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정면충돌 <일촉즉발>

당협위원장 임기 만료와 교체를 앞두고 한나라당 내부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낙선한 친이계 원외당협위원장과 복당한 친박계 의원간에 신경전이 계파 대리전으로 번지며 가열되고 있는 것. 친이 원외당협위장과 친박 의원이 충돌하고 있는 곳은 모두 16곳에 이르는 데다 당협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 선출과 2010년 지방선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신경전은 계파전쟁으로 폭발할 가능성마저 키우고 있다.

낙선 친이 원외당협위장 VS 복당 친박 의원 ‘한판 승부’
친박계 차기 당 대표 선출, 지방선거서 활동 발판 얻나


3월 정치권은 4월 재보선으로 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내부 갈등으로 심난하다. ‘당협위원장’을 둔 계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기 때문이다.

금배지보다 ‘당협위원장’

당협위원장은 정치권 관계자들이 “정당정치의 중추”라고 귀띔할 만큼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를 뽑을 때 선거권을 갖는 대의원을 지명할 수 있는데다 지방의원이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지자체 후보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총선 때는 국회의원 공천 1순위로 꼽힌다.
‘노른자위’인 당협위원장은 관례적으로 해당 지역구 현연 의원이나 낙선자가 맡아왔다. 문제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했던 친박계 인사들이 당선 뒤 복당을 하면서 생겨났다. 당협위원장과 지역구 의원이 다른 곳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
낙선한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대부분 친이계였고 이들은 해당 지역구 의원이 입당하면 자연스럽게 당협위원장을 맡는다는 관례에 제동을 걸었다. “당내 화합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탈당했던 친박계 의원들의) 한나라당 복당이 허용됐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해당행위까지 사면되고, 결격사유가 세탁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친박계의 불만도 만만찮다. 복당은 시켜줬지만 낙선한 친이계 인사들이 당협위원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당 내에서 역할이 없다는 것.
윤건영 전 의원의 사퇴로 당협위원장을 맡게 된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복당을 시킨 이유는 공천이 잘 못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아니냐”며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친이계 원외 당협위원장과 친박 복당 의원의 갈등은 당협위원장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4월로 향하면서 더욱 격화되고 있다. 지역구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다른 곳은 16곳에 이르지만 한나라당 당헌·당규에는 누가 당협위원장이 돼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사실상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친박계 복당 의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당협위원장 문제에 대해 “친박 의원들을 정치적 결단으로 입당시킨 정신에 입각해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예를 들면 당협위원장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실패한 지역에는 그 분들이 정부 기관이나 좋은 요직으로 가고, 그러면 비게 되니까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출신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이 되고, 이런 식으로 지금 몇 군데가 해결이 됐다”며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상득 의원 역시 지난달 부산에서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을 만나 “순리대로 풀어가겠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당 지도부의 태도는 당 내 화합모드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상득 의원이 친박계와 회동하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경주행을 취소하면서 ‘봄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못 물러나”

그러나 친이계 원외당협위원장들은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후보로 당선돼 복당한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주겠다는 발상은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것”이라며 “지도부는 복당 현역 의원들의 부당한 자리 요구를 배격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어떠한 방법으로도 각자 당협을 사수할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김희정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공동대표는 “당협위원장의 임기를 1년 연장, 2년으로 하면 분란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에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지 말고 임기를 자연스럽게 연장,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해야 하며 다음 지도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16개 지역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에 당협이 관여를 못하게 하면 공천권을 둘러싼 자리싸움으로 비쳐질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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