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쒀서 개준 꼴?


대부업인 ‘깡’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휴대폰깡, 차깡 등에 이어 넷북깡과 세금카드깡까지 등장했다. 급전을 마련해준다는 ‘깡’의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이에 넘어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러한 물건을 팔면 현금을 주겠다는 알선업체들의 광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서민들이 이러한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데다 어린 청소년들까지 동원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서민 울리는 ‘깡’의 진화를 짚어봤다.



일선 시군구 홈페이지에서 지방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때 다른 사람 소유의 카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세금카드깡 수법이 경찰에 처음 적발됐다.

대부업인 ‘깡’의 진화, 휴대폰깡, 차깡에 이어 넷북깡과 세금카드깡까지 등장
60% 금액을 사용자에게 현금으로 지급, 대부업체 40%의 수수료 떼는 구조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서민들 쉽게 현혹돼, 소액 대출엔 어린 청소년들까지
불법 대출 받을 때 알려준 개인정보 대부업자 통해 악용, 2차 3차 피해 우려

지난 2일 경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부동산 취득·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법무사 사무장 박모(45)씨와 카드깡 업자 등 25명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0월까지 고객이 납부를 의뢰한 지방세 대금을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들의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대납하는 수법으로 250억원대의 카드깡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남 좋은 일 시켜?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대납금액의 27~30%를 수수료로 떼 70억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법무사 사무장 10%, 카드깡 업자 2~3%, 카드 모집책 15~17% 등으로 분담한 역할에 따라 최고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급전을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7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카드 신속 대출’이라는 인터넷 광고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 급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대체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활동하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대출 알선 사이트가 성인인증을 받게 돼 있는 제한 검색어이긴 했지만 사이트로 접속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던 것. 여기에 휴대전화 소액 결제를 통해 대출을 해주는 한 대부업체 사이트에 들어가 안내된 전화로 문의를 해봤다.

먼저 대부업체는 “고객님이 게임 같은 거를 결제 한다고 소액결제 금액으로 구입을 하는 게 있다”며 “그것을 사는 건데, 예컨대 6만원을 결제하면 고객한테 지급해 드리는 금액은 3만6000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40%를 떼는 거냐고 묻자, 그는 “40%에서 중간수수료가 따로 지급되는 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수수료 부분은 100% 먹는 건 아니고 거기서 또 따로 나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짐짓 당황했는지, “지금 대부분이 그런 추세”라고 덧붙였다.

결국 휴대전화 대출이란 휴대전화를 이용한 소액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었다. 대부업자를 통해서 게임 아이템 금액 가운데 60%의 금액을 사용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고, 대부업자는 사용자 휴대전화를 통해 구입한 게임아이템을 불법 아이템 매매상을 통해서 되팔게 되는 식이다.

이때 사용자는 결제한 금액의 60%를 현금으로 쓰지만 한 달 뒤에는 전액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대부업자는 사용자에게서 뗀 40%의 수수료와 아이템 거래를 통해 남긴 이익까지 폭리를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휴대폰 결제가 되는 기간은 1달에서 2달 정도 사이가 걸리는데 60%를 지급하고 40% 정도를 대부업체들이 가져가는 구조가 된다”며 “그것을 연리로 따지게 된다고 보면 대부분 200%에서 500% 정도의 이자율이 나와 사용자는 빚더미에 앉게 되도 대부업자는 돈을 벌게 된다”고 설명했다.

‘깡’도 유행 따라 진화

이처럼 급전을 마련해준다는 명목으로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든 서민들을 노리는 ‘깡’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휴대폰깡, 차깡 등에 이어 넷북깡과 세금카드깡까지 등장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발각된 ‘세금까드깡’ 말고도 ‘넷북깡’이 한참 유명(?)세를 타면서 젊은 사람들까지도 이러한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 등 기본적인 기능만 살린 간소한 형태의 노트북인 넷북은 휴대하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해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러한 여세를 몰아 새로운 ‘깡’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엔 이동통신사들이 지난해 6월부터 와이브로 상품 가입 혜택으로 넷북을 24개월 할부로 판매한 것이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신용등급 8등급까지도 와이브로 상품에 3건까지 가입이 가능해 넷북 3대를 내다 팔면 상당한 목돈을 당장 쥘 수 있게 된다고 유혹했던 것.

하지만 넷북깡 업체들이 보통 넷북을 사들이는 금액은 45만원 정도로 이 경우 와이브로 사용료와 부가세, 넷북 할부요금까지 합치면 월 15만원 가량씩 2년간 모두 364만원 정도를 부담하게 돼 연이율 80~90%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돈이 급한 서민들은 무조건 그들의 말만 믿고 넷북을 사들이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넷 포털에는 넷북을 팔면 현금을 주겠다는 알선업체들의 광고나 ‘넷북 급매’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신용불량자인 A(30)씨 역시 최근 급전이 필요하던 차에 신종 IT 기기인 ‘넷북’을 이용하면 곧바로 100만원대의 목돈을 쥘 수 있다는 얘기를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 상품에 가입하면, 70만원대 넷북을 24개월 할부로 살 수 있는데 이를 되팔면 된다고 했던 것.

A씨에게 쪽지를 보낸 넷북깡 알선업체는 “카드나 통신요금을 연체한 분들도 3대까지 넷북을 할부 구매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 팔면 한 대당 45만~5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A씨로선 140만원 가량을 바로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2일 현재 한 인터넷 중고 직거래 카페의 노트북 게시판에 올라있는 판매 게시글 500여건 중 60여건이 사용도 하지 않은 넷북을 싸게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즉, 와이브로 업체에서 할부로 산 제품들을 현금화를 위해 팔고 있는 거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매매하기 쉬운 인기 차종 차량을 카드 할부로 구입한 후 중고차 시장에 되팔아 목돈을 마련하는 '차깡' 도 성행하고 있었으며,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등의 전자 상품을 카드로 결제한 후 되파는 형태의 고전적인 카드깡도 여전했다.

더욱이 최근엔 업체들의 알선방법이나 속이는 방법 역시 점점 다양해지고 더욱 교묘해지면서 이러한 수법에 속고 있는 사람 또한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들 대출 광고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각종 무가지나 생활정보지에서도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용돈이 궁한 청소년들에게 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던 것.

특히 휴대전화 소액대출의 경우 대부분 부모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겐 손쉽게 대출을 이용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었다. 거기다 휴대전화 대출을 이용했다 해도 요금고지서에는 결제대행업체의 이름만 표시되기 때문에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 아닌 미봉책


사실 정부는 지난해 말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휴대폰 결제를 이용해 대출하는 행위는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 작년 3월12일 민주노동당이 국회 정론관에서 대부업 관련 입법 발의를 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이러한 업체 등을 조사해 경찰에 고발하는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대부업체들은 인터넷을 통해 공공연히 활동하고 있는데다, 대출을 받을 때 사용자가 알려준 개인정보는 대부업자를 통해 악용될 우려까지도 내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자신들을 등록까지 마친 안전한 업체라고 설명한 대부분의 대부업체 직원들은 “주민등록증 사본을 보내주면 5분 안에 휴대전화를 개통해 소액결제를 마치고 결제 금액의 60%를 송금해주겠다”며 “등록번호는 마음만 먹으면 다른 업체의 것을 충분히 도용할 수 있다”고 요구하는 식으로 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는 곧 제2, 제3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부업체들의 부당광고 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제도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부를 우선 조회하고 대부업체를 통한 불필요한 신용조회 등을 자제하는 등 소비자들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부업인 ‘깡’은 절대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의 상황을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더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한 전문가는 “정말 돈이 급할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등록됐는지 여부부터 확인해보고 돈을 빌려야 된다”며 “평소에도 신용관리를 열심히 해 불법 대부업의 ‘깡’을 통한 2차 범죄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부업]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한 유의사항
“신용조회 기록↑, 신용 점수↓”

① 제도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우선 조회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은행 등 제도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바로 대부업체를 이용함에 따라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어 대부업체를 이용하기 전에 반드시 제도금융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우선 알아봐야 한다.

② 불필요한 신용조회 또는 대출상담 자제
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부업체의 신용조회 기록이 많을수록 그 소비자는 신용점수가 낮아져 향후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신용조회 기록은 3년간 보존되므로 소비자들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대부업체와 대출상담을 해야 한다.

③ 본인의 신용도에 비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 유의
‘누구나 대출’, ‘신용불량자 가능’ 등 일반상식 수준을 벗어난 광고를 하고 있는 대부업체는 무등록 업체이거나 불법행위를 자행할 가능성이 높은 업체이므로 이들에 대한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합법적으로 대부업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신용불량자 등 신용등급 이 극히 낮은 고객에게는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음).

④ 대출문의 전에 해당 대부업자가 대부업 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 확인
대부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대부업법 제3조(등록)에 의거하여 관할 시·도지사에게 등록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소비자가 대부업자를 이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무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경우 법적 한도를 초과한 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타 부당행위를 당할 우려가 높음).

⑤ 대부업법령을 숙지
대부업법령에는 대출이자율 제한, 대출중개수수료 수취 금지, 불법적 채권추심행위 유형 등이 세부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부업체를 이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사전에 동 법령에서 금지하고 있는 위법행위 내용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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