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鄭 공천 진검승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4·29 재보선 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였다. 정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언급될 때부터 시작된 찬반 갈등이 당을 갈라놓고 있는 것. 당 지도부 등 주류는 그의 출마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며 전주 덕진을 전략공천 지역에 포함, 정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배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공천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동영 전주 덕진 출마 선언 후폭풍, 당 내 파열음
주류 VS 비주류…10월 재보선, 무소속 출마설 ‘솔솔’

민주당이 신주류와 구주류의 집안싸움에 골치를 썩고 있다. 전주 덕진 4월 재보선 출마를 선언한 ‘구주류’인 정동영 전 장관와 ‘주류’ 정세균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신·구주류 엇갈리는 시선

정동영 전 장관이 전주 덕진 4월 재보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은 “1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정치 복귀를 알렸다.
당 내 반발도 “달게 감수하겠다”며 호기롭게 던진 출사표지만 당의 반응은 복잡하기만 하다. 당 지도부 등 신주류로 분류되는 이들과 정 전 장관을 지지하는 구주류간 입장차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이다. 이번 재보선에 ‘참신한 인재’를 뽑아 MB정권의 중간평가로 삼겠다는 전략이 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에게 공천을 주면 개혁공천의 의미가 퇴색되고 공천을 주지 않자니 무소속 출마와 분당 등 최악의 경우가 우려된다.
또한 정 전 장관과의 갈등이 길어질 경우 ‘집안싸움’의 상처로 정작 재보선에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고민이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의 출마에 “선당후사(先黨後私·당이 먼저고 개인이 나중)”라는 말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당을 먼저 생각하면 해법이 나온다. 선당의 자세로 하면 답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분란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 어떻게든 당의 힘을 모아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가 MB악법을 막아내는 원동력이 되게 하겠다는 기본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에 충실하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 대변인을 통해 “당과 나라가 백척간두 위에 서 있는 것 같다. 죽기를 각오하고 진일보해야만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 전 장관은 “나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선당을 해온 사람”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국민이 관심을 갖는 인물들이 더 많이 당에 들어와야 한다. 내가 당을 이끌 때는 당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한다는 생각 아래 주변의 비판을 무릅쓰고 손학규씨 등 인재들을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당 지도부를 돕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봉사할 것”이라며 “공천은 사천과 다른 공당의 결정으로, 정동영이 들어가 도움이 된다면 공천을 못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서로의 재보선 구상이 엇갈리면서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의 신경전이 표출되기도 했다. 출마선언 전 당 지도부의 ‘뜻’이 정 전 장관에게 전해졌는가와 “30번 전화해 겨우 통화했다”는 정 전 장관의 발언에 양측이 ‘다른’ 말을 한 것.
정 대표측은 김낙순 전 의원 등 2개 라인을 통해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의중을 전했다고 한 반면 정 전 장관은 “그동안 당 지도부가 지금까지 나의 출마와 관련해 어떤 의사도 전해온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계파 이해 따라 ‘헤쳐 모여’

정 전 장관의 출마로 인한 파장은 당 내 계파들의 이해관계를 부추기며 확산되고 있다.
김부겸·김상희·김동철·백원우·신학용·양승조·우제창·이광재·조정식·최재성 의원 등 10명은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재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 주류로 분류되는 정 대표측 386인사들은 물론 친노와 손학규 전 대표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파가 목소리를 합친 것이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번 재보선은 MB의 국정운영과 MB악법을 심판하고 평가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정 전 장관의 재기전으로 선거 구도가 희석될 우려가 높다”면서 “이삿짐을 나르든, 잔치를 치르든 행사를 주관하는 사람과 상의해야 한다. 도움을 주겠다면서 혼자 이삿짐 앞에서 왔다 갔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정 전 장관이 지도자의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 역량이 필요한 국면이 아니다”며 “정 전 장관이 직접 나서면 이명박 정권의 강권통치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에 호소해야 하는 선거 의미가 흐려진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의원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부당성을 호소했으며 오영식·임종석·우상호 전 의원 등 민주당 전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66명도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반면 ‘DJ의 복심’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정 전 장관은 당의 대통령 후보였고 여러 국정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내 진입이 필요하다”면서 “공천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지혜로운 결정으로 당과 정 전 장관이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정 전 장관은 모든 면에서 충분히 당의 새로운 기치를 세울 수 있는 카드”라며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에 따라 카드를 스스로 폐기하고 없애버리는 듯한 태도는 당 발전을 위해서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갈등으로 불필요한 ‘당력’이 소비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는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미경 사무총장), “그럴 분은 아니다”(안희정 최고위원)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정 전 장관측 박영선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이회창 총재 시절 불화로 탈당한 적이 있다”는 말로 무소속 출마를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략공천 or 10월 재보선

정 전 장관의 출마로 인한 상처가 커져가자 당 내에서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 전 장관의 인천 부평을 공천이다. 수도권 재보선에 출마, 정치복귀와 함께 당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라는 것. 중도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인천 부평을 공천에 대해 당 주류와 정 전 장관측 모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10월 재보선 공천 보장을 전제로 정 전 장관의 출마 철회를 요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장관의 대선후보 시절 정무특보를 지낸 임모씨가 1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재보선에 빨간불이 켜진 만큼 정 전 장관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지원유세를 통해 힘을 보태고 10월에 ‘귀환’하라는 것.
정 대표는 “당 밖에 있는 지도자들이 언젠가 모두 당으로 되돌아와야 하지만 당이 필요로 할 때여야 하고, 그 때는 삼고초려가 아니라 ‘오고초려’라도 할 것”이라는 말로 ‘복귀시점’을 중요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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