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인 회사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들로 회사가 최소한의 책임만을 부담하면서 근로자를 사용하기 위해 ‘위장도급’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해 망인의 근로자성을 뒤집는 사정이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망인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근로자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판시했다.

취재/ 신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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