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을 보는 두 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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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노동자와 주한미군의 차별적 시선

지난 토요일 신도림역 밖에서 임산부로 보이는 동남아계 한 여성이 어설픈 우리말로 행인들에게 무엇인가 물으려고 애를 쓰는 게 역력해 보였다. 그러나 다들 잰걸음으로 제 갈길에 바쁠 뿐 눈길 주는 이조차 없었다.

역시 이날 오후 홍대입구역 지하철 안에서 한 백인남성이 동승한 탑승객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고 있었다. 이내 젊은이 한 명이 웃음띤 얼굴로 거리낌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그 백인남성에게 빌려줬다.

한날 비슷한 시에 우연히 목격하게 된 두 이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응대가 너무나 차별적이어서 쉬이 잊혀 지지가 않았다. 동남아계 여성과 영어권의 백인 남성 사이에 존재하는 우리의 차별적 시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서양에서 흔히 발견되는 백인 우월주의가 우리도 모르게 내면화된 결과인 것일까.

사실 무엇보다 자본주의 개념에서의 소위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이주노동자 신분으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외국인들이 무려 60만 명이나 되며 이들 대부분 아시아계 노동자다. 흔히 이야기하는 힘들고 고되나 없어서는 안 될 우리사회의 ‘3D’ 업종을 도맡아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들은 ‘가난한 나라’ 출신으로 ‘돈’ 벌러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 어딜 가나 ‘찬밥 신세’다.

우리사회에 발 딛고 있는 19만여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그리고 으레 따르는 임금 체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출입국 직원들의 단속이 있을 때마다 도망자가 되어야 하고, 그 와중에 월급을 떼이거나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

역시 우리나라에 돈벌이를 염두에 두고 들어와 있는 주한미군들은 그렇게 활개를 치고 다녀도 범법에 대한 저지 발언조차 제대로 못해보면서 ‘가난해서 힘없는 나라’ 출신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위압적이며 권위적인 처세는 볼썽사납다. 우리사회의 밑바닥을 함께 일궈가며 뛰고 있는 대다수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우리의 역량이 심히 의심스러운 요즘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차별적 인권 현주소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데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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