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샀지만 주변엔 가시밭길만?

대한항공이 서울 도심지 한복판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해 뒷말이 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이 들어설 곳 바로 옆에 우리나라의 주요 고궁문화재인 경복궁 등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호텔 부지 인근에는 길 하나를 두고 풍문여자고등학교 등의 학교시설이 위치해 이곳이 숙박시설 등이 들어설 수 없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여서 뒷말을 더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호텔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난관에 부딪혀 사업계획 축소 또는 좌초위기가 예상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을 둘러싼 일각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대한항공, 2900억원에 매입한 경복궁 일대 부지에 7성급 ‘부티크 호텔’ 건립 추진
인근 학교시설 때문에 유해시설로 분류된 호텔 건립 난관 봉착, 사업 축소될지도?

▲ 대한항공


국내 굴지의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 일대에 7성급 테마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로 미 대사관이 숙소를 이전하면서, 지난 1997년 삼성그룹이 미술관을 짓기 위해 이 부지를 1400여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 현재는 건축물들의 대부분은 철거된 상태로, 빈 부지 주변으로 높디 높은 담벼락만 남아 있는 상태다.


7성급 호텔 건립 나선 대한항공

하지만 삼성이 용산구 한남동에 미술관 ‘리움’을 세우면서 더 이상 부지가 필요 없게 되면서, 지난해 대한항공이 이곳을 삼성 측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 부지 일대에 연면적 13만7440㎡에 지상 4층·지하 4층 규모의 7성급 ‘부티크 호텔’과 문화 및 집회시설(전시장) 건립을 계획중이다. 부티크 호텔이란 객실 수는 적지만 화려하게 꾸며진 테마호텔을 이른다.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 계획이 알려진 것은 지난 9월 중순. 당시 대한항공은 이곳에 밀라노의 ‘불가리 호텔’을 벤치마킹한 부티크 호텔의 컨셉트를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면서 대한항공은 기존의 대형 호텔과는 달리 주변의 갤러리와 공연장 및 체험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목적 공연장 등을 세워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국내 최고급 호텔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과 광진구 광장동 W호텔 등도 6성급 밖에 되지 않아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난관 봉착

하지만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일각으로부터 뒷말이 일고 있다.

뒷말의 골자는 대한항공이 호텔 부지로 선정한 ‘송현동 49-1번지’ 일대는 호텔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일대에는 경복궁, 광화문과 같은 문화유적지가 인근해 최고고도가 16m밖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풍문여자고등학교, 덕성여자중·고등학교 등의 학교시설이 길 하나를 두고 인접해 있어 학교보건법상 호텔 등의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 지역(절대정화구역)에는 유해시설로 규정된 호텔 등을 지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이내 지역 중 절대정화 구역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에도 ‘학교환경 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를 통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 해제됐을 시에만 호텔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항공도 지난달 초 해당 교육청인 서울중부교육청에 심의 신청서를 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곧바로 문서 보완 등의 이유로 신청을 취하했다.

▲ 대한항공 복합문화단지 예정지


지난 6일 서울중부교육청 해당과의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항공이 심의 신청서를 작성했었지만 서면상 요건이 되지 신청 접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원이 접수되면 공휴일을 제외한 15일 동안 해당지역의 학교장 의견을 수렴하고, 기존 심의들의 판단 등을 참고해 정화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까지 대한항공 측의 심의 신청서는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호텔로 돈 벌 생각 없다?

하지만 호텔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학교 학부모들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이 부지 일대는 앞서 언급했듯 경복궁과 광화문 등 유적문화재가 위치해 상업시설을 짓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만큼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과거 미 대사관 측도 덕수궁 인근에 대사관 직원 숙소를 지으려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7성급 호텔 건립 계획이 축소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공 측은 아직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이르다고 반박했다.

지난 7일 대한항공의 관계자는 “7성급 호텔을 짓는다는 것은 잘못된 보도”라며 “복합문화단지 건립을 계획중이며 호텔 시설은 그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현재 사업계획안을 수정·보완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보도처럼 초호화호텔을 지어 수익을 낼 생각이었으면 그 부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연 문화 등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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