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청 홈페이지에서 '노 대통령 글 반론'

이명박 서울시장은 2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발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계획은 ‘수도분할’과 마찬가지이며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린다'는 편지글에서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수도분할은 개혁도, 균형발전도 아니다. 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 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공개 서한은 노 대통령이 지난 22일 발표한 대국민 공개 서한‘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에 대한 반론 성격으로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올려놓았다. 이 시장은 “수도분할 반대는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수도이전에 쓸 재정이 있다면 통일비용으로 아껴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끝으로 노 대통령에게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수도분할을 재고해 달라”면서 “만약 생각을 바꾸신다면, 우리 국민들은 은퇴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 믿습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다음은 이명박 시장의 반박한 글의 전문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인터넷에 띄우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은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 글에서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꿈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이명박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의 꿈은 통일수도입니다. 대통령께서는 ‘분할된 수도’를 꿈꾸고 계시지만, 저는 ‘통합 된 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충청권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온나라가 함께 잘사는 나라, 남한과 북한이 하나 되고 함께 잘사는 나라, 남북한 7천만 겨레가 합의하는 통일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것에는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수도분할은 아닙니다. 개혁도 아니고, 균형발전도 아닙니다. 사실 수도이전 논의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온 것이어서, 저는 선거가 끝나면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물어 재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께서는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 ‘한나라당에서도 재미좀 보라’, ‘정권의 명운을 건다’, ‘지배세력 교체를 위해 천도해야 한다’, ‘수도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등 국가대사를 극단적으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보고, 국가의 중대사인 수도이전을 오직 정치적 계산에서 추진한 것이지, 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여 추진한 것이 아님이 명백해 졌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습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한 예가 없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도이전은 지난해 대다수 국민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국민과 함께 ‘국력낭비를 막았다’면서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이전이 수도분할의 망령으로 되살아나 또다시 정치에 남용되고 있고, 국민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수도이전보다 더 나쁜 수도분할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의식하여 “수도권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고, 국무총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수도분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수도분할로 충청권 주민을 현혹하더니, 이제는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주민을 현혹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제17대 국회는 2005년 3월 2일 수도를 분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대통령과 6부는 서울에 남고, 국무총리와 12부4처는 충청남도 연기·공주로 이전한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3월 18일 이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 그것도 행정부를 갈라 나누어 놓은 예는 없습니다. 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 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요즘은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입니다. 국정운영의 효율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입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들이 서로 12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근무해서는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원만한 부처간 협의도, 신속한 위기관리도 어려워집니다. 수도분할은 국가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서, 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16대 국회는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때 저는 이 법률의 통과를 막기 위해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과 함께 사방으로 뛰어 다녔으나, 여·야 정치권은 저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입헌민주주의는 살아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21일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 타락에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순간이었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잊지 못할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은 위헌 결정을 환영하면서, 수도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또다시 수도분할에 동조했습니다. 수도를 두 동강내는 결정에 동조했던 정치권은 역사에 공동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단 한번의 사전·사후협의 없이 수도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수도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입니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사전에도, 사후에도 서울특별시장의 의견을 구하거나, 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이해당사자나 전문가와 오랜 기간 기술적·경제적으로 치밀한 사전 검토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합니다. 이것은 최소한의 예의이며, 필수적인 절차입니다. 수도이전은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대사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정치적 담합으로 수도분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빌미로 사후적으로 지방정부를 불러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부활이며, 참여를 가장하여 지방자치를 억누르는 ‘참여권위주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권위주의’ 방식의 모양 갖추기에는 결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수도분할 반대는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것은 수도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국가균형발전은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로 이룰 수 없습니다. 만일 제가 충청권 시·도지사였을지라도, 수도이전의 문제점을 똑같이 지적했을 것입니다. 수도이전 문제는 통일을 대비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이유는 지금도 타당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장관 재직 시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보아도 아주 잘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두어야 하고, 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한다”, “장·차관이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 서울에서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재 등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참으로 올바른 지적이며, 지금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께서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후속대책”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수도권 후속대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미 계획했거나 추진하는 사업을 자신들이 새롭게 수립한 것인 양 발표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사전상의도 없이 서울시의 정책을 복사하여 발표한 것은 명백한 표절입니다. 중앙정부의 뚜렷한 역할이나 예산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에서는 “서울시 청사를 광화문네거리에 대형 건물로 짓겠다”고 하고, 정부에서는 “대학로 발전방안”까지 발표했습니다. 대학로를 꾸미는 일은 기초자치단체인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고유 업무이며, “청계천 역사문화벨트 조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사업들을 마치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며, 그간 준비가 안 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촉구합니다. 정부·여당은 수도분할로 텅 비게 될 정부청사에 “벤처단지 조성”과 “초고층 업무빌딩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도권과밀 해소를 위해 수도분할을 한다면서, 그 후속대책으로는 오히려 수도권과밀을 부추긴다면,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입니다. 정부부처가 떠난 자리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면, 처음부터 연기·공주에 유치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 해소’를 이유로 추진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저의와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이용하려는 정치책략임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심 쓰듯이 “후속대책”을 급조하고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수도분할을 더욱 잘못되게 하는 일이며, 충청권과 수도권, 나아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입니다.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국가균형발전을 원한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지방을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수도분할과 “수도권 후속대책”은 바른 길(正道)이 아닙니다. 국민의 행복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그릇된 길(邪道)입니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바른 길로 돌아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길로 가기를 호소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고 한다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집중을 막기 위해 백약을 다 썼으나 무효였다고 하고 그래서 수도이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백약 중 가장 효험이 있을 약은 제쳐두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나누어 넘겨주는 일, 즉 진정한 ‘분권’입니다. 중앙집권의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을 한다고 해서 지방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방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과 재원을 주면, 지방정부는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이뤄 나갈 능력이 있습니다. 세원이 많은 곳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수도분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의 일부를 지방에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발전을 이루어 지역균형발전은 빨라질 것입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을 인위적으로 강제 배분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지방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의 과밀은 해소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수도이전 또는 수도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입니다. 수도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산업·교육의 기능을 분산시키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세계화와 개방화의 시대입니다. 수도권의 기능을 억제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자본과 시설, 사람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수도권정책이 수없이 반복되었어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서 그 반사이익이 상해, 동경 등 다른 경쟁도시의 몫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은 오히려 서울과 지방을 공멸시키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억제해도 비수도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비수도권의 발전은 그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수도분할의 이유를 들면서 국가균형발전보다 수도권 과밀을 걱정하셨는데, 이것은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수도권은 과밀화 진행 단계를 지났습니다. 서울의 인구는 줄고 있고, 서울의 교통, 환경, 주거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인구과밀을 걱정했으나, 1990년-2000년대에는 인구의 과소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실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습니다. 서울에 세계의 첨단기업이 모여들고 있는 것은 그 증거입니다. 공장의 위치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합니다. 정부는 지금 수도권규제완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부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수도권의 경쟁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할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는 수차례에 걸쳐 지나친 수도권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 반영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세계 각국이 자본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 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갑니다. 공장의 위치가 수도권에 있느냐, 지방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별개의 사안입니다.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대통령께서는 “행정수도이전 정책과 수도권규제 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는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주장인데,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수도이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대사로서, 수도권규제 완화와는 그 성격과 비중이 다릅니다. 수도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마치 ‘정치적 흥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수도이전을 해도, 지금의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이라면 그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옳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수도이전을 하지 않더라도, 수도권 규제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이를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가 수도권규제 완화와 수도권발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중앙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수도분할에 대한 수도권주민의 분노가 들끓자, 이를 달래려는 ‘사탕발림’ 식으로 수도권발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영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시류에 따라, 정치 분위기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됩니다. 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수도권발전을 원한다면, 서울시가 꾸준히 건의해 온 방안을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지방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경쟁력은 필수입니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 대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변 강대국의 주요 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동경, 북경, 상해, 싱가포르 등 경쟁도시들과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하고, 이겨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멀쩡한 수도를 두 동강낸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본 동경도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검토하다가, 지난 2003년에 수도이전 논의를 중단했습니다. 오히려 동경의 도시경쟁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 2002년 7월 “수도권·기성시가지의 공업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여 동경의 경쟁력이 곧 일본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도 20세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분산정책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도시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런던,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그리고 브뤼셀 등 유럽 각국의 수도들은 유럽연합(EU)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집중전략을 다시 펴고 있습니다. ‘수도이전이 국가균형발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서울은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지방도시와 경쟁하지 않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놓고, 동경, 상해, 북경, 홍콩, 싱가포르 등 대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서울이 이겨야 중앙정부가 표방하는 ‘동북아중심국가’도 성공할 것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상호보완 속에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은 획일적인 형평성을 지향하는 ‘하향평준화’가 아닙니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향일류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수도권과 지방이 상호보완을 이루어,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는 서울과 지방을 분열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서울과 지방은 서로 돕는 보완관계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의 관광단지가 발전하면 서울의 시민들이 가서 보고, 지방의 무공해 농산물은 수도권시민이 이를 소비합니다. 수도를 약화시켜 다른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수도를 여러 개 만들어서는 안 되며, 서울·대구·광주는 각자 특색 있게 발전시켜 상호보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도이전에 쓸 재정이 있다면 통일비용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수도이전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과 통일한국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구상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경제난이 겹쳐 체제가 내구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세를 감안할 때, 통일이 언제 실현될 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수도를 분할하여, 새로운 행정도시를 완성하는 시기 이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도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통일 다음으로 중요한 이 시대의 애국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수도가 국정수행의 중심이자, 국가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 그리고 후손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수도를 두 동강내서는 안 됩니다. 국가경영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수도분할은 시급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수도분할이 아니라, 민족통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됩니다. 남·북한이 통일 후 공동 번영을 이루려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인데, 이렇게 한가하게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수도분할에 사용할 재정이 있다면,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재원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젊은 실업자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 수도이전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비용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합니다. 국익을 위해 결심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입니다. 국가지도자는 결심을 하고 집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결정을 취소하고 결심을 바꾸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의 명분보다 국가의 명운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노대통령께서 지도자로 높이 평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말에 추진했던 ‘행정수도이전계획’은 수도의 영구이전이 아닌 임시 행정수도로의 이전계획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언급하여 한미관계가 어려워지고 안보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한 국가안보상의 필요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는 그 때와 모든 국내외 상황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동서냉전 시대가 가고 남·북 긴장이 완화되었으며, 이제 세계는 경제적으로 국경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기습공격을 대비해야 했던 30년 전에는 수도이전이 논의될 만 했을지라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에 ‘제6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 경제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소요 재원을 국가적으로 더 시급했던 산업발전에 쓰기 위해 이를 반납했던 적이 있습니다. 행정중심도시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일입니다. 저는 젊어서부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부터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수도를 분할한 사례를 본적이 없고, 브라질·호주·말레이지아 등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나라의 경우에도 수도이전에 성공한 사례를 본적이 없습니다. 결국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분할도 국력낭비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꼭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지도자는 단순히 정책을 수립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기존의 정책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혜안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의 결단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수도분할을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생각을 바꾸신다면, 우리국민들은 은퇴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 믿습니다. 2005년 3월 24일 서울특별시장 이 명 박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