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권력지도 재편

한나라당 친이계가 빠른 속도로 전열을 정비해 나가고 있다. MB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와 속도전을 펼치는 청와대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뭉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MB의 지지율 회복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강경 주류를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부 권력 경쟁으로 흩어졌던 초기와는 달리 나름의 그룹으로 움직이되 중심축인 이상득·이재오·정두언 의원의 서열을 정리하는 것으로 친이계 권력지도의 큰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권력구도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을 전후로 이러한 움직임은 완전하게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뭉치는 MB 최측근 인사, 여권 내부 권력지형도 재편 시작
‘막강 형님’ 밑으로 헤쳐모여…결속 높이고 서열 따라 정리

한나라당 친이계가 큰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다. MB의 친형인 ‘상왕’ 이상득 의원과 정가를 떠나있지만 영향력이 살아있는 ‘아우’ 이재오 전 의원, ‘친이계 직계’라 불리는 MB의 대선캠프였던 안국포럼 출신 인사들과 ‘권력사유화’ 논란으로 잠시 주류에서 비켜있던 정두언 의원까지 ‘주인공’없이 조연급만 남아있었지만 1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각자 자신의 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친이계 권력 퍼즐 맞추기

“친이계의 중심은 이명박 대통령이지 특정인 누가 친이계의 중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현재 일부 4~5명 내지 7~8명이 패거리를 형성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말처럼 친이계에는 ‘중심’이 없었다. 계파 중 단결을 보이고 있는 것은 ‘친박계’일뿐 친이계는 ‘모래알’이라는 냉소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최근 친이계를 형성하고 있는 주축 인사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MB정권의 꽃을 피울 집권 2년을 준비하고 있다.

‘상왕’으로 한나라당과 청와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이상득 의원은 ‘형님’노릇을 제대로 해 보겠다고 나섰다. 이재오 전 의원으로부터 ‘인사’를 받고 ‘권력사유화’ 논란 등으로 비수를 들이댔던 정두언 의원과 회동하는 것으로 그간의 서운함을 풀고 여권 내 ‘어른’이 되어 움직이고 있는 것.

이 의원은 이 전 의원의 귀국에 대해서도 “내가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거나 늦췄다는 것은 오해”라며 “이 전 의원이 학업을 마치고 귀국해 활동하는 것에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집권 2년차를 맞아 모두가 힘을 합쳐 나라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면서 “이 전 의원의 귀국 후 활동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아우’들을 다독이는 한편 계파를 넘나드는 광폭행보로 진정한 여권의 ‘어른’으로써의 행보를 걷고 있다. 6일 정몽준 최고위원의 정책연구소 ‘해밀을 찾는 소망’ 개소식에 참석했으며 8일에는 친이계 계파 모임인 ‘함께 내일로’ 회원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지난 10일에는 강재섭 전 대표의 연구재단 ‘동행’ 창립식에 모습을 드러냈고, 16일 정두언 의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도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또한 21일에는 부산에서 김무성, 허태열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골프회동’을 통해 친박계와의 교류 움직임을 보였다. 이 자리에는 허 의원과 김 의원은 물론 친박계 유기준 의원과 친이계 ‘실세’인 안경률 사무총장, 친이재오계 이군현 의원, 친이계 장제원 의원 등이 함께 하기로 했었다.

회동은 취소됐지만 정치권은 이 의원이 격렬했던 지난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에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화해를 주선했던 만큼 계파를 넘나드는 광폭행보를 통해 4월 재보선과 5월 당협위원장 교체, 원내대표 경선 등을 앞두고 계파간 정치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취소된 ‘골프회동’과 관련, “전에도 자주 만났다. 이번에 부산에 간다니까 김무성 의원이 ‘형님 (골프나) 한 번 합시다’고 해서 성사된 것”이라면서 “당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데 친박이니 친이니 하는 구분이 어디 있느냐. 앞으로도 누구와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 의원은 집권 2년차 이명박 정부의 안녕을 위해서는 당내 어떤 정파들이라도 힘을 합쳐 같이 가고, 뭉쳐서 집권 기반 확실히 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파에 상관없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반경을 넓혀가는 이 의원의 근황을 짚었다.

친이 직계 ‘똘똘’ 뭉친다

대선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으나 정작 정권이 들어서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친이직계’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도 최근 잇따라 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2일 조해진·권택기·김영우·강승규 의원 등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문화부 차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을 만났다. 8일 강승규, 권택기 의원 등이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만났으며 정 실장은 10일에도 정두언·정태근·조해진·백성운·김영우 의원 등을 만나 국정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12일 서울 인사동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MB의 ‘집사’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곽승준 위원장, 신재민 차관, 박영준 차장, 은진수 신임 감사위원 등이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권력사유화’ 파문으로 사이가 틀어졌던 박영준 차장과 정두언 의원이 지리를 함께 해 그간의 거리감을 좁혔다.

모임 늘리는 친이 결속 늘려 모래알, 바위 덩어리로 뭉친다
귀국 앞둔 이재오 정계 복귀 ‘준비 중’, 뜨는 정두언 ‘활약 중’

안국포럼 출신 한 초선의원은 “측근그룹에서 MB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만큼은 여당으로서 정부와의 소통구조를 제대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 직계인 정두언 의원도 MB의 ‘복심’으로 재기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5일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청와대를 방문, MB와 독대했다. 지난해 6월 ‘권력 사유화’ 발언 이후 8개월 여만에 성사된 독대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겼으며 정 의원은 회동 후 곧바로 중국행 티켓을 끊고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이재오 전 의원과 회동했다.

16일 그가 주최한 정당개혁 토론회에는 서먹했던 이상득 의원을 비롯해 김형오 국회의장, 정몽준 최고위원과 정의화·안상수·심재철·진수희 의원 등 친이계 의원 40여 명이 참석하며 세를 과시했다. 이 의원은 1시간 넘게 자리를 지켜 정 의원과의 ‘앙금’을 풀었음을 확인시켰다.

정 의원은 1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세를 몰아갔다. 그는 “대통령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경제위기나 대책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총리의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지도자는 책임지는 사람인데 지금 정부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서 한승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이 모든 일에 직접 일일이 나서는데 대해 국민의 우려가 크다. 총리와 국무위원은 뭐 하느냐고 걱정하는 것”이라며 “이게 대통령의 스타일 때문이냐, 총리와 장관들이 소극적이어서 그러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28일 이상득 의원,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골프 약속을 잡는 등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재오계도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 후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귀국 후 책을 집필하는 등 정치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지만 여권 내 그의 ‘몫’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이군현 의원은 이 전 의원의 귀국 후 역할과 관련 “상당 시간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현안에 대해 당분간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의 귀국으로 당내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관점에서 보고 싶다”면서 “대통령을 만드는데 책임을 졌던 사람들이 친이, 친박을 떠나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드는 데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얼굴 보면서 ‘정’ 쌓는다

친이계는 내부결속 강화에도 신경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이상득 의원과 정몽준 의원까지 참석한 주류 진영 의원 40여 명의 모임이 있었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할 것”이라며 협력을 부탁했다.

친이계 모임들은 MB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합동강연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와 ‘국민통합포럼’은 23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 기념, 도약 대한민국’ 강연회를 공동 주최한다. 각각 50여 명과 80여 명의 의원들을 회원으로 둔 두 단체는 각각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열어왔으나 합동 강연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번 강연회를 통해 현 정부의 1년을 되돌아보면서 2년차에는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이냐에 대해 들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현 정부 성공을 위해 친이계 모임간 의견교환을 긴밀히 하고 강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께 내일로측은 이번 강연회에 친이계 모임인 안국포럼이나 민본21까지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내일로 관계자는 “모임의 창립취지가 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었다며 “동일한 취지에 동의하는 정치세력과 결집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를 발현하기 위해 앞으로 워크숍과 심포지엄 등을 열어 내·외연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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