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따라 `따로 또 같이'.... 달라진 대권 행보

'朴 + 孫 vs 李' 2라운드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주자 `빅3'가 벌이는 대권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행정도시법 국회통과 이전까지는 서로를 탐색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망'을 품고만 있는 분위기였으나, 행정도시법 처리 이후에는 각자의 행보가 좀더 직설적이고 선명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후보에 따라 대권플랜 가동의 완급도 감지된다. 손학규 경기지사의 예상치 않은 `기동성'은 앞으로 펼쳐질 한나라당내 대권장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주목을 끈다. 손 지사는 행정도시법 통과에 `찬성'의 뜻을 표하면서 박근혜 대표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발빠르게 구축하고 나섰다. 반면 박근혜 대표는 제1야당 대표자격으로는 처음으로 15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외교' 분야를 보강하는 실전 외교무대에 섰다. 박 대표는 일주일간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차례로 돌며 미국 조야와 동포사회를 직접 접하면서 외교, 재외동포 문제 등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방식을 통해 `대권수업'을 쌓는다. 이에 수도서울의 수장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당분간 `수도지키기'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가며 강온조절을 해 박 대표와 손 지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이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나라당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가 개최하는 `수도분할저지 범시민 궐기대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나름대로 전략적 고려가 담긴 행보로 비쳐진다 ◆손 지사 "내년 도지사 불출마 선언"... 대권도전 공식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던 손학규 경기지사는 활발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와 함께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친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15일 "수도분할이라는 개념은 잘못됐다"며 "이제 수도분할 논쟁을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지사는 이날 낮 기자간담회에서 "행정부의 기능 일부가 지방으로 간다고 해서 수도가 분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도권과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해 (정부의) 여러 기능이 지방으로 분산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반 박근혜 그룹인 '수도지키기투쟁위'(수투위)는 물론 이명박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들린다. 그런 점에서 손 지사는 박근혜 대표와 한배를 탄 셈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구도도 '박근혜·손학규 대 이명박'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손 지사는 "수도는 어디까지나 서울"이라며 "이제 행정복합도시에 관한 논란을 끝내고 후속대책에 중지를 모을 때"라고 거듭 후속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또한 손 지사는 "행정도시법은 국민투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것은 수도이전이나 분할이 아니라 행정기능의 지방이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지사는 수투위가 '수도이전 반대투쟁'을 중단해줄 것도 간접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이 사안은 뒤집을 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나라당내 수투위 의원들의 반대투쟁이 끝까지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 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도 있고 여야가 합의한 이상 그 합의정신을 받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한 것. ◆박근혜 대표 당 분란 뒤로한 채.... "외교무대" 로 박근혜 대표는 행정도시법안 통과에 따른 당내 후폭풍을 뒤로하고 15일 방미길에 올랐다. 21일까지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을 들를 계획이다. 대표 취임 후 첫 외교무대 공식 행사인 만큼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박 대표의 미국방문은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외교분야를 보강하기 위한 것으로 북핵문제 등 미묘한 외교사안에 대해 제1야당 대표로서의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 자신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당 내분 수습과 혁신작업 등을 통해 대권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에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박 대표는 일주일간 워싱턴,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차례로 돌며 미국 조야와 동포사회를 직접 접하면서 외교, 재외동포 문제 등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방식을 통해 `대권수업'을 쌓는다. 박 대표가 주한미군의 광역화문제, 미국의 `주적 추궁발언', 북핵문제 해법등 최근 한미간에 불거진 미묘한 외교사안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어떤 방향에서 접근하는지 여부는 그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는 일단 당대표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권에 대한 분명한 언급은 자제하면서 당내분 수습과 혁신작업 등을 말끔히 해냄으로써 대권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쪽에 일단 무게를 싣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시장 반대입장... 일단 몸을 낮추고 수도서울의 수장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당분간 `수도지키기' 행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가며 강온 조절을 해 박 대표와 손 지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행정도시법안은 수도분할’이라며 비판을 쏟아부은 이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시청 3층 집무실에서 복잡한 심정으로 집회를 바라봤다. 집회에 참석했을 때 불거질 관제데모 논란과 당내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심스러운 행보다. 행정도시법안을 바라보는 이 시장의 시각은 확고하다. 수도권과 지역이 함께 사는 상생의 정책이 아니라 행정의 비효율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망국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시장의 한 측근은 “수도분할 반대 집회가 대권 후보를 둘러 싼 당내 세 싸움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반대집회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말이지만,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집회에 참석할 경우 ‘반 박근혜’정서를 자극한다는 역풍을 우려한 판단으로 읽힌다. 하지만 또 다른 측근은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단식을 하거나 선봉에 선 의원들은 서울보단 경기도 출신이 많다”며 “집안단속부터 잘 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손학규 경기지사를 겨냥하는 등 두 사람 사이의 신경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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