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자처럼 홀로 수행자의 삶을 산 선사의 ‘반야심경’

“참선을 하려고 합니다. 화두를 주십시오.”
“화두 필요 없어요.”
“그러면 어떻게 공부 합니까?”
“자기 마음을 자기가 보는 것이 공부입니다.”
“선사님은 왜 평생 운둔하고 계십니까?”
“통하지가 않아서요.”
“선승에게 계가 중요 합니까?”
“절대적입니다. 파계하고는 견성 못 합니다.”
“‘반야심경’은 어떤 경입니까?”
“바로 알면 성불하는 경입니다.”

한 평생을 곧고, 강직하고 치열한 수행자로 살아온 겸우 선사. 세상에 나서지 않고 오직 수행과 정진으로 평생을 청청하게 살다가 간 그의 육성이 담긴 책이 나왔다.
전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김치냉장고를 발명한 과학자인 저자는 청년 시절 우연히 만난 반야심경의 인연으로 한 때 죽음의 문턱에서 불법(佛法)으로 새로운 삶을 영위하게 된 이다. 그는 인생 역정을 통한 겸우 선사와의 만남과 책을 내기까지의 일화 그리고 법담이 소중하게 담아 ‘보는 놈을 봐라’를 펴냈다.
저자가 기억하는 겸우 선사는 오로지 꼿꼿한 자세로 평생을 살아온 ‘수행자’다. 선사는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오직 외로운 사자처럼 홀로 수행자의 삶을 살았으며 한국 불교는 수많은 방편에 따라 부처님 곁으로 향하지만 직설이 아니면 그 가지들은 다 아니라고 단호히 일갈하던 이다.
지나온 역대 조사(祖師)의 가르침 중에서도 그 뜻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잘못된 부분을 밝혀 불자들에게 바른 눈으로 불법을 볼 수 있도록 큰 가르침을 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선사의 법문은 화엄의 세계처럼 화려하지도, 관세음보살처럼 따뜻하지도 않다. 오직 하나. 보는 놈, 그 놈이 누구인지를 지켜보라고 말한다.

외로운 사자처럼 홀로 수행자의 삶을 산 선사의 ‘반야심경’
거칠지만 꾸밈없는 진솔한 삶과 그 속에서 비쳐지는 심광


저자가 한평생을 산 속에서 도를 닦았다는 선사를 만나고 선사의 ‘반야심경’ 설법을 듣게 되었을 때의 놀라움은 책을 펴내는 그 순간까지 생생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불교의 내용과는 너무도 다른 내용, 학교 문턱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는 선사의 입에서 쏟아지던 대학자도 하기 힘든 말들, 거칠지만 선승의 꾸밈없는 진솔한 삶과 그 속에서 비쳐지는 심광(心光).
이 책은 선사의 가르침처럼 기존의 반야심경 풀이에서 잘못 해석된 점을 지적하며 어떻게 반야심경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수행자가 깨달음을 향한 바른 길 위에 서게 되느냐, 아니면 마냥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되어 성불과는 거리가 먼 제3자의 입장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을 예를 들어 쉽고도 상세하게 밝혀주고 있다.
또한 과학자인 저자는 ‘과학으로 풀어보는 불교의 이해’를 독특한 컷과 함께 불교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 대해 “선사의 ‘반야심경’ 설법을 옮겨 실었을 뿐”이라며 “읽어보면 난해하게만 생각했던 불교가 ‘이렇게 쉬운 것이구나!’하고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는 놈을 봐라 / 전재근 저 / 초롱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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