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차남 대 지는 삼남,‘형제의 난’ 가시화?

60여년 전통의 국내 굴지에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 형제간에 경영권을 둘러싼 대전(大戰)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까닭이다. 최근 대웅제약은 강력한 대권 주자로 꼽혀왔던 윤영환 창업 회장의 삼남 윤재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낙마설’이 나돌며 왕좌를 둘러싼 형제간의 전쟁이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후계구도에서 빗겨져 있었던 차남 윤재훈 부회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 윤재훈 부회장은 그룹의 대표 회사인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김은 물론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지분까지 늘리며 윤재승 부회장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에 본지가 대웅의 왕좌를 향한 차남과 삼남, 두 후계자 사이에 흐르는 이상 기류를 뒤쫓아 봤다.

▲ 대웅제약


국내 굴지 제약회사 ‘대웅제약’, 형제 간 경영권 둘러싼 이상 기류 곳곳서 ‘포착’
대웅의 삼남 윤재승 부회장, 대웅제약 대표이사직 퇴진 이어 지분전량매각 나서


간장약 ‘우루사’로 유명한 제약회사인 대웅제약의 2세 간 경영권을 둘러싼 이상 기류가 곳곳에서 포착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웅제약의 후계자로서의 자리를 다져왔던 윤영환 창업 회장의 삼남 윤재승 부회장이 지난 7월말 갑작스레 대웅제약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앞서 지난 5월 윤재승 부회장은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그룹의 지주회사인 (주)대웅으로 자리를 옮겨 업계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있다.


대웅엔 없는 장자승계원칙

지난 1958년 부산의 작은 약국을 모체로 시작해 대한비타민 주식회사(현 대웅재약)를 인수, 오늘날의 대웅제약을 일궈온 윤 회장에겐 부인인 장봉애씨와의 사이에서 얻은 3남1녀가 있다.

현재 장남인 윤재용 대웅식품 사장을 비롯해 차남과 삼남, 막내딸인 윤영 대웅경영개발 원장까지 4남매 모두가 대웅제약의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여느 재벌그룹의 장자승계원칙과는 달리 지난 1997년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당시 사장)을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에 취임시켰다. 때문에 윤재승 부회장은 대웅의 가장 유력한 1순위 후계자로 거론돼 왔었다.

더욱이 윤재승 부회장은 검사 출신으로 지난 95년 아버지 윤 회장의 강력한 권유에 못 이겨 경영인으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 회장의 삼남에 대한 각별한 기대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후로 대웅의 삼형제는 그룹의 대표 회사인 대웅제약은 삼남이, 장남과 차남은 각각 비주력 계열사인 식음료회사인 대웅식품과 의약품 수출입회사인 대웅상사를 맡아왔다.

윤재승 부회장은 대웅제약의 대표이사 재직 당시 그룹의 경영 투명성 증대와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지난 2002년 지주회사인 (주)대웅과 대웅제약을 분할, 지주회사체제를 도입했다. 또 국내 제약사 CEO로서는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으로부터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는 등 대웅제약을 이끌 차기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 대웅家 주요 지분현황



독주체제 제동 걸린 ‘삼남’

하지만 그런 윤재승 부회장의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지난 5월 차남인 윤재훈 부회장(당시 사장)이 대웅제약의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윤재승 부회장은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지주회사인 (주)대웅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이다. 더욱이 윤재승 부회장은 ‘기업문화 담당’이라는 불분명한 업무를 맡은 것은 물론 대표이사직에도 선출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 일각에서는 그의 경영권 승계 ‘낙마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대웅제약 측은 “그 동안 대웅그룹이 토털 헬스케어 그룹으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 윤재승 부회장은 ‘글로벌 토털 헬스케어 그룹’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할 예정”이라며 “이번 최고경영자 인사는 대웅그룹이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으로 발전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재승 부회장과는 달리 자연스레 윤재훈 부회장은 새로운 대웅제약의 후계자로 지목 받으며 ‘차남 대세론’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윤재훈 부회장은 현대증권과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 본사 등을 거쳐 지난 1992년 기획실장으로 대웅제약에 입사해 이후 비주력 계열사인 대웅상사의 경영을 맡아 왔다. 윤재훈 부회장은 대웅제약의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드디어 대웅제약 경영 전반에 나서게 된 것이다.

더욱이 최근 윤재승 부회장이 보유중인 대웅제약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재승 부회장이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8월3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윤재승 부회장은 지난 7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에 걸쳐 자신의 대웅제약 주식 보유분 6만5640주(대웅제약 전체 지분 중 0.63%) 전량을 장내 매도를 통해 처분했다. 이로써 윤재승 부회장의 대웅제약의 지분율은 0%가 됐다.

차남과 삼남의 엇갈린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윤재승 부회장이 보유중인 대웅의 지분 일부를 윤재훈 부회장의 부인인 정경진씨에게 넘기면서 지분율이 12.24%에서 11.89%(7.22 기준)로 0.35% 줄어든 것이다. 윤재훈 부회장은 대웅의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인인 정경진씨 지분을 합치면 사실상 9.72%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윤재승 부회장이 처분한 지분이 윤재훈 부회장의 대웅제약에서의 경영 입지를 다지기 위해 쓰이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인사이동, 지분 전량 매각 왜?

그렇다면 윤재승 부회장은 왜 대웅제약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나선 것일까. 또 왜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지분 일부를 형수인 정경진씨에게 넘긴 것일까.

이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부는 윤재승 부회장의 경영 업적에 윤 회장이 부정적 평가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재승 부회장은 대웅제약 재직 당시 무리한 마케팅에 따른 잇단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는 처방 권한이 없는 약사를 대상으로 비만약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의사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는 등의 구설수에 시달려야 했다.

이 일로 대웅제약은 회원 의사들이 대웅제약 제품에 대한 처방을 회피하며 매출액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세로 급격히 꺽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에는 비영리법인으로부터 기증 받은 시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에까지 휘말리기도 했다.

▲ 왼쪽부터 윤영환 창업 회장과 그의 차남인 윤재훈 대웅제약 부회장 그리고 삼남 윤재승 (주)대웅 부회장


또 지난 3월에는 백세주로 잘 알려진 국순당과의 연합 판촉전을 벌이다 여론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환율상승 등 외부 악재와 함께 연이은 구설수에 매출액이 꺽이면서 윤 회장의 윤재승 부회장에 대한 불만이 결국 대표이사 퇴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일각은 지난해 대웅제약의 구조조정 대상에 윤 회장 측 인사가 다수 포함돼 부자 갈등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에 자신이 경영에서 점차 배제되고 있다고 느낀 윤 회장이 문책성 인사를 내리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물론, 윤재승 부회장 본인이 스스로 이를 자청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재승 부회장이 이미 연초에 향후 본인은 그룹 미래 구상에 전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형제의 난’… 억측일 뿐?

이처럼 윤재승 부회장의 인사이동과 지분 매각에 대한 업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분명한 것은 대웅제약의 후계구도는 다시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차남과 삼남 두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가시화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재승 부회장이 대웅제약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주)대웅의 지분을 일부 차남 측에 넘겼다해도 여전히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에게로만 기울어져 있던 후계구도의 균형을 맞추고 차남인 유재훈 부회장에게도 경영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며 “두 형제간 지분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 만큼 앞으로 두 형제간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고 추측했다.

이와 함께 장남 윤재용 사장과 막내딸인 윤영 원장 측에도 어떤 변화가 일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웅제약의 관계자는 “윤재승 부회장의 대웅제약 지분 매각은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라며 “윤 부회장의 인사이동은 형제 간 역할 분담을 위한 것으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 등은 언론이 만든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평소 윤 회장이 분쟁을 싫어하고 정의와 공생을 강조해온 만큼 형제간의 다툼보다는 대웅제약 측의 주장대로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진다면 계열분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그룹 분리설도 조심스레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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