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일간지 대표 피소

탤런트 故 장자연씨의 성상납 파문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신인배우들의 폭로가 연이어 가명으로 나오고 있고 로비대상자인 유력인사들의 리스트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립과학연구소는 ‘장자연 문건’의 글씨가 故 장자연 씨의 필적과 동일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도 이른바 실명으로 게재된 것으로 알려진 ‘장자연 리스트’와 술자리, 성상납 등의 사례가 사실인지 조사 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장자연 문건’이 강압적으로 작성됐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모 씨를 비롯해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된 인사를 소환해 진상규명에 나섰다.

故 장자연 “술자리, 성상납”…인터넷 달구는 ‘장자연 리스트’
‘장자연 리스트’ PD 4, 대기업 회장 2, 언론사 간부 7명 거론

경찰 수사 과정에서 더욱 정확하게 드러나겠지만 현재 언론 및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장자연 리스트’는 연예계의 권력관계와 먹이사슬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기회에 성과 향응을 미끼로 한 연예계의 로비에 대해서 뿌리를 뽑아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장자연 리스트’ 누구?

‘장자연 리스트’에는 술자리나 술자리 이상의 향응과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꼽히는 유력인사가 실명으로 거론된다. 방송사의 유명 드라마 PD, 언론사 간부 및 관계자, 드라마 제작사 대표, 광고주인 대기업 고위 임원들이다. 연예계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다.
매니지먼트사의 수입원은 소속 연예인의 출연료와 광고수입. 매니지먼트사는 로비를 통해 언론사로부터는 소속 연예인에 대한 우호적 기사를 유도해 ‘몸값’을 높이고, 캐스팅 권한을 쥔 PD 및 제작사 대표로부터는 작품 출연 기회와 좋은 배역을 얻어낸다. 대기업 고위 인사로부터는 광고모델 기용 기회를 제공받는다. 매니지먼트사는 ‘밥줄’을 틀어쥐고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시중에 떠도는 ‘장자연 리스트’에는 PD 4명, 대기업 회장 2명, 언론사 간부 7명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자연 리스트’는 KBS ‘뉴스9’에서 처음으로 보도됐다. 당시 문건을 처음으로 입수한 KBS 임종빈 기자는 “지난 13일 오후 다섯시 반쯤 故 장자연씨의 전 매니저인 유씨의 기획사 사무실 앞 복도에서, 100리터 분량의 쓰레기봉투를 발견했고 봉투 맨 윗부분에서 문건이 나왔다. 누군가 불에 태우려 했지만 젖어있어 다 타지 않았고 장자연씨 이름, 성상납 등에 시달렸다는 내용이 남아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KBS는 “이날 ‘뉴스9’에 나갈 즈음 현장을 다시 찾은 취재진은 쓰레기봉투 가장 밑 부분에서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다른 사본을 입수했다. 이것을 여섯 시간에 걸쳐 문건을 복원했더니 추가 입수한 문건은 모두 4장이었고 이 가운데 세 장은 앞서 발견한 불에 탄 문건 석 장과 완전히 같은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MBC, KBS 문건 유출 의혹제기

이에 대해 MBC는 KBS 장자연 문건 유출경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KBS의 문서 입수경위가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씨가 경찰에 출두해 문건을 태웠다고 진술한 날이라는 점과 관계자 전원이 문건을 완전히 태웠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의문을 제기 한 것.
MBC는 또한 “유족과 전 매니저 유씨 모두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본 것과 KBS에 보도된 문건과는 차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제시하면서 “문서 작성이나 유출에 또 다른 제3자의 개입이 있거나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보도했다. KBS가 경찰에 제출한 문건 사본에 실명이 지워져있는 것도 지워진 문건을 입수한 건지 나중에 이름을 지운 채 경찰에 제출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MBC는 보도했다.
SBS도 방송을 통해 “경찰은 지금까지 수사로 파악된 유출 경위와 KBS의 설명이 다르다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장자연 리스트’로 인해 고소고발도 줄을 서고 있다. 장씨 오빠는 문건 내용과 관련해 경찰에 4명을 고소했다. 고소한 4명은 장씨 소속사 김모 대표 외에 일간지 대표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은 강요와 폭행,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됐다.

▲ 언론에 보도된 ‘장자연 리스트’ 수사
이에 앞서 장씨 오빠는 문건 유출 등과 관련해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유장호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등 3명을 고소했다. 경찰이 확보한 4장짜리 문건에는 술 접대나 성 상납 상대로 신문사 대표를 비롯해 연예 기획사 대표, PD 등 10여 명이 언급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피고소인의 신원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장씨가 작성한 문건 7장 가운데 경찰이 확보한 것은 4장이며 나머지 3장에 관계자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는, 소위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 주변인 조사에서 KBS로부터 받은 4장짜리 문건 외에 나머지 3장에 장씨와 관련된 인사들의 이름과 회사가 한꺼번에 나열된 명단이 담겨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장씨와 연루된 인사들이 당초 알려진 10여명 외에 더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성접대 방식도 구체적

한편 장씨가 남긴 문건의 종류와 복사본 존재 등을 놓고도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유장호씨는 장씨가 2월28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술서 형식의 4장짜리 문건을 썼고, 3월1일 추가로 편지 형태의 3장짜리를 건네 문건은 모두 7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장씨 유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첫 2장은 다른 연예인에 대한 내용이고, 뒤의 5장이 자연이 부분”이라고 했다. 때문에 장씨 문건이 여럿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씨 문건이 몇 부 복사됐는지도 의문이다. 유 대표는 4장짜리 진술서를 1부 복사해 장씨가 가져간 뒤 폐기했고, 장씨가 숨진 뒤 7장짜리 문건 전체를 다시 1부 복사했다가 유족과 함께 14장 모두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KBS, 유족 문건관련 ‘다른 말’…문건 여럿 존재 의혹 ‘솔솔’
경찰 “문건 4장 확보, 이름 등 나열된 ‘리스트’ 따로 존재”

하지만 KBS는 “13일 유씨의 사무실 앞 쓰레기봉투 속에서 불에 타다 만 (진술서 형식의) 문건 3장과 찢겨진 4장의 문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진술서 형태의 문건 복사본이 최소 2부 더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리스트’가 담긴 3장짜리 문건의 복사본도 여럿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故 장자연의 자살로 주목받고 있는 소속사였던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이하 더컨텐츠)도 주목을 받고 있다. 더컨텐츠의 전 사옥은 원스톱 접대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1층 ‘거기엔’이란 바에서 술 접대가 이뤄졌으며 술 파티가 끝나면 특별 손님은 3층 VIP룸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특히 3층은 그야말로 ‘현대판 아방궁’이었다. 143.93㎡(약 44평) 크기의 VIP룸은 샤워실, 침실, 홈바, 거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와는 철저하게 차단돼 있다. 또 다른 파티 장소인 3층 테라스는 주변이 온통 2m 안팎의 나무소재 차양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밖에서는 일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한마디로 술자리와 잠자리로 이어지는 접대가 가능하도록 해 놓았다는 이야기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의 와인바에서 술을 마신 후 3층에서 잠자리를 이어갔다.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는 3층은 욕실과 침실이 구비돼 있어 비밀의 방으로 통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이번 사건을 가장 정확히 아는 사람은 故장자연이다. 20대의 신인 여배우가 왜 고위급 인사를 만나야 했고 만난 자리에서는 어떤 일이 이뤄졌는지 경찰이 명명백백 밝혀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마저 ‘유야무야’ 된다면 조만간 또다시 비극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