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주병선

89년 ‘칠갑산’ 주인공, 20년 지난 지금도 심금 울리는 목소리 변함없어
음악적 스펙트럼 넓히며 다채로운 음악 구사, 유쾌한 행복 전도사 나서

노래 ‘칠갑산’의 주인공 가수 주병선이 8집 앨범을 들고 우리 곁에 돌아왔다. 20대 초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중·장년층의 마음을 툭툭 건드렸던 그는 최근 15kg을 감량, 40대 초반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예전 그 모습 그대로 컴백한 것. 물론 그는 칠갑산 이후에도 가수활동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8집 앨범만큼은 칠갑산의 연장선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에게 남다른 감회가 숨어 있다는데, 탈 많고 웃음 많은 그의 노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만난 주병선은 생각이상으로 유쾌했다. 사뭇 개그맨의 피가 느껴져 오락프로그램에 나갈 것을 적극 권유하기도 한 본기자는 그와의 인터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 가수 나훈아가 곡을 준 일화를 들려주며 “‘칠갑산’으로 산을 탔으니 이제 ‘아버지의 강’으로 강을 한번 건너보라는 말을 들었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문을 열었다. 또한 그는 “나훈아 선배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앨범에 도움을 줬다”며 “그래서 이번 앨범에 수록 돼 있는 모든 곡이 나한테 타이틀곡”이라는 앨범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가사 일부러 야해~

하지만 주병선이 이번 8집 ‘여덟번의 행복에 대한 고백’에서 타이틀로 선정한 곡은 ‘아리 아리요’다.

‘아~온 몸이 짜릿하게 부끄럽게 사랑을 해요 아리아리 아리요 당신이 참 좋아요 빨간 입술 자국 내 맘에 남겨줘요 아무도 모르게 아리아리 아리요 부끄러워 말아요 어어쁜 내사랑 이리 와 안겨요’로 끝을 맺는 가사가 인상적인 곡.

그래서 ‘가사가 좀 야하다’고 하자, 그는 “맞다. 야하다. 그렇지만 수위를 좀 낮춰 흥겹고 재미있게 갔다”며 “사실 우리나라 판소리나 창을 들어보면 정말 야한가사가 많다. 그렇지만 야하다는 느낌보다는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크다. 내 노래도 사람들이 그렇게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아리 아리요’는 우선 흥겹다.

국악에 트로트가 섞여서 한국적이면서도 대중적이다.

물론 중장년층이 어깨를 들썩일 만한 흥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노래가사가 직접적이라 요즘 젊은 작사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직설화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앨범은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작곡가 들이 대거 참여했다.

인기가수 버즈와 태연의 ‘들리나요’를 히트시킨 이상준, 이승철의 히트곡을 제조한 홍진영까지,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며 다채로운 감각의 음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중에서도 ‘아리아리요’를 타이틀 곡으로 했을까.

그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아리아리요’를 ‘칠갑산’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가 그의 답변이었던 것.

이어 그는 “너무 어릴 때 한 서린 노래를 불러 아직도 나와 노래를 연관 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곡으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훈장과도 같은 ‘칠갑산’

사실 그는 20대 초반 ‘칠갑산’이라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그의 인생에서 칠갑산은 빼놓을 수 없는 영광스런 훈장과도 같다.

그는 “20년째 따라다니는 귀신같은 존재다. 그래서 그 아우라에서 벗어나려고도 했었다. 칠갑산 이후 5장의 앨범을 더 냈지만 그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게 오히려 나를 괴롭혔다”며 “하지만 이젠 떳떳한 훈장으로 영광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나를 인정해주는 타이틀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번 8집 앨범에 칠갑산을 수록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칠갑산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며 “요즘에도 지방행사에 가면 나이 지긋하신 군수님들 보다 앞에 앉는다”며 “예전엔 ‘칠갑산에 콘도를 세워 주겠다’거나 ‘칠갑산 관련 드라마를 찍자’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러한 제의들을 부담스러워 거절했다는 그는 “지금이라면 당장 발 벗고 나서겠다”는 농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칠갑산에 가면 그의 노래가사를 시처럼 새긴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그는 이에 대해 “감사할 일이다. 지금도 가끔 가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며 “고3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도 같이 가면 누구보다 좋아해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앨범타이틀이 ‘여덟번의 행복에 대한 고백’인 이유에 대해 “가수를 하면서도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내가 해야 할일은 노래를 부르는 일이다”며 “그래서 다시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대해 행복을 느낀다. 내가 느끼는 이러한 행복을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더 나아가 그들도 나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100세 장수어른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순회공연을 하고 싶다. 작은 마을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 가서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며 마지막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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