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는 약 2100년 전의 역사책이다. 총 분량 130권에 글자 수는 무려 52만6500자나 된다. 다루고 있는 시간은 3000년 이상으로 중국사 전체의 5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

사마천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관(史官) 직에 있으면서 역사책을 준비하다가 마흔 일곱의 나이에 뜻하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하게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미처 끝내지 못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해 사마천은 사형보다 더 끔찍하고 치욕스러운 ‘궁형’(宮刑)을 자청한다.

춘추전국시대에 행해졌던 ‘궁형’은 남,여의 생식기에 가하는 형벌로서, 남성은 생식기를 제거하고, 여성은 질을 폐쇄하여 자손생산을 불가능하게 하는 형벌이다. 이 형벌은 사형을 당하게 되는 죄인에게 사형과 궁형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는데 사형을 선택하면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반면 ‘궁형’을 택하면 그 사람의 모든 명예는 무시되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궁형’이 사형보다 더 큰 형벌로서 인식되었다. 사마천은 이처럼 치욕적인 ‘궁형’을 당하면서도 오직 ‘사기’ 편찬을 위해 매진했다. ‘사기’에는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 대운하공사 이야기 세 가지를 소개해 본다.

첫 번째는 한韓나라 사람 정국이 진秦나라를 교란시킬 목적으로 대규모 운하 공사를 꾸미다가 그 음모가 발각되었다. 정국이 만들던 운하는 자그만치 3백 리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로서, 진나라의 인력과 비용을 탕진시켜 국력을 약화시키려는 한나라의 계략이었다.

두 번째는 월나라 정치인 구천은 오나라를 섬기며 매년 금은보화와 미녀를 바쳤는데 그중 서시라는 절색의 미녀가 있었다. 구천의 신하인 범려는 미녀들을 스파이로 교육시키는 역할을 하는 도중 서시의 연인이 되어 범려의 아이를 임신한바 있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오왕에게 그녀를 선물로 보내게 된다. 서시를 본 오왕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했고 그녀가 하고싶은 일은 무엇이든 허락하게 했다. 특히 그녀는 뱃놀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 오왕은 대운하 공사를 벌였다. 이로인해 오나라 국력을 낭비했고 높은 세금과 강제노역으로 백성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서시의 대운하공사로 인해 오나라는 패망하게 된다.

세 번째는 수양제의 대운하공사다. 중국을 통일을 한 수양제는 대운하공사를 통해 물적, 인적 교류를 실시했고 강대한 수나라를 만들 수 있었다.수양제는 대운하를 건설할 때, 40여개의 행궁을 지었으며, 운하 옆에는 대로를 건설해서 그 옆에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심었다. 대운하 건설에는 자그마치 1억 5천만 명이나 동원되었고, 심지어는 운하에서 얕은 지대가 발견되자, 수양제는 관리 책임자와 인부 5만명을 강가에 생매장하는 극악무도함을 보였다. 수양제의 대운하공사 시도는 높이 평가 받지만 폭군이었던 수양제는 결국 대운하와 고구려 침공으로 나라가 없어지는 불운을 맞게 된다. ‘서시’를 보면 알수 있듯이 중국에서는 대운하 공사를 해서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