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의 청와대 안주인 1년

각종 회의와 이동 등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조명을 받는 대통령과는 달리 자원봉사마저도 측근들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질 정도로 ‘조용한 내조’를 펼치고 있는 김윤옥 여사가 최근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보낸 1년간의 소회와 남편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외롭고 적막할 것이라는 청와대 생활과 MB정부 출범 후 바뀐 일상들에 대한 말 끝에 김 여사는 “국민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더라도 연말쯤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벽 높은 청와대? 인터넷·TV드라마·영화 ‘똑같아’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 열고 MB에 조언한다”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청와대 생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정부 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창간호 인터뷰에서다.

“청와대, 외롭지 않아”

MB의 취임 1주년인 2월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김윤옥 여사의 하루 일과에 대한 소개로 시작됐다. 영부인으로서의 공식 활동은 청와대 홈페이지 혹은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외롭고 힘들다’는 청와대 안의 삶은 그다지 밖으로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이 워낙 잠이 없다”면서 “기업에 있을 때부터 38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이라 새벽 5시면 나도 절로 눈이 떠진다. 인터넷을 통해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신문기사 등을 읽으며 대통령에게 필요한 기사는 오려서 나중에 전달하기도 한다. 출근 준비 돕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어 “사람들은 청와대 생활이 외롭고 적막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미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와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만큼 쓸쓸하고 외롭지 않다”며 “네 자녀와 여섯 명의 손자 손녀들도 한번씩 들리고 자전거 타는 것도 배웠다”고 이야기를 꺼낸다.
MB가 차 없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기 때문에 손녀들과 함께 자전거를 배웠는데 아직 잘 못 타서 대통령에게 ‘손녀들보다 서툴다’는 놀림을 받는다는 말도 곁들였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자신에 대한 댓글을 확인하고 국민들이 즐기는 TV드라마도 보고 청와대에서 직원들과 영화도 감상하고 더러는 콘서트 공연에 남몰래 다녀오기도 하는 등 청와대 안에서의 일상을 전했다.
그는 남편 ‘이명박’에 대해 “성격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르니까 처음에는 부딪히는 것도 많았다. 그래서 당황할 때도 많았는데 요즘 젊은 여성들 눈에는 낙제점이겠지만, 가정적인 남편은 아니어도 전체적으론 괜찮은 남편”이라는 평과 함께 “바쁜 덕에 대통령 부인까지 됐으니 전에 섭섭했던 건 다 참아야죠”라고 말했다.
“생일하고 결혼기념일은 잘 챙긴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대통령 생일이 결혼기념일이니까 둘 다 잊지 않더라”는 것.
김 여사는 “선물은 한번도 못 받아봤지만 생일이 돌아오면 꽃다발과 ‘아이들 키우느라 고생했고 고맙다’는 내용이 담긴 카드는 꼭 보낸다. 카드에는 꼭 ‘사랑하는 윤옥에게’로 시작해 ‘명박으로부터’라고 끝난다. 지난해 12월 19일 결혼기념일에도 그걸 준비해서 컴퓨터 옆에 놓아뒀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조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김 여사는 “모시는 사람들이 대통령께 잘한다, 못한다고 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쓴소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항상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를 열어놓고 대통령이 미처 챙기지 못한 사안에 대해 조언을 한다”고 말했다.
조언을 하는 방법으로 ‘편지’를 활용한다. 오가며 들리는 소리 중 새겨들어야 할 말들을 편지로 써서 전한다는 것. 김 여사는 “요즘도 편지를 가끔 써서 주면 차 안에서 읽더라”고 전했다.
그는 “남자는 의기양양해야 한다. 힘을 실어주는 말이 더 효과적”이라면서도 “맘에 안 들 때는 수도꼭지 틀어놓고 욕하면 된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당장 좋아지리라 기대 안해”

MB정부 출범 후 힘들었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여사는 “다 알다시피 촛불시위 등으로 어려움도 많았다. 잘 극복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애당초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고 해서 당장 좋아지고 모든 사람에게 호응을 받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고 어려우리란 건 이미 각오한 바이고, 지금은 미래를 위한 터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게 우리 임무이지, 대통령께서 임기 내에 모든 걸 다 이룰 순 없다”고 했다.
또한 “요즘 어려워지면서 부쩍 주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며 “경제가 어렵다는 걸 많이 체감한다. 국민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더라도 연말쯤엔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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