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순수, 법적으론 문제?

최근 경찰이 노인들에게 무료로 침을 놓아준 자원봉사자 128명을 소환했다. 한의사로 이뤄진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이하 한의협)가 “정식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무료시술을 했다”며 뜸사랑 회원들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과 장애인을 도와주려한 순수한 목적의 자원봉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뜸사랑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돈을 받고 영업을 한 것도 아닌데 그게 왜 문제가 되냐”고 주장해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본지가 불법시술 논란으로 불거진 뜸사랑의 자원봉사를 들여다봤다.

▲ 사진출처-뜸사랑 홈페이지.


정식 한의사 자격증 없이 무면허 시술을 감행한 이들이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무료로 뜸과 침을 놔준 뜸사랑 자원봉사자 128명을 조사했다.

뜸사랑 회원 128명 줄 소환, 무면허 시술은 불법
한의협 밥그릇 지키기 논란, 행정부 상·벌 동시에


한의협은 “이들의 활동은 불법 의료행위”라며 지난해 8월3일 뜸사랑 회원들을 고발한 것이다. 경찰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된 조사가 지난해 12월22일 끝났다”며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행위를 한 회원 128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무면허진료VS순수자원봉사

경찰조사를 받았던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강모씨(71)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강씨는 10년 전 뜸요법 민간자격증을 딴 후 3년 전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 한 건물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뜸 치료로 몸이 회복됐다며 감사를 표시하면 기분이 좋았다”며 “그런데 내가 한 행동이 불법이라고 경찰조사를 받으며 죄인 취급을 당하니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뜸과 침 치료로 유명한 구당 김남수 옹(94)이 설립한 ‘뜸사랑’이란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자였다. 김옹 밑에서 뜸과 침을 배운 김씨와같은 봉사자들은 수년전부터 강남구 삼성동 선릉역 인근 한 건물에서 무료봉사를 해왔다. 건물 내 마사회 소속 사무실을 빌려 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로 일주일에 두 번씩 무료로 침과 뜸을 나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옹이 침사 자격증만 있음에도 뜸치료를 했다는 이유로 한의협에 고발당하고 뜸치료를 할 수 없게 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침과 뜸을 하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때문에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27조 1항의 위헌여부가 헌법재판소에 계류됐던 것. 이에 김옹의 치료 재게도 올해 1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사이 한의협 측이 “자원봉사자들 역시 김옹과 마찬가지로 무면허 진료를 하고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128명의 사람들이 조사를 받게 됐다. 사실 한의협의 말대로 국내 의료법 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침과 뜸은 한의대를 졸업해 국가고시를 통과한 정식 한의사만이 시술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결국 정식 ‘한의사’ 자격증이 없이 시술을 한 김옹의 뜸요법과 이러한 뜸요법을 시행한 뜸사랑 회원의 봉사활동은 불법이라는 게 한의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 봉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노인들을 위해 무료 봉사 활동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던 것. 특히 김옹의 경우 대통령 훈장을 수차례 받은 데다, 구청에서 봉사상을 줄 만큼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뜸사랑 관계자는 “한의협이 아직 위헌여부가 판결이 나지 않은 조항을 가지고 고발을 했다”며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노인들에게 봉사하는 일이 불법이라면 그들을 보살필 사람은 누가 있겠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만 혐의를 인정받고 처벌 받았다. 무료봉사의 취지는 좋으나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법이 바뀌지 않는 한 저촉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세력키우기VS기득권유지

이에 일각에서는 뜸사랑 회원들의 뜸과 침 시술이 자원봉사냐 불법시술이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그들은 대체로 “아무리 순수한 의도의 자원봉사라도 무면허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봉사를 할 수 없다”는 의견과 “법은 법이지만 영리행위도 아닌데 검찰 송치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으로 갈렸다.

한 네티즌은(ID heomin71) “침 치료는 명백한 의료행위로서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며 “엉뚱한 의도를 가진 단체가 이런 의료행위에 대해 위험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나중에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다른 네티즌(IDsonga08)은 “침과 뜸이 국가의료 허가자 외에는 절대사용 금지하는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특허물품이냐”며 “자동차운전도 배우는 장소에서 운전을 허용하듯 침·뜸의 민간요법도 배우고 안전자격을 갖추고 무료봉사한 것이라면, 의료허가자들의 돈벌이는 좀 줄어들겠지만 다른 큰 문제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가 오히려 무지로서 인공호흡도 금지하듯이 의료이익만 보호하고 민간대체의학을 마녀사냥식으로 취급한다는 말도 무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 최방섭 회장은 “뜸사랑이 돈을 받고 뜸요법사를 양성한 뒤 자원봉사 형태로 세력 키우기를 하고 있다”며 “그들의 행위가 순수한 자원봉사라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뜸사랑 측은 “한의사 협회야말로 우리를 계속해서 고발하는 등 기득권 유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우리가 돈을 받고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침을 뜨는 행위 자체에 과도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한의협은 밥그릇을 빼앗기기 싫다고 말해라(ID batpower)”며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사람들만이 뜸을 뜬다는 것은 손자가 할머니 안마하면 안마사협회에서 불법행위로 고발하고, 고아원에서 밥 짓는 봉사하는 아줌마는 조리사협회에서 고발해야겠다”는 말로 한의협의 태도를 비난했다.

하지만 논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경찰의 출석 통보를 받은 날, 자원봉사 중 한 명이었던 A(67)씨는 강남구자원봉사센터로부터 자원봉사에 대한 은배지 수상 소식을 들었다. 그는 “똑같은 사안을 가지고 정부기관이 대하는 태도가 극과 극”이라며 “말 그대로 황당하다”고 털어놨던 것.

강남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앞으로의 활동 여부는 법적인 판단에 따라 하겠지만 이전의 실적은 인정해 드려야겠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아직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봉사는 인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같은 사안을 가지고 정부가 병주고 약주는 각기 다른 행태를 보여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는 게 그들 지원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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