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국방부 장관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농담’으로 여야 의원들의 거센 공세를 받는 일이 일어났다.

분위기 풀자고 한 말이…

이상희 장관이 지난 2월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달 19일 국방위 전체회의 직후 그가 미국 하원 대표단을 만났을 때 했던 발언이었다.

당시 국회 국방위에 출석했던 이 장관은 접견을 위해 국회 양해를 얻어 미국 하원의회 군사위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미 하원 대표단에게 “조금 전까지 국회에서 의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왔는데 좀 불편했다. 미국 하원 의원들을 보니까 내 마음이 아주 편해지고 여러분이 나를 국회에서 구해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의 국회로부터 미국 하원 의원들이 구해준 것, 이것이 진정한 한미동맹”이라고 농을 건넸다.

분위기를 풀자고 던진 그의 농담은 그러나 분위기를 살리는 ‘농담’으로 끝나지 않았다. 발언 내용이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까지 전해지면서 국방위 회의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린 것.

국방위 회의가 시작됨과 동시에 이 장관은 여야 의원들의 거센 항의와 사과 요구를 받아야 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유승민 의원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끼며, 국민의 대표로서 사과를 요구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조크로 이해해 달라”며 “조크를 해서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곤 하는데, 한국 국회도 과거와 달리 적극적이고 예리한 의정활동을 하고 행정부 활동을 감시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 조크였다”고 서둘러 해명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서양인들은 이야기를 조크로 시작하고 동양인들은 변명과 사과로 말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장관이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이 아니고 미국 국방장관이었다면 그런 조크가 어울렸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조크에 대해 당사자인 국방위원이 불쾌하다는 데 사과할 용의가 없나”고 반문한 뒤 “사과할 생각이 없으면 미국에 가서 미국 국방장관을 하라. 발언이 부적절했다면 남자답게 죄송하다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만 할뿐 사과하지 않은 이 장관을 꼬집었다.

그는 “이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작년 국감할 때도 공개적인 석상에서 ‘미국 애’라는 표현을 써 가지고 우리들이 깜짝 놀랐다. 그리고 SCM 가서 ‘남한이 과도한 관심을 가지면 김정일이 버르장머리 나빠진다고’도 그랬다. 그것도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과거 문제 발언들을 열거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그러한 발언 내용이나 장소나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생각이 되신다면 그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그러나 제 진의는 분명히 이해해 달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은 “심심해서 지나가는 개구리한테 돌을 던졌다 해도 개구리한테는 치명적”이라며 “모든 국방위원이 그렇게 느끼고 있는데 장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건가. 비단 이 문제 뿐 아니라 국회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장관을 놓고 국방위가 계속 질의를 해야겠느냐”고 일갈했다.

선후배까지 “사과하라”

급기야 이 장관의 군 후배 출신인 김성회 한나라당 의원조차 “장관의 캐릭터를 아는 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 부분은 정말 오해를 할 수 있다”며 “사과를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니까 조롱하는 기분이 들며, 우리의 잘못에 대한 자책감이 든다”고 한숨 쉬었으며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조크라고 했는데 당신이 개그맨이냐”고 매섭게 질타했다.

이 장관의 군 선배이기도 한 이 의원이 “일개 국가를 대표하는 장관이요. 그러면 어떻게 하원의원들 앞에서 그 얘기를 하나. 이 자리에서 사과하라”고 호통을 치자 이 장관이 “적절하지 못한 표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국방위원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격전은 마무리됐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