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사태로 생긴 사회적 전염[전격진단]


신종인플루엔자A(H1N1)가 ‘가을 대유행’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2일에서 18일 엿새 만에 무려 3명의 사망자를 더 낸 신종플루는 이로써 9명의 사망자와 만 여명에 가까운 감염자를 기록, 그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전염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망자 중 8명이 ‘고위험군’에 속하는 60대 노인들로 이들은 아예 집밖에 나가길 꺼려하고 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국제행사와 지자체 행사는 연달아 취소되고 일부 학교는 휴교를 선언했다. 때문에 국회와 의료단체는 지난 15일 신종플루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벌이며 ‘신종플루 예방법’을 홍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감염자와 잇따른 사망자에 사람들의 불안은 식을 줄 모르고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혼란 속에 신종플루 예방 용품인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이 불티나게 팔려 일부 업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는 별난 현상마저 일어났다. 이에 본지가 신종플루 사태로 생긴 사회적 전염을 전격 진단해봤다.

▲ 지난 12일에서 18일 엿새 만에 무려 3명의 사망자를 더 낸 신종플루는 이로써 9명의 사망자와 만 여명에 가까운 감염자를 기록, 그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전염도 확산되고 있다.


‘신종인플루엔자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이 지난 15일 개최됐다. 이번 캠페인을 주최한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최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신종플루의 예방을 위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와 함께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9명 사망자 중 8명, ‘고위험군’ 속하는 60대 노인, 집 나가기 무서워
위생용품 품귀 현상 일부 업계 호황 or 비좁은 공간은 전염될까 불황
국제·지자체 행사 취소 됐다 살아나 오락가락 정책, 국민 불안감 증대
대국민 홍보 캠페인 말고 대책 없는 정부, 사회적 전염 확산시킨 주범

더욱이 대한의사협회 김현수 회장은 “신종플루에 대한 적절한 예방수칙과 행동요령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단체들의 당연한 책무”라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이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국회 대회의실에서 지난 15일‘신종인플루엔자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이 개최됐다.


하지만 이들이 그토록 우려하는 국민적 불안감은 지난 16일에서 18일 3명의 사망자를 더 내면서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됐다.

때 아닌 호황 or 불황?

신종플루 예방용품인 마스크와 손세정제, 체온계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아예 신종플루 예방용품 매장을 따로 마련한 실정.

온라인 쇼핑몰에는 그러한 예방용품에 품절이라는 글자를 달며 때 아닌 품귀현상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이마트는 사망자가 급증한 지난 15일과 16일 사이에 손세정제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27%가 늘었으며 마스크와 구강청결제의 매출도 각각 5%와 10%씩 신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경우 손세정제는 무려 220%, 마스크와 구강청결제는 30%와 15%의 신장률을 기록한 수치였다.

이는 다른 업계들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는 비누와 핸드워시 등 세안용품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21.3%가 늘었으며 롯데마트 역시 액상비누 판매가 전주 같은 기간에 비해 36.3% 신장했다.

편의점 또한 이러한 위생용품의 판매가 갑자기 급증했는데 잘 팔리지 않던 마스크를 다시 매장 전면에 진열하고 관련 위생용품의 발주를 추가로 늘리는 업계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신종플루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신종플루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진 것”이라며 “이러한 불안감이 개인위생에 대한 주의로 이어져 결국 위생용품의 구매결과로까지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 불안 현상을 악용해 한 몫 챙기려는 업계도 생겨났다.

그들은 대체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활동하며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글과 함께 예방용품의 구매를 유혹하는 글을 남겨놓았다.

뿐만 아니라 신종플루 증상이 7일 이내 37.8도 이상의 발열로 알려지면서 체온을 재주는 신종알바까지 등장한 것.

때문에 한 업계관계자는 “신종플루 사태와 관련 각종 보건용 제품에 대한 규격을 엄격히 고시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도 그 효능이 인증된 제품인지를 철저히 따져서 구매해야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난데없는 불황을 겪는 업계도 있었다.

일부 위생용품이나 제약업계들이 판매고를 올리며 호황을 누리는데 반해 일부 학원가나 노래교실, 헬스장 등 실내에서 다른 사람들과 호흡해야 되는 업계들은 때 아닌 불황에 허덕이게 된 것.

실제로 외국인 강사가 많은 어학원을 비롯, 일반학원들은 비좁은 곳에서의 전염가능성을 우려해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

이처럼 국민적 불안감이 극에 달하자 지자체와 학교, 단체 등에서 각종 행사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에 있는 지자체의 경우엔 행정안정부가 나서 신종플루 유행을 우려, “연인원 1000명이상이 참석하고 2일 이상 계속되는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전달했던 것.

거기다 정부는 자치단체가 이러한 운영지침을 이행하지 않고 행사를 강행해 신종플루가 발생할 경우 재정적인 패널티는 물론 행사 개최 관련 책임자와 관계공무원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 8일 122건의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기(11건) 되거나 축소(15건)된 건까지 합치면 경기도에만 무려 148건의 행사가 신종플루의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일부 지자체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가 갑작스런 행사취소로 인해 하반기에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정부의 과민반응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관광관련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게 될 입장에 놓인 한국관광공사 역시 “신종플루가 만연하는 다른 국가에서도 국제 행사나 지역축제 등 관광 관련 행사가 취소된 사례가 거의 없다”며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지자체의 행사 취소에 따른 신인도 문제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대규모 국제행사나 노인과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대다수 취소되면서 올 하반기는 ‘문화와 축제가 없는 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금전적인 손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예로 프레 2010 대전백제전행사의 경우 행사취소로 인한 손해액이 14억원에 달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을 두고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덮어놓고 무조건적으로 피하지만 말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되자 행정안정부는 지난 2일 지자체에 전달한 정책을 9일 만인 지난 11일 바꿔 “65세이상 노인이나 만 5세 미만 영유아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내공간에서 열리는 행사에 대해서만 취소 또는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정부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 정책을 질타하고 나섰다.

그들은 대체로 “신종플루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한 오락가락 정책이 사회적 혼란뿐 아니라 오히려 국민적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염병 확산은 정부 탓?

사실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은 한 여론조사 결과에도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신종플로 감염우려’를 조사한 결과 21.9%가 ‘매우 불안하다’, 47%가 ‘다소 불안하다’고 답해, 68.9%가 불안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이는 3번째 사망자가 나오기 이전에 조사한 결과여서 지금은 더욱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임을 짐작케 했다.

더욱이 이러한 불안감은 WHO(세계보건기구)가 “전 세계 신종플루 감염자 수가 27만7607명(9월6일까지)에 사망자는 3486명(9월13일까지)에 달한다”며 “신종플루가 여전히 지구상에서 확산 속도가 가장 빠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데서도 연유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나친 걱정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신종인플푸 대국민 예방 홍보 캠페인을 벌이며 이러한 국민적 불안감을 가라앉히고자 했다.

이는 이날 이 캠페인에 참석한 의학전문 칼럼리스트인 홍혜걸 박사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신종플루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며 “너무 비관도 낙관도 해서는 안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미국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등교를 거부당한 학생의 예를 들며 “우리사회가 이미 신종플루로 인한 지나친 공포감이 조성돼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너무 겁먹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있어도 안된다”며 “우리 정부는 신속,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신종플루를 제대로 알고 예방 하자’는 정부의 신종플루 캠페인의 취지와 맞아 떨어지는 애기기도 했지만,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정부가 이제 서야 이러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신종플루가 ‘관심’단계에서 ‘주의·경계’단계에 넘어갈 때 까지도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만 준데다 향후 ‘심각’단계로의 상향을 검토 중에 있다고 공고한 지금에도 사실상 대국민 예방 홍보 캠페인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실행한 것이 없어 질책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정부조차도 신종플루를 단순한 질병이 아닌 심각한 전염병으로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불안감을 단순히 예방 캠페인만으로 가라앉히려 하고 있다”며 “신종플루로 생긴 여러가지 사회적 현상 역시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확산시킨 전염병”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 [미니 인터뷰]

▲ 민주당 전현희 의원.


지나친 불안감도 지나친 경각심도 NO! NO!

본지는 지난 15일 ‘신종인플루엔자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주최한 민주당 전현의 의원을 만났다. 그리고 지난 17일 이메일을 통해 신종플루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현재 ‘신종플루 예방 대국민 홍보 캠페인’ 진행 상황은 어떤가.

서울역과 서울광장, 명동, 강남고속터미널, 신촌 현대백화점 등 다중이 모이는 공공시설 앞에서 각 협회별로 대국민홍보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캠페인은 지난 15일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왜 이러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나.

신종플루는 학교 개학 후 잠복기가 끝나는 9월 중순과 추석 이후 10월 초반이 유행확산의 고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종플루 감염을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국민모두가 숙지하고 잘 지킬 수 있도록 세부적인 예방수칙과 행동요령 등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6개의 보건의료단체와 공동으로 캠페인을 개최하게 됐다. 한마디로 신종플루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없애고 평소 위생습관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신종플루를 극복하자는 의미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대처해 나감이 좋겠는가.

다중이 모이는 곳에서의 감염 우려가 높기는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개인위생수칙을 준수하고 전염예방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신종플루에 감염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가볍게 넘어가거나 치료가 되고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라는 점을 고려해야 된다. 언론은 그 위험성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는데 좌중하고 정부역시 신종플루 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예방수칙에 대한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된다. 더불어 국민들이 이에 협조한다면 세계가 처한 위기를 우리 국민은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신종플루 확산이 완화될 것이라고 보는지.

물론 10월과 11월 중 유행이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추석 대이동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국민들이 신종플루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통해 예방에 철저히 신경 쓴다면 상당부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 캠페인으로 국민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기를 바라는가.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자와 만성 호흡기질환자 등 이른바 고위험군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신종플루가 치명적인 질환은 아니라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신종플루가 안심할 수만은 없는 전염성 질환이지만 지나치게 불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이는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고 설사 감염됐다 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만 제때 하면 쉽게 치료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물론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도 소홀해져선 안 된다. 바이러스성 질환이 성행하는 계절이 오는데 감염속도가 빠르기로 알려진 신종플루에 대한 경계심마저 풀어버리면 그것 또한 안 될 말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