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화·지능화 추세, 공조 수사가 최선의 방책

당국의 강력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마약 밀수는 그칠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일본 야쿠자 및 멕시코 범죄 조직과 연계한 마약 밀수 조직이 검거되는가 하면 밀수 수법도 하루가 다르게 지능화 되고 있다. 경찰은 6월까지를 마약밀수 집중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근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나날이 진화되어 가고 있는 수법으로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이에 경찰 및 관세청은 공조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기관과도 협력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6월15일 일본 야쿠자와 멕시코 범죄조직 등과 연계된 대규모 마약 밀수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장우)는 멕시코 과달라하라 범죄조직과 연계된 마약밀수총책인 문모(40)씨와 중국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밀수입한 일본 야쿠자 간부 정모(47)씨와 탈북자 출신 이모(27)씨 등 마약류 사범 4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요즘은 '대마과자‘ 인기”

검찰에 따르면 문 씨 등 3명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멕시코산 필로폰을 밀수입하기로 공모하고 국제특송화물 등을 이용해 19회에 걸쳐 필로폰 총 209.19g을 국내에 밀수한 혐의다. 또한 검찰은 중국에서 필로폰을 구입한 뒤 한국을 통해 일본으로 밀수하기 위해 중국 대련항에서 인천항으로 필로폰 987g을 들여온 혐의로 일본 야쿠자 정 씨와 탈북자 출신 이 씨를 구속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중국에서 필로폰 190g을 몰래 밀수한 혐의로 마약공급책 D씨를 구속하고 대마가 들어있는 과자를 몰래 들여온 혐의로 외국인 대학교수 E씨 등 27명을 적발하고 4명을 구속했다.
이중 캐나다인 원어민교사 A씨는 크라톰·살비아디비노럼 등 신종 마약을 밀수입하거나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D씨 등 원어민 강사 여섯 명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대마쿠키·대마강정 등 대마가 들어있는 과자류를 국제통상우편으로 밀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활동 중인 내국인에 의한 산발적인 마약밀수가 주류를 이뤘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국내 마약밀수조직이 멕시코 범죄조직과 연계해 6만50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인천공항 및 항만을 통한 마약류에 대한 밀수를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함과 동시에 국제 공조 강화를 통한 해외 공급자 수사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조직이 아닌 개인에 의한 마약 밀수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6월14일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국제우편을 통해 히로뽕을 국내로 밀수하려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히로뽕 0.3g을 국제우편으로 받으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마약전과가 있는 박 씨는 사무실 임대 광고를 보고 빈 사무실 주소지를 수취인으로 하는 국제우편을 마약을 받으려 한 치밀하고 지능적인 수법을 구사해 경찰 관계자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몸으로 직접 마약을 몰래 들여오는 고전적인 수법도 여전하다. 지난 5월28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외국에서 히로뽕을 밀반입해 판매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강모(34)씨와 운반책 이모(33)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4월22일 오전 6시50분 경 베트남에서 사들인 히로뽕 44g을 속옷에 숨겨 인천공항을 통해 몰래 들여와 지모(32)씨 등 3명에게 0.03g(1회 투약량)당 30만 원 가량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이들 일당이 마약을 밀수한 방식이다. 운반책 이 씨는 팬티 두 장을 겹쳐 입고난 뒤 속옷과 속옷 사이에 히로뽕을 은닉, 공항 검색대를 별 문제 없이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찰은 5월19일 히로뽕 58.1g을 여자용 지갑 두 개에 나눠 은닉하여 중국으로 향하는 국제화물편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강모(48)씨도 구속했다. 마포경찰서는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마약사범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강 씨를 포함한 3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히로뽕을 몰래 반입하여 판매 및 투약하거나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된 사람들의 직업을 살펴보면 쇼트트랙 코치·목사·전 승마 국가대표 선수·공익요원 등 아주 다양했다”며 “집중단속기간인 6월 말까지 마약 관련 사범을 최대한 검거 하겠다”고 말했다.

마약 밀수 '조직화·지능화'

이처럼 날로 그 양상이 심각해짐은 물론 조직화·지능화 되고 있는 마약 밀수를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경찰청이 관세청과 손을 맞잡았다. 관세청은 경찰청이 마약밀수 적발 시 운반책 뿐 아니라 공급책·자금책·인수책 등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조직까지 추적하는 등 조직적인 마약밀수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지난 6월17일 관세청은 경찰청, 해양경찰청, 미국 마약단속청(DEA) 등 국내외 마약단속 유관기관과 함께 마약수사공조회를 개최하여 강력한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마약수사 단속기관의 본청 및 전국 일선기관·단속책임자 총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국제 마약류 밀수동향, 국내 마약류 밀매 동향 및 각 기관의 주요 검거사례 등 마약 관련 정보를 교류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마약 관련 수사착수 단계부터 공조를 실시하는 등 실질적인 공조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마약과 관련하여 공조 수사의 역사는 그리 짧은 편은 아니다. 관세청과 경찰청은 2005년 5월 마약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최초로 공조수사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후 해마다 두 차례에 걸쳐 공조 회의를 가져왔으며 올해 들어서는 제11차 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참석 기관들은 최근 마약밀수 수법이 날로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마약관련 우범자 정보 및 검거 내역을 공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내사 단계에서 관련 수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조수사팀을 편성하는 등 공조 체계를 예전에 비해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날로 치밀해지는 마약 밀수 수법에도 불구하고 공조 수사는 상당 부분 결실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관세청은 경찰청과 공조를 통해 지난해 7월1일 이후 ▲메스암페타민 17건 668g ▲대마초 2건 268g ▲헤로인 1건 12g 등 주요 마약류 총 20건 948g, 시가 20억 원 어치 상당을 검거하고 압수한 바 있다.

취재/ 문충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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