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더 이상 ‘사후약방문’식 대책 이젠 그만

부산에서 중학교 입학 예정이던 한 어린이가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되는 끔직한 사건이 벌어져, 사회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고 있다. 맑고 고운 꿈을 펴보기도 전에 짐승만도 못한 흉악범의 손에 또다시 꽃다운 소녀가 무참히 짓밟힌 것이다.
아동 성범죄는 반인권적·반문명적인 가장 잔혹한 행위로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성범죄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오래도록 커다란 신체적·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성인이 돼서도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 등 심리적 불안 증세를 다반사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아동 성폭력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법률제정 및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호들갑이 떨어왔다. 그럼에도 불구, 아동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검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790명이었던 아동상대 성범죄자는 2006년 854명, 2007년 840명, 2008년 97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 2006년 용산 허모양 사건 2008년 안양 혜진·예슬양 사건, 그리고 조두순 사건 등은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되는 사건들이다.
이런 강력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에서는 성범죄를 막자며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막상 범죄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된 적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아동 성범죄의 가해자들은 대부분 재범자들이다. 이번 부산 여중생 살해사건의 가해자인 김길태도 과거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
따라서 아동 성범죄자들에 대해 특별 관리 감독을 해야 할 관계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기 어렵게 됐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서 정부에서는 뒤늦게 전자발찌법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그간 잠자고 있던 아동 성폭력과 관련한 법안에 대해서 여야가 조만간 처리하기로 했다. 제출된 법안에는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피해자가 성년이 될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안이 포함돼 있다. 또 상습적 성범죄자 중 성도착증 환자에게 주기적으로 화학적 거세 치료요법의 도입을 규정한 법률안도 제출돼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해서 아동 성범죄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니 다행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그간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사후약방문’이었다. 사후약방문은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는 뜻이다. 아동 성범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더 이상 헛구호나 ‘사후약방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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