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이재오 귀환 임박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며 MB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이었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 하지만 18대 총선 당시 자신의 텃밭인 서울 은평을에서 고배를 마신 뒤 미국으로 떠났다. 그는 송별 오찬에서 “부족한 것을 더 배워와 5년, 10년 후에 펼쳐질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하기 위해서 떠난다”며 “이재오가 없더라도 우리가 만들어낸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은평이 적극 나서서 도와 달라. 내가 돌아올 때까지 지역구를 지켜주고 이명박 정부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그가 3월9일 입국한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으로 한나라당 내부의 세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그의 임박한 귀환을 따라가봤다.

3월9일 입국 의지 밝힌 이재오, 귀국 이재나 저재나
친이 “이재오 저서 집필하고 연구 활동 하며 지낼 것”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유학길에 올랐던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3월9일 입국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9일 베이징대에서 열린 한국 유학생 특강에 앞서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계획했던 대로 내달 초순에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일 베이징대에서 일정을 마치고 22일 미국에 돌아간 뒤 내달초 존스홉킨스대학 객원교수로서 일정을 마치고 내달 초순에는 귀국할 것”이라고 말해 3월 중 입국을 확인시켰다. 이로 인해 정치권의 시선은 ‘태풍의 핵’이 될 그의 귀환에 모아지고 있다.

귀국 후 조용한 행보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정치적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3월 초 귀국일정을 전하면서 “귀국해도 정치와 거리를 둘 것”이라며 당장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려운데 계파정치를 할 때인가”라며 “국민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니,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선비는 마음이 넓고 강해야 한다. 임무가 무겁고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라는 <논어>의 구절을 직접 써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유학길에 오른 이후 현실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둬온 데다 자신의 귀국을 앞두고 불거진 계파 갈등과 역할론을 일축하는 발언으로 봤을 때 현재로선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과 동시에 현실정치에 당장 개입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중량감이 큰 이 전 최고위원의 현실정치 개입은 곧바로 친박계 반발과 여권 내 친이계 내부 알력과 권력구조 재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부의 계파대결구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그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관계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전 최고위원으로서도 지난해 스스로 유배정치를 떠난 마당에 일정 기간 자신의 정치적 복귀에 대한 시중 여론을 탐색한 뒤 복귀 시점을 설정하는 게 부담이 적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친이계 한 초선 의원은 “귀국하자마자 현실정치에 개입하거나 뛰어드는 일은 이 전 최고위원 스스로도 자제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다양한 루트를 활용해 주로 의견을 청취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 의원도 귀국 후 활동 범위에 대해서 그동안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면서 “당분간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밀알이 될 수 있는 역할론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3월 입법전쟁 연장전과 4월 재·보선 과정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자리 매김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국정운영 파트너인 여당이 내홍으로 치닫게 되면 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은 현저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의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란 예측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1심에서 받은 의원직 상실형이 대법원 최종 판결로 확정되면 10월 재·보선을 통해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4월 재보선 이후에 귀국할 것이란 일각의 전망에 이 전 최고위원은 “귀국 일정에는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면서 “국내정치와 현실적으로 떨어져 있어 나의 귀국이 한국 정치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구체적으로 4월 재보선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두 군데는 전북이어서 한나라당과 관련이 없고 나머지 세 곳은 어떤 누구도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지역”이라면서 “두 세자리 공천 때문에 전체적으로 욕을 먹을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미래 연구에 몰두

귀국 후 곧바로 정치일선에 나서지 않을 이 전 최고위원이 어떤 활동을 펼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장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는 않겠지만 귀국 후 한국미래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의 팬클럽 ‘재오사랑‘ 홈페이지에 올린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국의 미래는 크게 남북통일 방식과 동북아 국가간 관계정립, 아시아 지역 공동체 구성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제 귀국하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려고 한다. 이것이 한국의 미래이며 아버지의 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학 4학년으로 복학하는 아들에게 “세상은 도전하는 자에게 행운을 주게 돼있다”며 “도전만이 변화와 창조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친이계인 이군현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성공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역할이든 맡겠다고 했지만 특별히 당장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상당 시간 동안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현안 문제에 당분간은 거리를 두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정치적 현안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귀국 후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친박계가 이 전 의원의 귀국을 앞둔 친이계의 결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정치 전면에 나섰다가 당의 화합을 저해했다는 책임을 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재오계 이재오 후방론에 ‘펄쩍’ “아직 정확한건 없다”
팬클럽 ‘재오사랑’ 귀국 시점 맞춰 전국지부 전열 정비

이 전 최고위원의 측근인 공성진 최고위원 역시 “(이 전 최고위원이 귀국 뒤)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일단 연구물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겠다고 했다”며 “정계로 복귀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어떤 식으로 모색해야 할 것인가는 지금 국내 상황과 연계돼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여권 재편론 및 이재오 역할론과 관련, “이젠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전면에 포진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그런 측면을 부각시켰다”며 “이 전 최고위원도 정권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이) 지금으로선 어떤 자리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고 내가 얘기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초빙교수 강의를 마친 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아에서 통일한국의 위상'을 주제로 한 존스홉킨스 대학과 베이징대학의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3월 귀국 뒤 정책 비전 등을 담아 ‘나의 꿈, 조국의 꿈’(가제)이라는 책을 쓰면서 귀국 뒤 한동안 정치활동은 피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설’을 두고 당내에선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들어선 이른바 ‘사냥개’ 논쟁이 겹치면서 논란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거취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의 이면엔 여권 내 복합적인 상황이 얽히고설켜있다.

‘태풍의 눈’으로 돌아온다

이른바 ‘친이재오계’는 연일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론’을 설파하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2일 이 전 최고위원의 ‘입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고 진수희 의원은 제대로 된 ‘MB개혁’을 위해선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친박근혜계’는 이 전 의원의 복귀론을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으로 규정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원(舊怨)’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친박 의원은 “개혁 입법이 친이 그룹만 단합된다고 되는 것이냐. 여권 전체가 화합하고 내각을 개편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정책을 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청와대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론에 일절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당내 일각에선 우선 이 전 부의장의 경우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성패가 갈릴 만한 위기 상황이라는 점, 여권 내 구심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기엔 정치적 부담이 많다는 점 등이 근거다. 이 전 부의장이 최근 물밑에서 ‘친이’ ‘친박’을 두루 만나며 ‘화합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반대로 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도 그의 ‘조기 귀국’에 난색을 표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을 독대한 뒤 정두언 의원이 이 전 의원을 만나 이런 우려를 전했다는 설이다.

이 전 의원의 복귀가 몰고 올 여권 내 권력지형의 재편과 여론의 역풍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국포럼 등 친이 직계 그룹에서도 이런저런 사정 탓에 의견이 다소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오계’는 펄쩍 뛰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억측”이라며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고 일축했다.

‘귀국 후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이재오계 의원들은 “이재오가 무슨 죄를 짓고 한국을 떠나 망명한 사람이냐”며 “미국 체류 일정이 정리되면 한국에 오는 건 당연하지 시기를 가지고 왜 이러쿵 저러쿵 하느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팬클럽 ‘재오사랑’ 전열 정비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이 전 최고위원의 팬클럽 ‘재오사랑’이 지난달 28일 전남지부 발대식을 여는 등 전국적인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이하는 ‘재오사랑’은 지난해 11월 회원 5000명을 돌파한 후 지난 2월7일 충북 괴산에서 전국대회, 13일 경남지부, 14일 서울 강남지회 발대식에 이어 21일 오후 3시 영파문화센타에서 부산지부 창립 2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치렀다.

부산지부 2주년 기념식에는 설동근 부산시교육감, 황현대 중앙회장, 각 지부 회장과 부산지부 회원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해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최영심 부산지부 2대 회장의 내빈소개와 환영사에 이어 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은 축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재오사랑 부산지부 창립 2주년을 축하했다.

황현대 중앙회장은 “국가적으로는 지역에 따른 차별이 없어야 하며, 개인적으로 평등해야 하며,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봉사하고, 나누어 주는 그런 세상이 JOY의 함박웃음 세상”라고 강조했다.

현재 ‘재오사랑’은 전국 회원이 약 7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조만간 회원 1만명이 돌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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