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을 뛴다

4월29일 재보궐선거가 다가오며 정치권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일꾼’ 찾기에 나섰으며 민주당도 국회의 급한 불을 끄고 재보선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국회의원 재보선이 포함돼 판이 큰데다 MB정부의 1년에 대한 민심의 바로미터를 확인할 수 있어 가벼이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의원 선거가 확정된 지역구에서는 자천타천 후보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계파간 대리전 양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정치거물의 출마 여부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큼 다가온 4·29 재보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알아봤다.

재선 확정 국회의원 지역구 5곳, 최대 10곳 가능성
여야 자존심 건 인천 부평을, 집권2년 vs MB 견제

재보선을 향한 각 당의 전력질주가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2월10일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을 단장으로 가칭 ‘4·29 재·보선 승리전략 기획단’을 꾸렸다. 이어 같은 달 26일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천심사에 들어갔다.
민주당도 4·29재보선이 실시되는 시도당에 예비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를 구성,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자격기준 심사에 들어갔다. 또한 12일 이미경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막 오른 금배지 전쟁

재선을 치르기로 확정된 지역구는 국회의원 5곳, 기초의원 1곳 등 모두 6곳이며 기초단체장 1곳, 광역의원 3곳, 기초의원 3곳, 교육감 2곳이다. 그러나 4·29 재보선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국회의원 재보선이다. 지역을 대표해 국회로 향하는 것이어서 파급력이 큰 데다 재보선에 흘려진 금배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3월13일 현재 국회의원 재보선이 확정된 곳은 인천 부평을,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경북 경주와 울산 북구 등 5곳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1,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 이상을 받은 곳이 적지 않아 4·29 재보선 가능성을 가진 곳은 최대 10여 곳에 달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오는 31일까지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지역구는 4월 재보선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이미 후끈 달아올랐다. 현재까지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는 인천 부평을 20명, 전주 덕진 7명, 전주 완산갑 12명, 경북 경주 16명이다.
인천 부평을은 이번 재보선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색이 옅은 곳으로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보여 왔던 곳인데다가 MB정부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는데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미 20명이 중앙선관위에 출마를 알렸다. 한나라당에서는 이호성 박현수 남국찬 김대회 임낙윤 이수일 김진호 김연광 천명수 곽봉근 조용균 정유섭, 민주당 홍미영 홍영표, 자유선진당 권순덕, 민주노동당 김응호, 무소속 조화훈 서영신 전기동 진영광 등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우선 당 공천이라는 ‘전초전’을 치러야 한다. 12일 한나라당 중앙당에 따르면 부평을 지역에서는 남국찬(50·부평구청 자원봉사자), 박현수(54·변호사), 천명수(61·전 인천광역시 정무부시장), 김진호(48·가톨릭대 의대 외래교수), 곽봉근(64·전 이명박 대통령후보 정책특별보좌역), 조용균(48·법무법인 로웰 대표 변호사), 김연광(46·전 월간조선 편집장), 정유섭(54·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임낙윤(62·전 인천 경기지방병무청장)과 비공개 1명이 공천 심사를 신청했다.
인재 영입 문제로 공심위 구성이 늦어진 민주당에서는 홍영표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초빙교수와 17대 국회의원 출신의 홍미영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부평을 선거에서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박희태 대표의 출마 여부다. 박희태 대표는 4월 재보선에 대해 “(경남)양산은 좀 빼주면 좋겠고, (인천)부평은 빈자리니까 그런 데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언급, 경남 양산보다는 부평을에 출마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긴 장고에 들어간 박 대표의 뒤로 10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는 등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공천 신청이 마무리됐지만 ‘전략공천’으로 박 대표를 공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 경우 부평을보다는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자리가 난 울산 북구에 박 대표의 출마를 권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 VS 친박) VS 야당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최윤섭 황진홍 정종복 김순직 주정화 김경오 김태하 황수관 김부기 등 9명과 민주당 임충섭 이상두, 자유선진당 이채관, 무소속 김원길 정수성 이성락 박화익 등 총 16명이 출사표를 던진 경북 경주의 재보선은 야당에 대한 ‘수성’과 동시에 ‘집안싸움’의 모습을 띠고 있다.
경주는 한나라당의 색체가 강한 곳으로 이곳에서 패배할 경우 그 상처가 큰 곳이다. 때문에 당은 후보 고르기에 심열을 다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공천에는 황진홍(52·전 경주시 부시장), 최윤섭(56·전 경주시 부시장), 김태하(51·재경 경주중고등학교 동문회 총무), 황수관(63·한나라당 중앙위 상임고문), 김순직(54·전 서울시 대변인), 정종복(58·전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과 비공개 1명까지 7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이 친이·친박의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당의 고민이 적지 않다.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 중 정종복 전 의원은 친이계의 지원을, 정수성 전 육군대장은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

정종복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측근이며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 주역으로 친박계와 감정이 좋지 않다. 정수성 전 육군대장은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그의 출판기념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친이계 정종복 전 의원은 당 공천을 신청한 반면 친박계 정수성 전 육군대장은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쳐 이들의 격돌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경주행을 감행할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경주는 박 전 대표 지지성향이 뚜렷한 곳으로 지난 총선에서도 박심(朴心)의 손을 들어줬었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정 전 육군대장의 지원을 위해 나선다면 민심의 동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일 경주에서 박 전 대표가 참석해온 박씨 종친회 행사와 정 전 육군대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동시에 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주판 민주당 집안싸움

전주 덕진과 완산갑 선거에는 민주당의 ‘집안싸움’이 관측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이 진을 치고 있어 안에서 가른 승부가 밖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완산갑에는 민주당 김광삼 오홍근 김대곤 이상목 이재영 유희태 송기도 김형욱 이광철 한광옥과 무소속 김형근 김대식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덕진에는 민주당 김양곤 황인택 임수진 한명규 민경선 홍성영, 진보신당 염경석 예비후보가 뛰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전주 덕진 재보선에 이수진(40·노인복지정책연구소 소장), 최재훈(53·전북도당위원장), 2명의 비공개 후보가 공천심사를 신청했다. 또한 전주 완산갑에도 신준(64·전 한국 YWCA 청년연맹 전국회장), 곽재남(46·완산갑 당협위원장), 나경균(50·전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비공개 1명이 공천심사를 신청했다.
전주 완산갑에서는 한광옥 상임고문과 이광철 전 의원의 정권 대리전이 이목을 끌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한 상임고문과 친노그룹인 이광철 전 의원이 공천전쟁에 돌입했기 때문.
한 상임고문은 박양수, 설송웅 전 의원 등 새천년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회견을 갖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국민의 대안과 희망이 되어야 할 민주당 역시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민은 강력한 야당을 원하고 있고 그러한 국민의 요구에 따라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면서 ‘투쟁야당론’을 폈다.
이 전 의원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안희정 최고위원 등 친노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가을 봉하마을에 갔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친노니까 (공천을) 못 받았지’라고 농담처럼 말했는데 그러기야 했겠냐”며 “억울하다는 말을 삼켰다. 절망 속에 희망을 만들겠다”는 말로 출사표를 던졌다.

“처음 정치 시작했던 곳에서”

전주 덕진은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로 술렁이고 있다. ‘설’로만 떠돌던 정 전 장관의 출마가 13일 기정사실화 된 것. 미국 유학 중인 정 전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1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전주 덕진 출마를 밝혔다.
그는 귀국일정을 밝히며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 지금 국민들은 튼튼한 야당을 원한다고 보며 돌아가 백짓장을 맞드는 심정으로 당 지도부를 돕고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봉사할 것”고 말했다. 또한 당 내 반발기류에 대해 “비판을 잘 알고 있으며, 달게 감수하겠다”고 했다.

전주 공천에 민주당 ‘집안싸움’, 정동영 공천 내홍
경북 경주 계파 대리전…박희태 출마 지역구 어디?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의 공천 배제 가능성에 대해 “나는 당을 만드는 데 앞장 섰던 사람”이라며 “공천은 사천과 다른 공당의 결정으로, 정동영이 들어가 도움이 된다면 공천을 못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출마와 차기 대권도전의 연관관계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은 자유지만 정치인의 꿈은 국민이 이뤄준다”면서 “정당의 존립 이유는 집권이고, 정치인의 가능성도 정당이 잘 돼야 높아지기 때문에 지금은 티끌 만한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의 공천 여부는 그의 자신감과는 달리 당 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불투명한 상태다. 정세균 대표는 그의 출마 선언 후 “지금은 모두가 당을 살리는 데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면서 “당의 책임있는 분들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이었던 최재성 전 대변인은 “굉장히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지금은 개인정치를 하는 시대가 아니며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진보정치 1번지’의 승부

울산 북구도 4월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됐다. 윤두환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2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것.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울산 북구는 판결을 기다리던 이들이 일제히 뛰어나와 시끌시끌하다.
저조한 재보선 투표율을 감안했을 때 이번 선거는 조직적인 표를 동원할 수 있는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의 표로 좌우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정몽준 최고위원의 지원 유세 등으로 표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후보 단일화를 통해 확실한 승리를 움켜쥐겠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 17대 국회의원이었으나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낙마했던 조승수 전 의원은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선언을 했다. 조 전 의원은 “‘진보정치 1번지’인 북구를 노동자의 품으로 되찾아오기 위해 북구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서민을 위한 새로운 선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북구에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보신당과 민노당 모두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후보 단일화에 대해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를 꺾기 위해서는 득표력이 검증된 사람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울산 북구가 선거 지역구로 확정되자마자 박희태 대표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 부평 출마를 권유했으나 영남권에 재보선 지역구가 늘면서 ‘MB정부 중간평가’라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
박 대표는 “부평을로 끌고 가더니, 이제는 울산이냐”면서도 “아무래도 영남이니 낫지 않겠느냐”며 인천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영남’에 마음을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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