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노동부 장관 후보자


공무원 교육법 위반 의혹, 위장전입, 주식투자 의혹, 인사청문회 지연 등 순탄치 않는 임명 동의
정치권 관계자들 “갈등 관계의 의견 조율하는데 탁월한 능력 발휘, 노동부 장관으로 적격”평가

대선후보 경선 이후 대선후보 및 당선인 비서실장에 발탁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역할을 해 왔던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노동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우선 탁월한 이해관계 조정능력과 다양한 의정 활동 경험으로 국회와 공조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복수노조 허용 여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 후보자가 올해 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외부세력이 개입된 정치 투쟁”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근거로 노동계에 대한 강경 기조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중한 성격과 처신에 입이 무거운 그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노동부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견고히 세워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 그의 임명을 앞두고 인사청문회가 열리면서 국비해외연수 뒤 의무복무 기피 논란 등 임명이 순탄하지가 않을 전망이다.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야의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위장전입 의혹은 물론 공무원교육훈련법과 농업협동조합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도덕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산적한 각종 의혹들

홍희덕(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14일 임태희 노동부장관 내정자가 해외연수를 받은 뒤 채워야 할 의무 복무기관을 마치지 않은 채 총선에 출마해 공무원 교육훈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
홍 의원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 근무하던 1996년 7월부터 1998년 6월까지 영국 옥스퍼드대 객원연구원으로 훈련을 다녀왔다. 복귀 뒤 임 내정자는 2000년 5월까지 근무를 했어야 함에도 1999년 12월16일까지만 복무한 뒤 다음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

국가 공무원이 국민들의 세금인 국비를 받아 국외훈련을 받고도 법에 의한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총선출마라는 개인의 영달을 위해 국민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린 행위는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임 내정자 측은 5개월 국외훈련비는 관련법에 따라 반납했다며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은 또 지난 14일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농업인도 아니면서 불법으로 농업협동조합에 가입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영국에서 국외훈련 중이던 지난 1998년 1월 880여만원을 출자해 경기도 성남의 낙생농업협동조합에 가입했다.
홍 의원은 “임 후보자가 농업인이어야만 조합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 농업협동조합법을 위반했다”며 “불법을 무릅쓰고 농협에 가입한 이유와 경위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내정자 측은 “1998년 당시 농협에 가입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다만 낙생농협 설립자인 아버지가 2003년 4월 사망해 규정에 따라 조합원 자격을 승계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조합에 가입할 당시에 임 내정자는 96년 7월부터 98년 6월까지 영국에서 국외 훈련 중이었던 것.

홍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만 봤을 때 이는 명백한 불법으로서 임 내정자가 불법을 무릅쓰고 협동조합에 가입했던 이유와 그 경위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며 “공무원교육훈련법 위반과 더불어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 장관 내정자라 하기에 자질이 심각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내정자 측은 “판교에서 5대째 사시면서 농업에 종사했던 아버님이 조합원이었고 돌아가시기 전에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원이 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은 하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의혹...불가피한 측면 시인

위장전입 의혹도 제기 됐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9일, 임 내정자의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1984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또 1987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경남 산청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김 의원은 “임 후보자가 군 복무 시절(공군장교·1984년 12월8일~85년 2월28일)과 재무부 사무관 근무 시절(87년 10월30일~88년 4월13일) 두 차례에 걸쳐 경남 산청읍에 전입해 있었다”며 “투표권 행사를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냐.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공무원 신분으로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임 내정자의 장인은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이고, 이 시기는 권 전 대표가 12, 13대 총선에서 이 지역 선거를 준비했던 시기와 겹친다. 민주당은 또 “이명박 정부에서 입각하려면 위장 전입은 필수 코스냐”며 공격을 계속했다. 임 후보자 측은 “장인이 출마하면서 하는 부탁인데 인간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또 임 내정자의 병역과 학력 자료에 따르면 그는 장교로 복무하며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석사 과정을 마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도 제기됐다.
임 내정자는 1980년 대학원에 진학한 뒤 같은해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84년 8월 석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1982년 8월부터 85년 7월까지는 공군 장교로 복무한 것.

김상희 의원은 “특수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을 군복무를 하며 다녔다는 것, 그 와중에 석사논문까지 제출해 학위를 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군 복무 생활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석사학위 취득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임 내정자의 자녀들은 10대 미성년자였음에도 천만 원대 주식을 보유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2000년 임 내정자의 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당시 15살과 14살인 장녀와 차녀는 각각 천 8백여 만원 상당의 투자신탁증권을 보유했으며, 이 계좌는 꾸준히 불어나 두 딸이 각각 19세가 됐을 때는 2천 7백
여 만원, 3천 4백여 만원으로 증가했다.

김 의원 측은 “임 내정자의 2000년 재산등록현황을 확인한 결과 15세, 14세이던 장녀와 차녀가 각각 1800여만 원어치의 투자신탁증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며 “미성년 자녀가 주식투자를 한 것인지, 임 내정자가 자녀 명의로 투자를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내정자 측은 “(자녀의 주식투자 의혹은) 이름이 투자신탁증권일 뿐 일반 예금상품이며 주식 투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지난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의 ‘조건부 거부’로 인해 끝내 무산된 것.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은 지난 7월 비정규직법 단독상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와 자신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이날 예정된 청문회 개최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환노위가 추미애 개인 위원회냐”고 추 위원장을 강력 성토하며 오는 22일까지 청문회를 열라고 촉구했고, 민주당은 “결자해지 하라”며 한나라당의 입장 변화를 요청했다.

임태희, 현장감가진 조율의 마법사

노동부는 임 내정자가 3선 중진의원으로 탁월한 이해관계 조정능력과 다양한 의정 활동 경험으로 국회와 공조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복수노조 허용 여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와 일각에서는 임 후보자가 올해 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외부세력이 개입된 정치 투쟁"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근거로 노동계에 대한 강경 기조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부 사무관급 한 직원은 “현 장관이 학자 출신이라 유연한 면이 조금 부족했지만 임 후보자는 정치인 출신의 ‘실세 장관’이고 행정 경험도 있는 만큼 현안과 관련한 여러 갈등을 잘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또 임 내정자가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지내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본 적이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임 내정자는 올해 초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과 협의 테이블을 주도하면서 합의 도출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노총 이승철 대변인은 “임 후보자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경험이 없고 노동문제 비전문가인데 친이 계열이라는 이유로 장관으로 온 것 같아 우려된다”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쌍용차, 비정규직 문제 등 산적한 노동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임 내정자가 올해 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외부세력이 개입된 정치 투쟁”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근거로 노동계에 대한 강경 기조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임 의원이 노동조합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파괴의 대상으로 보는 그동안의 정부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파행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 및 복수노조 허용 등 현안이 산적한 노동부 수장으로서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길은 멀고 험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는 상태인데다 복수노조 허용이나 전임자 금지 등 지난 3년간 유예됐던 현안이 줄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올해 초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으로 비정규직 개정 문제를 논의하면서 노동계와 인연을 맺었다.

임 후보자는 입이 무겁고 신중하며 말을 많이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주로 듣는 편이다. 민심을 직접 듣기 위해 일부러 택시나 지하철을 이용하기도 하고, 중소기업이나 건설업계 등 현장에 직접 찾아가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메모해놨다가 정책에 반영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이해집단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의 경우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물밑에서 조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 노동부 장관으로 적임이라는 평가다.

경제 위기 당시 지급 보증안 등 여야 간 의견 충돌이 극심한 사항도 임 후보자는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을 직접 찾아가 몇 시간이고 토론을 거쳐 타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때문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임 내정자의 경우 노동계 배제 전략으로 일관해왔던 이영희 노동부 장관과는 달리 대화와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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