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기업 등 관련업계 ‘초비상’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주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공인대회에서 스타리그에서 수회 우승한 정상급 프로게이머 M(23)씨와 Y(23)씨 브로커와 공모하여 동료 프로게이머들을 매수하거나, 이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하는 등 전?현직 프로게이머가 무려 11명이 이번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종전의 오프라인 스포츠경기에서 심판 등을 매수하여 승부를 조작한 사례와 달리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직접 승부조작에 가담한 초유의 상태라는 점에서 더더욱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을 운영하는 12개 기업 역시 비상이 걸려 e-스포츠 업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 중 주범인 M씨와 Y씨가 속해있는 CJ와 하이트는 후폭풍을 맞으며, 팀 자체를 정리하려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때 아닌 몸살을 겪고 있어 관련 업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전현직 프로게이머 11명 적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에 따르면 게이머 양성학원 운영자인 박씨는 조직폭력배 김모씨(지명수배)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원씨 등을 통해 경기에 출전하는 게이머들에게 건당 200~650만원을 주고 경기에서 고의로 지도록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런 수법으로 11차례 승부를 조작해 온라인불법사이트에서 1억 4천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브로커 역할을 한 하이트스타키즈 소속의 유명 프로게이머 Y씨는 박씨에게서 300만원을 받고 자신이 출전한 경기의 승부를 조작하는 가하면, 직접 베팅하거나 친분이 있는 전직 프로게이머에게 대리 배팅을 부탁해 3천500만원의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CJ소속의 M씨 경우는 승부조작에 관여한 게이머에게 전달해야 할 돈 가운데 200만원을 중간에서 가로채 잇속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K3리그 축구선수인 J씨도 작년 12월, M씨를 통해 게이머에게 300만원을 건네고 승부조작으로 1천2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거액의 배당금을 챙긴 혐의로 박모(25)씨를 구속기소하고, 유명프로게이머 M씨와 Y씨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승부조작을 실행한 게이머 7명 중 6명은 벌금 200~500만원에 약식 기소됐고, 군 팀에 소속된 1명은 군 검찰로 넘겨졌다. 또 브로커 가운데 한 명인 수원남문파 조직폭력배 김모씨는 지명수배 내려진 상태다. 한편 CJ엔투스 측은 지난 5월20일 공식발표를 통해 M씨를 방출조치 하겠다고 결정 내렸다.

자체조사 안 돼서, 경찰에 넘겨
그간 무성한 소문으로 점철되던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승부조작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관련업계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게임단을 운영하는 12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7개 게임단에 소속된 전 현직 프로게이머 11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일부 후원사는 팀 자체를 정리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스타크래프트 시장이 크게 위축될 조짐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브로커역할을 한 M씨와 Y씨가 소속돼있던 CJ와 하이트 입장은 재판결과도 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사실무근”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CJ관계자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3월부터 검찰조사에 밝혀진 것보다 더한 소문이 무성했고 e스포츠협회 사무국장을 통해 들은 후, 각 구단들이 협의해 자체조사부터 실시했다”며 “그러나 구단마다 조사결과가 다르고 뚜렷하게 혐의를 찾아내기가 어려워 결국 검찰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루머 상에서는 지금 연루된 선수들보다 더 많은 명단이 오고갔다”며 “그 당시 M선수에게 물어봤을 때는 ‘그런 적 없다’라고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CJ에 속해있던 M씨는 70%가 넘는 승률로 각종 대회를 석권하며 최초로 1억원 상금의 시대를 연 '스타크래프트'의 본좌 중의 본좌였다. 그러나 신예 게이머에게 충격의 3-0 패배를 당한 2007년 초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이후에는 50% 승률로 인해 2군으로 강등, 연봉 역시 30~40% 삭감된 바 있다. 그러던 M씨가 승부조작 브로커로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던 축구선수 정모씨(28)로부터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제안을 받으면서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CJ관계자는 “M이 지난 1년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고 우리 역시 M이 재기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실망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닐지 싶다”며 “내부 조사 중인 소양교육이 있던 지난 3월 말 시기에 M은 무릎수술도 할 겸 숙소로 가 있었고 3달 전부터 치료차 팀을 나가 있는 상황이라 연봉 지급 등이 정지돼 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CJ가 팀을 정리하겠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다”고 강조하며 “리그를 후원하는 것을 없애고,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지금 사태를 피해가는 것 밖에 되지 않는 만큼 그런 무책임한 일로 종결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해당선수는 방출조치 할 것이며, 이번 사건으로 위축된 나머지 선수들에게는 부담감을 없애주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게이머 11명 중 브로커 역할의 Y 등 3명이나 포함돼있어 곤욕을 치르는 하이트 관계자 역시 “이번에 특정 사건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한테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e스포츠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하이트스파키즈를 운영하는 온넷게임 관계자 또한 “재판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소문이 들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하며 “Y씨 경우는 이미 2개월 전부터 우리 소속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번 승부조작 사건으로 말미암아 관련 업계의 자성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협회를 포함한 각 구단은 불법베팅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대책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CJ관계자는 “농구나 축구는 1인을 매수해도 소용없지만 저희 같이 경긱방식이 1대 1인 e스포츠는 1인만 매수하면 단 번에 승부조작을 할 수 있는 취약구조를 지녔다”며 “우선 지난3개월 동안 리그방식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조사가 있기 전부터 사전에 출전 선수명단을 공개하는 시스템을 비공개로 바꿨다”며 “누가 나올지에 대한 정보를 아예 흘릴 수 없도록 모든 팀들이 현재는 누가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너 명을 같이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불법 배팅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차단하려고 노력 중에 있으며 이런 기술적인 조치들이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선수들의 소양 교육의 전문화 및 복지제도 개선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승부조작 사건이 조직폭력배의 협박과 연관돼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 CJ관계자는 “현재 그런 정황은 밝혀진 바 없다”며 “M씨의 경우도 지명수배중인 연루자와는 어떤 커넥션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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