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비싼 급식비



아침마다 도시락 반찬을 걱정하느라 분주한 엄마의 짐을 덜어주는 학교급식, 하지만 이러한 급식 때문에 최근 눈물짓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는 무료지원을 받는 소수의 학생들이 아닌 지원을 받지 못하는 다른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급식비 지원예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 중에 있지만 일부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그들 학생들에게 급식비는 여전히 부담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학생들이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본지가 취재해봤다.


▲ 배식받는 학생들



서울시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급식비를 내지 않거나 못낸 학생이 4661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적지 않은 숫자로 서울지역 전체의 초중고 학생의 0.3%의 수준에 달한다.
현재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대부분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료 급식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적지 않은 수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각 학교에서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지원금을 늘이는 방향을 모의 중이라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지금 학생들에게 받는 급식비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쓰는 게 어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부에서 손님 왔나봐”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모 고등학교 점심시간, 학생들이 급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이유인 즉, 평소와는 다른 음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에 다니는 A(19)군에 따르면 “거의 매주 같은 음식이 나온다”며 “배고파서 그냥 먹기는 하지만 하루에 두끼(중식, 석식)를 학교에서 먹는 우리로서는 차라리 빵을 먹는 게 낫겠다 싶을 때도 있다”는 말을 했다.


▲ 모 고등학교 급식



서울 의정부시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B(18)양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B양은 “반찬이 잘 나올 때는 학교에 손님이 왔기 때문”이라며 “가끔 학부모들이 급식 모니터링 할 때도 괜찮다”는 말을 해 결국 ‘외부에서 손님이 왔을 때만 급식에 신경을 쓴다’는 몇몇 학교의 안일한 태도를 엿 볼 수 있었다.
이에 이 학교 학생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래도 중학교 때보단 사정이 나아졌다”며 “저번에 식중독 사건도 그렇고 철수세미가 나온 학교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 학교는 낫다”는 말로 어른들을 오히려 안심(?) 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학교 급식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참 먹을 나이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제대로 공급해주지는 못 할망정 계속해서 ‘눈 가리고 아웅’을 하는 학교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학교는 급식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급식비↑, 맛은 그대로


학교 급식비는 크게 식품비, 인건비, 운영비로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에서 일정부분을 지원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급식비가 학생들이 낸 돈으로 지불된다고 할 수 있다.


필요한 영양소 빠진 급식…음식 재료비 줄여 예산 맞추기까지?
무료지원 받지 못하는 ‘신빈곤층’ 등장…새로운 지원 계획 필요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예로 들면, 전체 급식비의 70%를 식품비로 22%를 인건비, 그리고 8%를 운영비로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급식비의 절반이상을 식품비로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밥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하구에 있는 모 중학교의 한 영양사는 “지금 받고 있는 급식비만으로 최고의 식단을 짜기는 어렵다”며 “몇몇 학교들이 급식비를 조금씩 올리는 것도 학생들이 먹는 음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몇몇 학교는 급식비 사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나 가정통신문에 급식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올리기도 했다.
실제로 울산시 북구에 있는 모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보면 급식과 관련된 문의에 응답하는 답변이 있어 학교에서도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들은 급식비에 만족을 못하고 있어 좀 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급식비를 올리지 않은 몇몇 학교는 학생들이 먹는 음식의 재료비를 줄여 예산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급식비는 오르면서 맛은 그대로인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지원 못 받는 ‘신빈곤층’?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급식비는 월 5만원에서 6만 원정도로 고등학생의 경우엔 석식까지 먹고 있어 급식비가 2배가 되기 때문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고등학생에 다니는 자녀를 둔 경우 한달에 10만원, 1년에 100만원이 넘는 급식비를 감당해야 되는 셈이다.
실제로 대구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를 둔 C(48)씨는 “애들 아빠가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둬서 급식비를 두 달째 밀렸는데 돈이 40만원이 넘었다”며 “학교에 들어가는 돈이 급식비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은 더 안 좋다”고 말했다.
또한 대전에 있는 모 중학교의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급식비를 잘 내던 학생들이 급식비를 못 내고 있다”며 “한 학생은 아빠의 사업이 갑자기 부도가 나서 급식비를 낼 형편이 안 된다”는 말을 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이렇듯 급식비를 잘 내던 학생들이 급식비를 못 내고 밀리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침체로 갑자기 집안형편이 어려워져 빈곤층이 아니었다가 ‘신빈곤층’이 된 상황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때문에 서울에만 4661명에 달하는 학생이 급식비를 못내는 가운데 1325명에 달하는 학생들은 9월 이후 계속 급식비가 밀려 장기 연체자로 들어선 것이다.
또한 서울에 사는 학부모 중 몇 명은 급식비를 내지 못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눈치를 볼까봐 얘기를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식당에서 배식을 받을 때 식권이나 카드를 통해 밥을 먹는데 무료지원을 받는 학생들은 서류에 이름을 적거나 하기 때문에 ‘창피하다’는 의견이 중심을 이뤘다.
더욱이 이러한 감정은 빈곤층보단 신빈곤층 학생들에게 더 쉽게 나타나는데 이는 ‘경제적 어려움이 갑자기 피부에 느껴지기 때문’이라는 게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가 예산까지 늘려가며 자라는 학생들이 굶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어도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다른 학생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현재 무료지원을 받는 학생들 말고도 ‘신빈곤층’을 지원해줄 수 있는 새로운 지원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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