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파시즘의 획일주의와 우월주의가 인간을 얼마나 황폐화 시켰는지 잘 표현한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시인을 ‘잠수함의 토끼’에 비유했다. 루마니아 출신인 게오르규는 독일 잠수함의 승무원이었다. 잠수함 안은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생존에 필요한 신선한 공기를 계속 공급해주어야만 승무원을 비롯하여 다른 생명체가 정상적인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이를 위한 기계적 장치가 개발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당시로서는 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공기가 탁해지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토끼를 기계장치 대신 잠수함의 밑부분에 승선시켰다. 게오르규가 탄 잠수함의 토끼가 호흡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죽자, 이 잠수함의 선장은 탁한 공기에 비교적 민감한,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유난히 강한 게오르규를 토끼 대신으로 그 자리에 있게 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후에 사회상현상속에서 시인의 사명을 ‘토끼와 잠수함’와 같은 존재라고 천명했다.

일반인들은 모르지만 잠수함속에서는 공기의 소중함이 가장 중요하듯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자유, 인권등에 대해서 시인들은 끎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MB가 정권을 잡은 이후에 우리사회의 모든 상황이 급변했다. 이러한 현상을 일부 혹자들은 대한민국의 좀 더 발전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진통’이라고 말한다.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통’이라는 용어는 기존의 인식을 극복하고 새롭게 전개될 변화된 현실에 대응하는 것이지 임산부가 아이를 낳듯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처절한 자기반성과 ‘대오각성’을 통해서만이 ‘진통’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흉흉한 인심과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상황, 밥그릇 싸움으로 연일 날을 지새우는 정치권등 그 무엇하나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의 미래가 갈수록 어려움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주장했던 ‘분배위주의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다. 부도덕하고 힘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들을 속이거나 사기를 치며, 권력을 가진 자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의 밥그릇을 보이지 않는 폭력을 사용하면서 빼앗으려 든다. 당연히 없는 사람들은 자유를 지키려고 부도덕과 권력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가진자와 가지니 못한자의 골은 더욱 더 깊어만 간다.

사회정의, 구체적으로 분배정의가 없이 우리경제는 한발 더 나아가기 어렵다. 역으로 다른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박탈해서라도 분배 정의만을 이루겠다는 생각도 부패를 낳을 수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시점에서 게오르규가 잠수함에서 공기의 소중함을 노래했듯이 진정한 이땅의 지식인들은 현실세계가 지닌 문제점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장한 자기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토끼와 잠수함’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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