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축제들 문제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노동이다. 고귀한 노동의 땀과 아름다운 노동의 결실이 없으면 인류는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고귀한 노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유희가 있어야 한다. 쉬는 시간이 없고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유희가 없으면 세계사의 원동력인 노동은 존재할 수가 없다. 따라서 노동과 유희의 관계는 인류를 움직이고 세상을 발전시키는 두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유희의 종합적 형식을 축제라고 부른다. 벚꽃이 10리 밖에서부터 상춘객들을 반기지만 이내 어여쁜 연분홍색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돌려 버린다. 무질서한 관람객, 무질서한 주차장, 온통 먹자판, 생색내기 행사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해버린 지방 축제의 현 주소를 알아본다. 2003년 4월 전라남도 영암군 지방 축제의 현장의 모습이지만, 비단 이곳 축제만의 모습은 아니다. 전국 232개 지방 자치 단체에서 벌이는 축제는 무려 600여건이 넘는데 막대한 예산 지원과 인력 동원에 비해 효과가 미심쩍다는 것이다. 현재 각 시.도가 경쟁적으로 벌이는 축제들은 역사성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급조한 것들이 많으며 그 배경에는 선출직 단체장들이 차기 선거를 겨냥한 업적과시 욕심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봄. 가을 에 집중되는 각종 축제로 교통통제, 학생동원, 기업 협찬 요구, 입장권 할당 등 무리한 일들이 민원을 야기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철저한 사후 평가를 통하여 성공한 축제는 집중 지원하되 이름뿐인 행사와 낭비가 심한 축제는 과감히 중단시키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둘째, 준비도 충분치 않은 지역 축제를 세계적 행사로 치르겠다는 오기를 버려야한다. 그리고 셋째로 지역 주민과 혼연일체가 되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 생활 속에 의미를 담은 잔치 마당이 되어야 하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방 자치 단체의 방만한 사업과 사후 점검 없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축제와 행사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방 자치 단체는 축제를 양산하면서도 행사와 축제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거의 모든 자치 단체는 행정력을 동원하여 자치 단체가 주관하면서 주민 복지를 목표로 하고 관과의 수익을 기대한다는 슬로건 하에 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이기도 하고 인위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대부분 행사나 이벤트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국제적인 축제나 거대한 행사가 되기를 기대하는데 그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삶의 속도를 지니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축제나 행사의 경우에는 번개처럼 기획해서 저돌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추진력이라는 미명 하에 명분을 부여한 다음 스스로 미덕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축제를 이야기 할 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민간 주도의 축제를 해야 한다. 축제나 행사 전문가가 기획하고 구성원 자신들의 잔치를 확대했다는 일체감을 가지고 관이 후원하고 지원하는 축제가 이상적이다. 또한 지역 특성에 맞게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 축제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축제의 의미를 확실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 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축제의 창출 요건을 찾아내는 것과 함께 하는 다음과 대책이 필요하다. . 축제 요소의 발굴 지역의 문화 전통에 입각한 바와 같이 지역의 역사, 인물, 자연, 풍토, 예술 등 민속지나 향토지의 내용이 되고 모든 자료들을 수집하여 그러한 소재들에서 오늘날 삶에 의미가 있는 활용 가능한 요소들을 찾아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 축제 개최 시기와 장소 우리나라 전통 축제는 원래 세시 풍속과 연계되어 사시사철 골고루 분산 개최 되었다. 그런데 현행 축제의 50%이상이 문화의 달인 10월에 집중되고 있다. 기후나 계절적 요인을 무시 할 수는 없지만 농번기를 피한다거나 축제의 의미를 살리는 개최 시기가 필요하다. 축제를 관광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도 축제가 일정기간에 집중되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다. 축제의 개최 장소 문제도 여러 곳으로 분산하여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축제의 주체 우리나라 지역 축제는 지방 자치 단체가 직접 주최, 주관하는 것들도 다소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자치 단체에서는 원칙적으로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행정기관이 주최하는 경우가 많다. 바람직한 방향은 지역 주민의 운동체로서 축제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행정기관은 축제의 재정 지원과 민간 자치단체들 간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하는 등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데 그쳐야 할 것이다. 지역 축제의 주인은 지역 주민이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지역 축제는 많은 경우 잘 다듬어지고 세련된 출연자들의 연희가 주민을 단순한 구경꾼으로 전락 시키고 있다.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축제 판을 '절제된 예술적 양식' 에서 탈피하여 '대동놀이판' 으로 변화시켜 주민들이 직접 꾸며나가는 자발적 의지를 심어 나가야 한다. 주민들의 '눈앞에, 발아래' 있는 소재들을 소중히 여기고 찾아내어 지역 이미지를 살린 축제를 창출해낸다면 지역 축제도 훌륭한 문화상품이 되고 관광자원으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기자 ljh@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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