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국회의원 친목모임

취미를 즐기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데는 여야가 없다. 최근 격한 정쟁으로 소원해졌던 여야 의원들이 친목모임을 통해 화합을 꾀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목욕탕에서 자주 만나는 의원들을 모아 ‘목욕당’ 창립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의원 바둑 친목모임인 ‘기우회’는 국회의장배 신춘 바둑대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춘 바둑대회는 여야 원내대표들의 대국도 추진, 시선을 모으고 있다.

목욕탕서 자주 만나는 의원들 여야없는 ‘목욕당’ 창립 추진
국회의장배 신춘 바둑대회 등 국회 친목모임 활발한 활동

18대 국회 들어 극한 대치를 보이며 ‘감정의 골’이 깊었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친목모임을 통해 물밑대화에 나섰다. 공적인 영역도 중요하지만 때론 사적인 대화가 빠른 ‘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질감’ 찾는 여·야

18대 국회 들어 친목모임은 주로 각 당별로 이뤄졌다. 한나라당에는 ‘7인회’와 ‘돌밥회’ ‘오성회’ 등이 있으며 민주당에는 ‘민주 시니어’ 모임과 ‘10인회’, ‘52년생 용띠 모임’ 등이 있다.

55년생 초선 7명의 모임인 ‘7인회’는 회장을 맡은 강석호 의원 외에 김성회·박보환·안효대·유일호·윤영·이철우 의원 등이 참여하다. 같은 나이의 초선의원이라 ‘통하는’ 구석이 있는 이들은 수시로 모임을 갖는다.

‘오성회’는 김씨 의원 중 가운데에 ‘성’자가 들어가는 김성수·김성식·김성조·김성태·김성회 의원의 모임이다. ‘돌아가면서 밥을 사는 모임’이라는 뜻의 ‘돌밥회’에는 권영세·남경필·박진·원희룡·임태희·정병국 의원 등 당 내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에도 ‘7인회’가 있다.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광주지역 민주당 강기정·김동철·김영진·김재균·박주선·이용섭·조영택 의원의 모임도 ‘7인회’다. 또한 우윤근·전병헌·최규식 의원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재선 의원들은 ‘10인회’ 모임을 갖고 있고 강창일·이낙연 의원 등 8명은 ‘52년생 용띠 모임’에서 뭉쳤다.

강봉균·김성순·문희상·박상천·박지원 등 60세 이상 무게감 있는 의원들은 ‘민주 시니어’ 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18대 국회가 문을 열면서부터 시작된 정쟁으로 ‘뜸’하기는 했지만 여야간 친목모임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 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공통점은 70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 이들은 ‘70학번’ 모임을, 한나라당 원희룡·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조정식 의원 등은 ‘82학번’ 모임을 결성했다.

‘최고위층 모임’은 의원회관 최고층인 8층에 의원실을 두고 있는 의원들의 모임이다. “사무실이 한 층이어서 늘 마주치면서 친하게 돼 모임을 갖게 됐다”는 이들은 매달 8일 점심을 함께 하고 있다.

‘최고위층 모임’은 참여 의원이 24명으로 모임의 크기가 작지 않지만 ‘국회의원 축구 연맹’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국회의원 축구 연맹’은 축구협회장을 지낸 정몽준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이병석·이인기 의원 등 축구를 좋아하는 70여 명의 의원이 가입돼 있다.

최근 터키가 자신들이 주최하는 첫 ‘국제 의원 축구대회’에 우리나라 의원 20명을 초청하면서 ‘국회의원 축구 연맹’의 ‘축구광’들도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바둑을 좋아하는 여야 의원들의 ‘기우회’와 붓글씨를 쓰는 ‘서도회’ 등 취미와 모임을 겸하는 친목모임도 있다.

“알몸대화 함께 할까요?”

최근 국회 내 ‘특별한’ 친목모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추진하는 ‘목욕당’이다.

안상수 의원은 “목욕탕에서 자주 만나는 여야 의원들이 모여 가칭 ‘목욕당’을 만들 계획”이라며 “목욕탕을 이용하는 의원들이 여야간 물밑대화의 창구 역할을 맡으면서 정치를 부드럽게 해보자는 취지”라고 ‘목욕당’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회관 내 목욕탕인 ‘건강관리실’을 많이 이용하는 한나라당 안경률·송광호·서상기·구상찬·정양석 의원, 민주당 박병석·유선호·최인기·김성곤·신학용 의원 등 10여 명에게 발기인 대회 초청장을 보냈다.

우선 ‘목욕당’의 참여 의원은 ‘건강관리실’을 애용한 의원 5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모임이 활성화되면 추가 가입신청도 받는다는 계획이다.

국회의원 바둑 친목모임인 ‘기우회’는 국회의장배 신춘 바둑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한나라당 허태열 최고위원을 비롯해 고흥길·김성식·김학송·박종근 의원, 민주당 노영민·최규성·최인기 의원,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 무소속 이인제 의원 등 바둑을 좋아하는 여야 의원 30여 명이 가입해 있는 이 모임에는 아마 3단의 실력을 갖춘 박종근 의원과 아마 5단인 원유철·이인제·이종구 의원 등 ‘고수’가 적지 않다.

이번 신춘 바둑대회는 지난해 9월 모임이 재결성된 뒤 처음 개최하는 바둑대회로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대결모드로 흥미진진하게 치른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아마 1단의 실력을 갖췄고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도 바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것.

기우회는 원내사령탑의 맞대결을 추진하는 한편 원내 지도부간 승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화합이 목적인만큼 전 의원을 대상으로 참가 희망자를 받고 케이블채널인 바둑TV를 통한 녹화중계도 추진할 방침이다.

기우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은 “국회가 이제 몸싸움에서 ‘머리싸움’으로 가자는 의미에서 바둑대회를 생각했다”면서 “여야 의원들이 바둑을 통해 정국 타개의 묘수를 찾는다면 4월 국회가 잘 풀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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