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와 갈등관계만 심화돼

우리금융 사외이사, “기업가치 제고차원에서 경영원리에 입각해 스톡옵션을 주기로 한 이사회 결정이 정치논리에 의해 평가 절하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부 고위관계자, “경제부총리도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로 낙마하는데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에서 무슨 스톡옵션이냐” 우리금융이 최근 황영기 회장의 스톡옵션 반납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강석진(전 GE코리아 회장) 사외이사가 지난 17일부로 사표를 내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예보가 직접 개입해 이사회 결의를 번복하도록 요구, 우리금융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강석진 씨는 “우리금융의 주인은 예보가 아니다”라며 “기업가치 제고차원에서 경영원리에 입각해 스톡옵션을 주기로 한 이사회 결정이 정치논리에 의해 평가 절하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 경영진이 과연 스톡옵션을 받을 정도로 경영실적이 호전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 사외이사들이 CEO나 행장의 독단경영에 대한 견제는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수행, 금융기관 사외이사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스톡옵션 스캔들은 금융지주사 도입초기에 따른 이사회 운영상 미비점과 공적자금 회수에 역점을 두고 있는 예보간에 발생한 일시적인 마찰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사회에서 견제기능을 담당해야할 사외이사들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 현행 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난 데 따라 앞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개선노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 예보 vs 우리…깊어진 갈등 우리금융 스톡옵션논란을 계기로 예보와 갈등관계가 깊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우리금융 황영기 회장이 스톡옵션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하자 17일에 강석진 사외이사 사퇴가 이어졌으며 향후 사외이사들의 집단적 반발재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외이사들은 적법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한 이사회의 결의내용을 예금보험공사가 간섭하는 것은 우리금융의 이사회기능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석진 사외이사는 “기업가치 제고차원에서 경영원리에 입각해 스톡옵션을 주기로 한 이사회 결정이 정치논리에 의해 평가 절하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은행노조도 최근 스톡옵션 파문에 대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금융기관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단초가 아니냐며 예보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 지분의 79%를 보유하고 있는 예보는 최근 황 회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임원 스톡옵션에 문제가 있었다며 모든 스톡옵션 포기를 요구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황 회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을 반납하면서 “다른 경영진에게 이미 부여된 스톡옵션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언급, 예보입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의견을 밝혔다. 우리은행노조 관계자도 “우선 기업가치를 제고해야할 예보측 입장에서도 역기능만 강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자율경영권의 침해에 대해 공개질의서를 보내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인센티브의 일종인데 CEO는 못 받고 나머지 임원만 받는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스톡옵션 부여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도 “경제 부총리도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로 낙마하는데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에서 무슨 스톡옵션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우리금융과 예보간 갈등양상은 당초 스톡옵션 부여에 대한 결정과정에서 촉발됐는데 현 경영진은 외부기관 및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예보의 반대의견을 묵살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외이사로 구성된 우리금융 경영발전위원회는 지난 2월초 외부기관 자문을 얻어 황 회장에게 30만주를 부여키로 하는 등 스톡옵션안을 마련, 예보측에 제시했었다. 예보는 황 회장에 대한 스톡옵션을 15만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영진은 지난 2일 경영발전위를 개최해 결국 황 회장 앞으로 25만주를 부여하는 방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예보는 표 대결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 임원진에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황 회장과 고교동창인 예보 최장봉 사장 역시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은행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비판수위를 높였다. ■ 이사회 무력화…수면 아래로 한편 황 회장의 스톡옵션 전량 포기에도 불구하고 스톡옵션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곤혹스러웠던 우리금융은 당초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의 스톡옵션 반납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스톡옵션 부여는 예보출신 사외이사를 포함해서 장장 8시간이 넘는 이사회의 토론을 통해 절차상 하자 없이 내려진 합리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다른 사외이사들은 비교적 신중한 태도로 앞으로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로 방침을 확정한 만큼 빠르게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집단사퇴는 않기로 했으며 황 회장과 같이 스톡옵션 전량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의견을 표명해 이번 사태가 일단 해결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향후 적극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예보와의 갈등관계가 잠재된 만큼 집단반발이 재발될 여지도 많은 상황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당초 경영자율성 제고 및 성과시스템 확립차원에서 스톡옵션 부여를 의결했으나 실제가치보다 수량에 대한 논란만 일어났다”며 아쉬움과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적법절차에 따른 금융기관 이사회의 결정내용에 대해서도 정부가 개입, 의결의 번복시켜 경영자율성을 침해한 선례가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임에도 불구, 정당한 이사회 의결이 번복된 만큼 자율성 침해논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영진으로 하여금 경영효율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로서 현행 스톡옵션제의 이미지를 왜곡시킬 수 있어 금융권은 물론 국내산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 연봉 수천만원에 거수기 논란 한편 이번 우리금융의 스톡옵션 논란을 계기로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돼왔던 금융기관 사외이사제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수천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금융기관 사외이사가 독단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도입목적과 달리 이사회에서 반대의견도 내지 않아 사실상 거수기라는 비판까지 받는 실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사외이사를 포함해서 이사회에 상정될 안건들에 대한 논의는 사전에도 이뤄지기 때문에 미리 이견이 조율됨에 따라 반대의견이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사외이사가 기존 경영진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로 채워져 경영투명성 제고,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4대 시중은행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의결과정에서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경우는 국민은행에서 1건이 전부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그나마 대학교수·전문경영인·법조인들이 담당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에서 이사회 개최직전에야 논의안건을 통보하는 등 충분한 사전검토가 이뤄질 수 없도록 유도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현재 금융권 사외이사들 가운데는 본업에 따른 개별일정을 들어 이사회에 참석한 적이 없으면서도 막대한 보수만 받아 가는 불성실 사례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전문가들은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거나 불성실한 사외이사를 퇴출시킬 수 있도록 금융감독 관계규정을 개정, 사외이사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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