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하늘이 열리고 닫히기까지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 2003 (Rites of Passage Festival 2002)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삶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여 통과의례의 의미와 소중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세계의 다양한 통과의례 양식을 보여주는 올해로 4돌을 맞은 2003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이 서울시 암사동 선사주거 유적지를 무대로 나흘 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삶과 죽음의 길 문화관광부와 서울 강동구가 후원하는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 계절의 흐름 속에 만물의 생성과 소멸을 기리는 민족마다의 고유한 관혼상제 의식과 세시풍속 등을 뜻하는 '통과의례'를 한자리에 모아 인류의 공통가치와 과제를 공유하는 행사다. 5월 22일 전야제에서는 '땅을 열고 하늘에 고하는'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판굿과 사물놀이, 비나리, 무음을 배경으로 한 '생명탄생의 신비', 혼례를 춤극으로 형상화 한 '어화둥둥 내 사랑아', '세상사 번뇌는 별빛이라'라는 테마로 인생의 고뇌와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춤과 사철가가 올려진다. 마지막으로 '죽음과 삶의 길'에서는 창작음악 가시리와 상여소리에 맞추어 소리꾼과 무용단의 군무로 죽음과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는 행사 및 강동 바위절마을 호상놀를 펼쳐진다. 또 아프리카 수단의 The Sudan Folks Rites, 벨라루스의 GRAMNITSY, 쿡아일랜드의 Pacific Tamure 등 해외예술단이 선사하는 접하기 힘든 이국적인 광경으로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계 통과의례 비교체험전'에서 가나, 터키, 일본, 뉴질랜드, 인도 등 세계각국의 탄생의례, 성년의례, 혼례, 상장례 등을 한눈에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출생을 기념해 금줄을 만들지만 가나에서는 생후 8일째 이제 인간답게 살라는 축원 속에 작명의식을 치른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관람객들이 직접 관속에 들어가고 죽음과 환생을 가상 체험하는 '생의 길' 프로그램이 본 축제의 하이라이트. 가상 죽음의 체험자들은 자신의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가치관을 내재화하고 삶과 죽음의 새로운 의미를 깨달아 남은 생애를 다시금 설계하게 된다. 직접 체험에 동참한 많은 이들이 실제로 눈물을 흘리며 '지나온 생을 반추하게 된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생의 관문을 통과하는 제식 - '통과의례' 놀이마당을 하나 통과하면서 몽골, 이스라엘의 팽이 돌리기, 필리핀의 수타칸, 일본의 켄다마, 인도네시아의 가위바위보 등 세계 각국의 민속놀이와 아기장승 만들기, 금줄 꼬기, 부적 쓰기, 실뜨기, 고누놀이 등을 접할 수 있는 '통과의례 열두 대문', 영정사진 만들기도 준비됐다. 이밖에도 의례를 주제로 영상 다큐멘터리 상영과 출생에서 죽음까지 신체의 변화를 미술작품으로 표현한 '인체의 통과의례전', 의례별 다양한 떡 60여종을 전시한 '통과의례와 세시풍속 떡 잔치, 돌, 혼례, 장례 등에 각각 쓰였던 전통상차림 전시'도 마련됐다. 또 통과의례를 주제로 한 연극들과, 영산재, 종묘제례가 펼쳐져 우리민족 고유의 삶과 죽음에의 풍습을 재현할 예정이다. "해외 초청 팀의 공연은 민속歌舞의 예술공연 개념이 아닌 원주민들의 민족 고유의 순수한 통과의례 의식을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아프리카를 다루는 것은 인류의 기원과 원시성을 상기한다는 취지이고 아시아 문화권을 담는 것은 한민족의 역사와 풍속이 녹아있는 지역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기 위함" 이라는 것이 임진택 집행위원장의 설명이다. 연출가이자 소리꾼으로 잘 알려진 축제의 총 집행위원장 임진택씨는 "오십 고개를 넘어 몇 번의 실패를 맞아 혹독한 통과의례를 치렀다. 그러자 사람들이 지나온 생애를 반추하여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남은 삶을 충전하고 아울러 공통의 생명관과 공동체의식 등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장을 마련해보고 싶었다." 며 축제기획의 배경을 설명한다. "축제 행사장소인 암사동 선사유적지는 인지도가 낮고 외지다는 위험부담이 있었으나 매년 총 20만여 명이 넘는 많은 시민들이 호응해 주고 있어 기쁘다" 면서 "이곳은 선사시대의 민족의 과거 흔적이 남은 곳이며 장례의식 호상놀이를 전승하고 있는 마을이다. 본 행사를 겸해 이러한 민족의 고유문화유산을 홍보하자는 취지에서 행사지를 택했다."고 말한다. "축제가 출범했던 2000년의 주제는 '새천년 씸김과 맞이' 였다. 2001년에는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서'를 주제로 중앙 아시아의 우리민족의 흔적을 찾아가며 북방 기원설과 남방설을 비교, 확인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2005년까지 '인류문명사 속의 통과의례', '세계 소수민족을 찾아서' 의 순서로 행사를 꾸려나갈 장기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라고 밝혔다. 삶과 밀착된 근원적인 축제 세계 통과의례 페스티벌은 단순한 구경이 아닌‘놀이’와‘참여’로 지구촌의 다양한 이색문화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문화축제이다. 또 통과의례를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문화체험 축제다. 또 서울시가 `미디어시티서울' `드럼축제'등과 함께 마련한 3대 국제예술문화축제이기도 하다. 이번 축제에 마련된 모든 행사들은 인생에 대한 개인의 의지를 확인, 소망하는 행위이자 일생의 중요시기마다 한 생명에 담긴 무게를 가름해보는 의식인 것이다. 한마디로 그 어떤 흥미로운 오락프로그램으로 차려진 축제들보다 가장 근본적으로‘삶과 밀착된 근원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통과의례를 거쳐가면서 인간의 원시성과 동시에 한민족이 한 뿌리라는 연대감과 민족성을 형성한다. 동시에 천지의 기운과 화합하면서 스스로의 인생의 기점을 정리하고 리듬을 타는 생의 주인공으로 서는 것이다. ●일정: 5월 23일~25일 서울 암사동 선사유적지 ●문의: 02-487-1444 ●www.ro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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