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미디어법 상정 대란

한나라당 의원들은 MB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많은 것을 기대려는 경향이 있다. 어떠한 문제가 잘 안 풀리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즉각 달려가 상의를 하고 해결점도 찾으려고 한다. 때문에 이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모르핀’같은 존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특히 친이계 의원들은 이 의원에 대해 절대적인 충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의원은 역시 친이계끼리 다툴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당내 분열을 주도하는 친박을 견제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친이계의 중진의원은 “흩어진 친이계를 하나로 끌어 모으기 위해 이 의원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쏟아지고 있는 이 의원의 소신 발언이 바로 그 증명”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상득 친이결집 위해 팔 걷어붙였다”
민주당 “법안 강행처리 뒤에는 형님 대원군 있다”

여권 한 중진의원은 “나라경제가 어렵고 MB의 지지도 역시 들쑥날쑥 하는 상황에서 MB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이 힘을 하나로 모으고 적극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을 형성하는 친이계 의원들이 많다. 이제는 모두 움직일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 전방위 행보 주목

이재오 최고의원의 복귀에 대해서도 “오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슨 역할을 맡을 것인가 하는 게 중요하다. 현시점에서는 이상득 의원이 직접 나서서 막혀있는 당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3월 이른바 ‘형님 공천’에 반대했던 소장파의원들 역시 이 의원을 찾고 있다”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지리멸렬한 한나라당을 떠받쳐 주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로 이 의원을 평가한 것이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핵심 지도부가 MB와의 소통에 한계를 드러내고, 친이-친박 갈등으로 내홍이 계속되는 한나라당이 그나마 큰 잡음 없이 야당에 밀리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친형이라는 혈맥과 6선의 관록을 바탕으로 한 이 의원의 행보 때문이라는 부연설명도 덧붙인다.
이처럼 당내·외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이 의원이 최근 미디어법 상정을 주도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이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여당이 지리멸렬해서는 안 된다. 강하게 가자”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미디어법 상정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MB 똘마니냐”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의원은 “나이가 벌써 70이 넘었고, 당 4역을 다 거친 국회의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발언을 자꾸 이 대통령과 연결 하지 마라. 나는 대통령과 말을 안 한 지 오래됐다. 나라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지 않느냐. 사람대접 좀 해 달라. 오죽하면 아내가 국회의원을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박근혜 기존입장 재확인

박근혜 전 대표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은 전에도 얘기했듯이 그 입장 그대로”라며 강행처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앞서 먼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청와대 오찬회동에서도 “쟁점 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이 법안들이 지금 국민에게 오히려 실망과 고통

을 안겨주고 있다. 지금 정부가 바라보는 쟁점법안에 관한 관점, 그리고 야당이 바라보는 관점과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차이가 크다”며 쟁점법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역시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기습 상정에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총파업의 선두주자는 이번 미디어법에 가장 강경하게 대치하고 있는 문화방송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1000여 명의 필수 제작인력을 제외한 모든 노조원이 제작거부에 돌입한 채 서울 여의도 본사 로비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노조는 총파업 결의문을 통해 “언론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 우리의 싸움은 정권반대투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언론악법을 포기하고 언론장악에서 손을 떼는 그날, 제작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제 MBC 본부장은 “근거없는 낙관론에 취해 있다 야당과 국민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며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각오로 싸워야지만 앞으로의 투쟁이 쉬워지고 국민들의 의지를 마음에 담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방송관계법은 방송을 조중동이 장악해 합법적으로 권언유착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지지로 재집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아예 포기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방송 노조는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총파업 참여 시기와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며 기독교방송과 교육방송도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은 형제공화국?

한국방송공사 노조는 그러나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지침을 통해 “한나라당이 또 다시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기도하면 총파업을 맞설 것”이라고 말해, 당장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 법안 기습상정으로 허를 찔린 민주당은 전방위로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문방위 앞 복도에서 긴급의총을 열어 미디어 관련 법안 상정의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고흥길 문방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세균 대표는 “연말 박진 외통위원장의 국회 파괴에 이어 고 위원장이 또 한 번 국회를 파괴했다”며 “우리 모두 똘똘 뭉쳐 ‘MB악법’을 막고 의회주의를 지켜내자”고 응전 방침을 천명했다.
민주당은 연말연초 법안전쟁의 휴전협정이었던 ‘1·6합의’가 휴지조각이 됐으며 미디어관련 법안 기습상정은 ‘속도전’의 재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박근혜 “그 입장 그대로” 미디어법 반대 재확인
‘민주공화국이 아닌 형제공화국’ 격전 일촉즉발

김유정 대변인은 “여야 합의를 파기한 한나라당의 배신정치에 치가 떨린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막장정치”라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무기한 의원총회를 열기로 한 장소인 문방위 회의실을 상황실로 삼아 쟁점법안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게릴라식으로 실력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또 “미디어 관련 법안 강행처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말 한마디에 의한 것”이라는 세간의 시각에 빗대 ‘형제공화국’이라는 신조어를 구사하며 여권 핵심부 때리기에 나섰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정권 5년은 형제가 함께 이끌어가는 정권이었다고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했고, 김유정 대변인은 “오늘부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닌 형제공화국으로 재탄생했다”고 했다. 여권의 금기영역을 건드려 한나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이미 속도전에 나선 만큼 일부 쟁점법안의 경우 임시국회 회기 내에 직권상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원내대표단이 이날 오전 김형오 국회의장을 찾아가 “쟁점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해선 안 된다”고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당내에는 국회의장 측에서 직권상정 기류가 흘러나오고 본회의장 점거 같은 극한투쟁은 부담이 적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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