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美少) 금융’ 10년간 2조원 조성

정부가 서민의 미소 찾아주기에 나선다. 경기 불황으로 힘겨운 서민의 마음에 따사로운 햇살이 될 이 정책은 저신용 서민의 자활을 돕기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다. 이제 ‘미소(美少)금융’으로 이름을 바꾼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은 지원 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전국 어디서나 신청할 수 있게 개선된다.

서민 자활 지원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이 대폭 확대된다. 향후 10년간 2조원 이상 기금을 조성하고 전국 모든 시군구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취급 기관이 설치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여서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저신용 저소득 서민들도 전국 어디서나 5백만원 안팎의 자금을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9월17일 열린 제31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현재 소액서민금융재단, 보건복지가족부, 중소기업청,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는 무담보·소액 대출, 즉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미소금융사업’으로 묶어 전국적으로 네트워크화하고 자금 규모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미소(美少)금융’이란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대체해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아름다운 소액대출(아름다울 美, 적을 少)’이라는 의미로 명명됐다.

금융위원회가 이날 회의에서 발표한 ‘서민의 자활 지원을 위한 미소금융(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 대폭 확대’ 방안에 따르면 기존의 소액서민금융재단을 (가칭)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확대 개편해 미소금융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소액서민금융재단은 ‘휴면예금관리재단법’에 따라 지난해 3월 설립됐으며 휴면예금 관리와 이를 통한 복지사업의 지원·감독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저신용 저소득층에 무담보 소액신용대출 확대

이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주무 기관별로 분산된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을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중심으로 묶어 전국 2백49개 시군구 모든 곳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 한 곳 이상을 설치한다. 최대 3백 개 이상 전국적인 마이크로 크레디트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마이크로 크레디트 취급 기관은 수도권과 광역시 등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어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서민들은 소외돼왔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양극화가 심화돼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서민층이 증가한 데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저신용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 안전대책이 절실했다.

그동안 정부가 신용회복 지원, 저금리 전환대출 등 다양한 서민금융 대책을 내놓았지만 경기침체로 크게 늘어난 서민금융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는 충분치 못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올 8월까지 △신용회복기금 1만4천5백61건 △신용회복위원회(개인워크아웃, 개인프리워크아웃) 12만4천9백71건 등 서민금융 지원을 해왔으며 재래시장과 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도 2~3.5퍼센트에서 2~2.2퍼센트로 인하하는 등 다각도 지원을 해왔다.

향후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중추 기능을 하게 될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민간 기부 등을 중심으로 사업재원을 조성해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자금 운영 규모가 대폭 확대된다.

미소금융사업에는 앞으로 10년간 2조원 이상 기금이 조성된다. 올해만 약 3천억원의 기금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러한 규모는 과거 10년간(2000~2009년) 마이크로 크레디트 지원 규모(1천4백80억원)의 13배 이상이다. 앞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을 포함해 재계에서 약 1조원의 기부금을 조성할 계획이며, 휴면예금 출연금(7천억원)을 포함한 금융권 기부금도 1조원에 이르는 등 모두 2조원의 미소금융 기금이 조성될 예정이다.

‘자활’ 목표 창업·경영 컨설팅 전문가 지원도

정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20만~25만 가구 이상의 저소득층이 미소금융사업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소금융법인은 앞으로 영세사업자, 전통시장 상인, 프랜차이즈와 일반 창업, 자활단체의 공동 대출, 사회적 기업 등에 대해 5백만~1억원까지 시장 금리보다 2, 3퍼센트 낮은 금리로 1~5년간 대출하게 된다.

지역 미소금융법인을 신설하는 작업은 향후 2단계로 나누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1월까지 지역 미소금융법인을 모집하는 등 준비기간을 거쳐 올 12월부터 1단계로 20~30개의 지역별 법인을 설립한다. 다음 2단계로 내년 6월부터 전국에 최대 3백 개 수준의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해 미소금융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따라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전국의 영세상인과 서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을 공개모집할 예정이다.

지역별 미소금융법인은 대출기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활’을 목표로 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의 특성을 살려 소상공인진흥원 소속 전문가(RM) 등의 지원을 받아 창업과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게 된다. 또 상담자에게 채무재조정이 필요한 경우 신용회복위원회를 연결해주는 신용회복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1970년대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등 해외에서 금융 소외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마이크로 크레디트 제도는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2000년 이후 30여 민간단체가 정부 재정, 지자체 예산, 소액서민금융재단 자금, 민간 기부금 등을 재원으로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해왔으나 전체 사업 규모가 작고 효율성이 낮은 데다 서민 접근이 제한되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왔다.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과 배준수 과장은 “지금까지 마이크로 크레디트 성과를 보아 무담보 소액신용대출을 전국으로 확대해도 기금이 부실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기업의 기부금을 유도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상 마이크로 크레디트 기관에 내는 기부금을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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