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힘들어하는 ‘바보들’에게 전하는 ‘거룩한 바보’의 목소리

“내가 잘 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 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고 어디 가서 대접받길 바라는 게 바보지. 그러니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전 생애를 통해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김수환 추기경. 스스로를 ‘바보’라 칭하며 가장 낮은 곳에 서려했던 이 시대의 성자가 세상의 바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 나왔다. 김수한 추기경의 잠언집 ‘바보가 바보들에게’이다.
김수한 추기경은 한국 사회의 정신적인 지도자이며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다. 추기경으로서의 삶은 그에게 영광인 동시에 ‘행복한 고난’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로 ‘신부가 된 것’을 꼽았고, “나는 행운아였다”라고 고백할 만큼 이 시대의 가장 사랑받은 목자였다.
그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라는 자신의 사목 표어처럼 ‘세상 속의 교회’를 지향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중요 고비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바른 길의 방향을 제시했다. 평생토록 나눔과 사랑의 사회활동을 몸소 실천했으며, 청빈한 생활의 실천가로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성자로 기억될 수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김수한 추기경의 선종 이후 명동 일대에는 길고 긴 인간띠가 만들어졌다. 어떤 이는 지방에서 새벽차를 타고 올라오고 어느 앳된 얼굴의 군인은 휴가 첫날 명동으로 달려왔다. 추운 날씨에 몇 시간이나 줄을 서야 했지만 행렬은 밤이 되어도 줄어들지 않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 일대 편의점의 휴지가 동이 났다. 그 길고 긴 행렬은 김수환 추기경이 평생을 통해 보여준 사랑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보가 바보들에게’는 쉽게 잊지 못할 김수한 추기경의 평생이 담긴 목소리이자 ‘거룩한 바보’가 ‘겉으론 잘난 척 하지만 외로운 바보들’, ‘매일매일 정신없이 달리고 있지만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미련한 바보들’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오늘을 힘들어하는 ‘바보들’에게 전하는 ‘거룩한 바보’의 목소리
평생을 통해 들려준 사랑과 나눔, 지혜와 깨달음, 신뢰와 화합

“우리가 남을 참으로 용서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것은 먼저 우리 자신이 용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자신이 용서받아야 한다는 필요를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남을 용서할 줄 압니다.”
“희망이란 내일을 향해서 바라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 씨앗을 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희망입니다.”
“자신을 불태우지 않고는 빛을 낼 수 없습니다. 빛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을 불태우고 희생해야 합니다. 사랑이야말로 죽기까지 가는 것, 생명까지 바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기를 완전히 비우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땅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모든 것 아래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땅을 딛고 살지만 땅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뿐더러 땅에다 모든 더러운 것, 썩은 것을 다 버립니다.
그러나 땅은 자신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입니다. 땅의 이 겸손을 배우세요. 그리하여 여러분이 겪은 모든 것, 병고, 고독, 절망까지 다 받아들이세요.“
김수한 추기경이 평생을 통해 들려준 사랑과 나눔, 지혜와 깨달음, 삶과 신앙, 신뢰와 화합에 대한 말들은 세상의 바보들에게 따뜻한 음성으로 비록 오늘 힘들어도 용기를 잃지 말고, 세상이 비정해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한번만 더 용기를 내 살아보면, 먼 훗날 이 세상을 떠날 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남길 수 있을 거라고, 세상은 한번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어깨를 툭 치듯, 희망을 건넨다.
바보가 바보들에게 / 김수환 저 / 산호와진주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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