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운찬, 해법찾기 고민


정운찬...충청권 민심 외면, 친이-친박 갈등 대폭발, 잇따른 구설수까지
야권 정 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로 압박...세종시에 따라 그의 운명 좌우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하고 있는 정운찬 총리는 연일 정치권과 충청권을 상대로 설득 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리 녹록치 만은 않다. 최근 세종시 여론전에서 수정안 지지율이 계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집권당에서는 세종시 수정 對 원안을 두고 친이-친박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며 정 총리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특히 잇따른 구설수로 오르내리면서 엎친데 겹친 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종시 운명에 따라 그의 운명도 좌지우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야권에서는 정 총리의 해임 건의안 카드를 꺼내 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 또는 세종시 수정안 통과가 실패로 끝날 경우 국론분열을 야기 시킨 그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세종시 운명에 따라 정 총리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할지 아니면 정치적 입지에 가속도를 붙을지 운명의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지난해 MB집권2기 총리로 지명되면서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그는 서울대 총장을 지내면서 정치적 역량을 인정받아 17대 대선 당시 야권 대항마로 이름을 떨치면서 대권주자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하지만 그의 진보주의적 성향과는 달리 보수정권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야권의 실망과 비판으로 여러 구설수에 오르는 등 고난의 연속이었다.


박근혜 대항마가 동네북으로 전락?


특히 그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문제, 위장전입, 세금탈루혐의 등 뜻밖의 의혹들이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그를 향한 시선은 사늘하기만 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속에 총리 내정 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총리가 되었다.

이러한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그를 총리로 발탁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관측이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하며 극약 처방으로 충청권 출신인 그를 총리로 내정하면서 어수선한 정국의 돌파구로 삼았다. 동시에 충청권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다. 특히 여당 내 역학구도로 볼 때 독보적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그를 ‘박근혜 대항마’로 키워 조기 레임덕을 막고 정국주도권을 주도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깔려있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러한 MB의 돌파구 해법으로 정 총리를 통해 세종시 수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기, 정치권 최대 갈등의 도화선에 불을 지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움직임이 부각됐을 때만 해도 신뢰와 약속의 문제를 들어 지탄의 목소리가 주를 이었다. 그러나 총 때 맨 정 총리의 계속되는 수정안 홍보와 설득 전으로 행정기관 이전의 원안 추진보다는 과학비지니스 벨트 기업 중심의 수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이 급상승, 원안여론을 앞질렀다. 특히 지난 달 11일 정부의 세종시 최종 수정안 발표 직 후 부터 더욱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러한 반전은 잠시, 박근혜 전 대표의 철옹성 같은 원안고수가 더욱 적극성을 띄면서 최근 원안 여론이 흔들리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정부의 수정안에 맞서 야권들은 거리에 나가 강경투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특히 친이-친박 간 대립이 촉발되면서 정 총리를 궁지에 몰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대 관건인 충청권 민심은 갈수 록 사늘하기만 해 정 총리는 안팎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러한 내홍 속에 정 총리의 자질과 역량 부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최근 故이용삼 의원 빈소 황당 발언과 단식농성 중인 야당의원에게 만찬초청으로 빈축을 사면서 항간에는 ‘여권 대권주자가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는 말까지도 나오기도 한다.

정 총리는 지난 달 21일 故 이용삼 의원의 빈소를 찾아 “초선으로 할 일이 많고 전도가 창창하신데...”라거나 “자제분이 어릴 텐데 걱정이 많으시겠다”는 등의 위로를 건넸다가 유가족의 심기를 거슬리게 됐다. 이유 인즉 고인은 지독한 가난 속에도 고학과 독학으로 사법고시 등을 합격하고 35세의 젊은 나이에 등원한 4선의 국회의원으로서 입지전적 표상으로 적잖이 알려져 있다. 고인은 또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와 직계 유족이 없는 상태로, 이런 사실을 사전 검토 없이 빈소를 찾는 것으로 결례를 범했다는 것이다. 구설수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시 웃지 못한 행보가 이어졌다. 지난 1일 세종시 원안추진을 호소하며 단식투쟁에 돌입한 우리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에 만찬초청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정운찬 총리는 국무에는 총리이고, 개그에는 황제 같다. 이용삼 의원 빈소 빈축 발언에 이어 이 같은 결례를 개그로 보아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점심 먹으러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치킨냄새가 난다는 단식하는 사람한테, 보내지 말아야 할 초대장을 보내다니...”라며 “정운찬 총리, 정말 실망스럽다”고 힐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도 낯 뜨거운 듯 “현재 세종시로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데 중요한 시점에 흠을 잡힌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다른 것은 제쳐두고 오로지 세종시만 몰두하는 꼭두각지 총리로 각인 될 까봐 정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세종시가 그의 운명 가른다


이처럼 정 총리는 고난의 연속으로 험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 유무에 따라 그에게 약이 될 수 있고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즉 국회에서 수정안이 통과가 되면 정치적 인지 급상승은 물론 여권의 대권 주자의 발판 마련에 탄력이 붙겠지만 만약 실패로 끝난다면 국론분열을 야기 시켰던 그에게 책임을 묻어 경질 되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현재 정부와 친이계는 지난 달 27일 정부의 세종시법 수정안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3월 초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의 뜻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본회의 상정으로 마지막 관문인 표결처리로 가도라도 친이계가 불리하다. 한나라당 169명의 의원 중 적어도 50여 명이 친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모든 야당들이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법안들을 통과시킨다고 할 때 친박계로 분류된 의원 중 절반정도만 빠져도 재적과반수 출석이 불가능해 의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총리와 친이계는 그 전에 국민여론을 설득해 처리 명분을 다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친박계를 설득하는 것이 주요관건이다. 그러나 야권과 친박계가 계속해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상황인지라 수정 통과는 불투명 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만약 정부의 수정안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국론 분열을 야기 시킨 국무총리로 낙인찍히면서 그 역풍이 그에게 고스한리 전가 될 것이라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야권에서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 제출할 경우 이에 정 총리 해임 건의안 제출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부가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정운찬 총리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해서 통과시킬 것”이라며 “지금 야당은 100석이 넘기 때문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데 문제가 없고 가결여부도 세종시 원안을 바라고 있는 양심적인 국회의원들이 많고, 정운찬 총리의 언행을 볼 때 총리로서 부적격하다는 생각을 갖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가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도 “정부가 세종시수정안을 국회에 넘기는 순간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을 내려한다”며 “정운찬을 국무총리에서 해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정 총리를 겨냥해 “왜정 때 일본인 앞잡이가 일본 놈보다 더 미웠고, 6.25때 공산당보다 완장차고 돌아다니는 부역자들이 미웠다”며 “이 정부에서는 대통령도 밉지만 그 앞잡이 정운찬이 더 미운 짓을 하고 다닌다. 창피해 죽겠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선 정 총리에게 이러한 공세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즉 이번 수정안 정국을 거치면서 이미 정 총리가 전국적인 인물이 된 사실은 괄목할 만한 사실이며, 수정안 통과가 이뤄지면 정 총리에게 자연스럽게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처럼 세종시 운명에 따라 그의 운명도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은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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