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인’ 이야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와 거리감을 둔 글을 잇달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에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라는 글에서 “생각이 좀 정리가 되면, 근래 읽은 책 이야기, 직업 정치는 하지마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지마라는 이야기, 인생에서 실패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 4일 ‘정치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정치, 하지마라.’ 이 말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이라며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성공을 위해 쏟아야 하는 노력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그나마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견뎌야 하는 치명적인 고통으로 ‘가족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없는 것’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과 부담으로는 거짓말·정치자금·사생활 검증의 수렁, 이전투구의 저주, 고독과 가난을 꼽았다.
노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이 수렁에 빠져서 정치 생명을 마감하며, 살아남은 사람도 깊은 상처를 입는다”며 “무사히 걸어 나온 사람도 사람들의 비난, 법적인 위험, 양심의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큰 나라에서는 자연 싸움이 거칠어지고 패자에 대한 공격도 가혹해진다”며 “이런 싸움판에서 싸우는 정치인들은 스스로 각박해지고 국민들한테서 항상 욕을 먹는 불행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돈도 친구도 없는 노후를 보낼 가능성이 어느 직업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다음날 자신의 글에 대한 비판과 관련, “연속극하나 끝나고 새 연속극 하고 있는데, 자꾸 지난 연속극 주인공이 나오니 사람들이 짜증내는 거 아니겠냐”는 권양숙 여사의 발언을 소개하며 “그동안에도 글을 여러 개 올렸으나 현실 정치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용에 불구하고 글만 올리면 정치 재개란다. 감옥이 따로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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