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한도액 높이기 위한 '병정'을 아시나요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 도박장인 강원랜드가 변칙영업 의혹으로 송사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 2008년 11월 J씨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처음 일부 승소를 하면서 줄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강원랜드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강원랜드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23건으로 손해배상청구 금액과 소송비용은 538억이나 된다. 하지만 소송을 준비 중인 사건까지 더한다면 실제 소송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J씨의 대리인인 정해원 변호사는 “공익목적으로 탄생한 카지노가 변칙영업으로 도박을 부추기거나 자살을 방조하고 있다”며 “잘못은 시정 안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쪽으로 제도를 뜯어고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본지가 소송 중인 사건을 토대로 강원랜드의 변칙영업 행태를 집중 조명해봤다.


폐광된 강원 정선군 사북읍 탄광지역의 경제를 살리자며 만들어진 강원랜드가 도박중독자의 손목을 잡고 있다. 불법도박행위 의혹으로 잇따른 송사에 휘말리면서 공기업으로써의 면모는 물론이고 경영진들의 무책임한 경영 행태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최근엔 육국 대위 출신의 30대 도박중독자가 “강원랜드를 해체하라”며 국회 경내에서 자신의 손을 내리찍은 자해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유일 내국인 카지노 도박장 강원랜드, 각종의혹으로 송사 휘말려
베팅한도액 높이기 위한 편법인 ‘병정’ 기록 있음에도 의혹 묵인, 은폐?
자체 규정인 ‘출입제한조치’ 신청 유명무실, 도박중독자 대책마련 절실
약 51.5% 승률로 유리한 ‘바카라’, 커미션으로 수입 올린다는 주장도


손가락만 대면 무사통과?

본지가 만난 정해원 변호사는 “강원랜드를 상대로 8건의 소송을 맡았다”며 “3건은 1심에서 일부승소를 하고 항소 중에 있고 나머지 5건은 1심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가 수임을 맡아 소송에 걸린 금액만 해도 무려 3500억원대에 이른다.

특히 지난 2000년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J씨 사건(소송금액 208억4100만원)을 그가 맡았었다. J씨 사건은 도박중독자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처음 일부 승소를 얻어낸 사건이기도 하다.

J씨 사건은 강원랜드가 한도금액을 넘어서는 초과베팅을 허용한 점 등이 인정돼 지난 2008년 11월 1심에서 28억4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일반 영업장보다 베팅한도액이 많은 V-VIP고객이었던 J씨는 바카라 게임과정에서 1회 1000만원인 베팅한도액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병정을 이용했던 것이다.

병정이란 게임에는 참가하고 있지만 실제론 게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로, 자리를 채우고 앉아 J씨가 칩을 놓는 대로 따라 움직여 베팅한도액을 높이는 일종의 대리인이다. 그리고 병정들은 이러한 일을 해줌으로써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이러한 편법을 강원랜드는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병정에게 칩을 맡겨놓는 것이 불안한 손님 중에는 직접 병정의 칩까지 베팅한다. 심지어 한 딜러는 병정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손가락이라도 댔다가 떼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며 “병정으로 수입을 올리기 위해 드나드는 사람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문서제출 명령을 해 강원랜드에 자료를 받았고 그러한 내역이 확인됐다”며 “V-VIP손님의 경우 전산시스템(CMS)으로 따로 명단을 만들어 관리 했다. 손님의 얼굴뿐 아니라 테이블에서 돈을 내고 칩을 사는 거며, 얼마를 따고 잃었나를 기록했다. 병정을 이용해 게임을 했다는 것까지 기록돼 있었음에도 강원랜드는 이를 묵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확인한 일부 문서에는 J씨의 이름 옆에만 베팅한 금액이 나와 있고 병정의 역을 한 사람들의 이름에는 베팅금액이 모두 0이라고 찍혀있었다. 이는 강원랜드가 병정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강원랜드는 J씨의 손해액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었음에도 게임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서울지방법원은 고객보호차원에서 만들어진 ‘베팅한도액’이라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있음에도, 카지노 내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등 보호 장치를 유명무실하게 했을 뿐 아니라, 피해액을 더 크게 만든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1심에서 J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최근 문화관광체육부가 (강원랜드 요청에 따라) 그나마 있던 상한선(1회 1000만원미만)마저 폐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확률적으로 불리한 게임?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한선 폐지가 아니라 병정의 폐단을 없애고 게임의 다양성을 주기위한 방법으로 도입한 제도”라고 못 박았다.

이를테면 VIP영업장에도 ‘격’이있는데, 20개의 테이블 중에 4개의 테이블은 V-VIP 손님들을 위해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게임 기계를 퍼스널에서 디퍼런스로 바꾸면서 1회 1000만원인 베팅한도가 자연스레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대신 4개의 테이블 중 하나는 6000만원의 베팅한도액을 두고 나머지 테이블엔 최대 베팅 금액과 최소 베팅 금액의 차가 각각 2~3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뒀다고 말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V-VIP손님의 경우 베팅액이 적으면 재미를 못 느낀다. 손님들이 병정을 이용해 게임을 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라며 “무조건 제도적 장치로 막아버리면 해외에 나가 마카오 등 다른 도박을 하는 사람들만 늘어 국부유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병정을 막기 위해 베팅 한도액을 늘리는 게 말이 되냐”며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 고객 보호를 위한 강원랜드의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풀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승률적으로 바카라 게임이 손님보단 카지노에게 유리한 게임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베팅 구역이 플레이어와 뱅커로 나뉘는데 뱅커에 놓인 카드의 숫자가 높을 경우 강원랜드가 약 5%의 커미션을 가져가기 때문에 손님은 50%에 못 미치는 승률을 가지고 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손님이 100만원을 플레이어에 걸면 100만원을 다 가져가지만, 뱅커에 걸면 5만원의 커미션을 제외한 95만원을 가져가게 된다”며 “한 판에 2,3분 정도 걸리는 게임을 밤새 한다고 생각했을 때 카지노는 커미션만으로도 돈을 번다”고 말했다. 결국 승률적으로 약 51.5%가 강원랜드가 바카라 게임에 유리하게 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원랜드의 변칙영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7월 K씨 사건(소송금액 208억4100만원)의 경우 강원랜드가 출입제한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돼 15억 5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K씨와 부인이 다섯 차례나 출입금지 요청을 했지만 강원랜드가 출입이 3번 금지되면 영구 출입금지(1번 3개월, 2번 6개월)라는 규정을 어기고 K씨를 매번 출입시켰다. 정 변호사는 “강원랜드가 자체적으로 도박중독자들의 폐단을 막기 위해 본인이나 직계가족이 출입금지 요청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출입금지 신청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규정이었다. 당사자가 가서 해지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하기만 하면 해지해주고 또 해지해주는 식”이라고 전했다.

애꿎은 시스템은 왜?

이와 함께 최근 한 언론은 줄을 잇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강원랜드가 법원과 경찰에 소송을 유리하게 하고 폐단을 은폐하기 위해 개장 당시 미국에서 들여온 고가의 전산시스템을 교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송을 진행했던 한 관계자는 법정에서 “그동안 V-VIP 고객들이 게임에 사용한 매출기록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번번이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자료제출을 거부당했다”며 “V-VIP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산시스템이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고 주장했다.

사실 강원랜드가 묵인하려는 폐해는 이뿐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자리를 사고파는 것은 물론, 사채업자들이 항시 대기 중인 것도 강원랜드가 묵인하는 폐해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강원랜드측은 국정감사에서 지난 2000년 개장이후 이용자들이 제기한 소송건수가 23건이라고 밝혔지만 소송을 준비하고 있거나 법률적 검토자들은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선경찰서의 통계에 따르면 강원랜드 개장이후 도박과 관련해 자살한 사람은 35명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것은 강원랜드 호텔 내에서만 자살한 숫자로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최근 강원랜드는 송사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자살자들을 배출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바카라는 로또 복권과 달리 손님들이 쉽게 느껴 도박성이 강한 게임일 뿐 아니라 정신과 의사들도 상습도박을 병적중독현상으로 분리해 정신질환의 하나로 보고 있는 만큼 도박중독자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초 강원랜드의 설립취지인 ‘건전한 레저 산업’에 맞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비난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불투명한 내부 경영과 도덕 불감증으로 많은 이들의 피해와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한 경영이 아닌 강원랜드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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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소송 관련 강원랜드 입장
'병정' 고용은 손님이 한 건데, 무슨 수로 막아?


강원랜드가 잇단 소송에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소송이 아닌 도박중독 예방차원에서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지는 강원랜드측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소송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행 중인 소송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10건이다. 손해배상청구 금액은 5100억 정도지만, 청구금액은 변경될 여지가 있다.


카지노 고객이 왜 소송을 거는 거라고 생각하나.

고객들이 일정금액을 자꾸 잃다보니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소송을 거는 것 같다.


베팅한도액에 대한 책임도 지적됐다. 병정의 존재를 강원랜드는 정말 몰랐나.

책임이 있다 없다를 떠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베팅한도를 관리, 감독하거나 고객들이 주고받는 부분을 우리가 관여할 수는 없다. 게임자에 대한 책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가 억지로 끌고 가서 병정을 고용하거나 한 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V-VIP 고객명단에는 병정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베팅금액이 모두 0으로 기록 돼 있었다. 강원랜드가 병정의 존재를 알지 않고서는 그렇게 적을 수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소송을 하고 있는 거다. 법률적으로 다투고 난 뒤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러한 전산시스템을 갑자기 폐기한 이유는 뭔가. 소송과 관련이 있나.

소송과 관련이 있지 않다. 전산시스템에 입력한 V-VIP고객 명단의 베팅금액 등은 정확한 기록이 아니다. 혼자서 하는 게임도 아닐뿐더러 고객 한명마다 관리자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일이 정확하게 적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냥 별도의 고객관리 목적이나 서비스차원에서 관리자들이 임의로 적은 내용들이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라서 시스템을 교체한 거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V-VIP 고객명단이 없어졌다는 말인가.

없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존재하지만 베팅금액과 관련된 부분은 기록하지 않게 됐다.


커미션제도가 고객의 승률을 낮춘다는 얘기가 있다.

커미션이나 노커미션이나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노커미션을 하게 되면 오히려 게임의 회전을 빠르게 해 고객이 승률을 약 1.5% 낮추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송 내용 중 자제 규정인 ‘출입제한요청’이 유명무실이라는 얘기가 있다.

마찬가지로 소송을 통해 다뤄질 내용이라 답변이 곤란하다. 어쨌든 현재는 더 강화가 됐다. 이를테면 1번 요청할 경우 3개월에서 1년으로, 2번 요청할 경우 6개월에서 3년으로, 3번 요청은 마찬가지로 영구출입금지 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느 나라에도 우리처럼 자체적으로 출입제한일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다. 도박중독자의 예방 차원에서 마련한 규정이고 앞으로도 도박중독자들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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