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李·친朴 4월 ‘진검승부’

‘불가근불가원’.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거리감을 유지하며 ‘경계’하던 친이계와 친박계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MB가 집권 2년차를 맞아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친박계와 설전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진짜’ 격전은 4월을 전후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4월은 재보선으로 인한 공천 문제는 물론 당협위원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 파동으로 당을 뛰쳐나갔다가 복당한 친박 의원들은 공식석상에서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갈등을 표출, 첨예한 대립이 이뤄지고 있음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전쟁이 시작되려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 공천으로 갈등을 겪고 당을 나섰다가 복당한 후 목소리를 죽여 온 친박계가 “할 말은 하겠다”고 나섰다.

벙어리 생활 접는다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3일 “정권이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비판의 역할을 하지 않고, 조용하게 협조해 왔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앞으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려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 임기 1년 동안 조용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일체 소리를 내지 않고 협조를 해 왔다. 그런데 이것을 고맙게 생각하지 않고 왜 비협조적이냐며 비판을 가해왔다”고 친이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친박계가 가장 먼저 제기할 문제로 ‘당 내 통합’을 꼽았다. “민주주의 기본이 상대에 대한 인정이기 때문에 당 내에서는 비주류, 국회 내에서는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합 강조하지만 4월 재보선 공천, 당협위원장 교체 ‘시한폭탄’
친박 “조용하게 협조해 왔지만 앞으로 시시비비 가려내겠다”

쟁점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과 홍보가 필요하고, 여야 논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독소조항이 발견되면 수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 강행처리 문제뿐 아니라 법안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친박계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고 말해 무게감을 실었다. 최고중진회의, 최고회의, 의총 등 다양한 공식석상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박근혜 전 대표도 이전과는 다르게 현안 등 국정운영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도 얌전히 듣고 있지만은 않았다.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같은 날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로 정권을 바라보거나, 반대만 하면서 순간적인 인기에 연연해 다음 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됐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친박연대는 공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를 정치적인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난하는 공 최고위원의 막말은 정말 소인배 같은 망언”이라고 비난하며 “적어도 이재오 전 의원이 배후에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계파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적 계략을 꾸미기 위한 발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설전으로 끝날 거면 “시작도 안했다”

친이·친박계는 말싸움으로 끝낼 기색이 없다. 설전으로 끝낼 힘겨루기가 아니라 4월 재보선 공천과 4월 임기가 만료되는 당협위원장 교체 등 계파간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4월 재보선 공천은 덜 심각한 문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당이 쪼개지는 듯한 아픔을 겪고 친박계의 복당이 이뤄진 후에도 앙금이 남아있는 만큼 친이계도 신경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경률 사무총장은 4월 재보선 공천과 관련, “당헌 당규에 나와 있는 절차나 방식을 기초로 해서 당을 잘 아는 분들과 당 외부에서도 몇 분 등을 포함해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된다”면서 “(외부 공심위원들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 자질 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명망 있는 분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무총장은 “공심위원들이 핫바지가 아니지 않느냐. 당을 사랑하고 애국적인 견지에서 잘 해 나가리라 본다”며 “이것 갖고 구태여 ‘이 파’, ‘저 파’ 하는 것은 공심위원들 자체를 너무 무시하는 것”이라고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당협위원장 문제에서는 친이도 친박도 물러서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파동으로 탈당했다 당선 후 복당한 친박 의원들과 친이 낙선 원외위원장들이 공존하는 지역구는 부산 남을(김무성 의원-정태윤 위원장), 부산 연제(박대해 의원-김희정 위원장), 대구 달서갑(박종근 의원-홍지만 위원장), 대구 달서을(이해봉 의원-권용범 위원장) 등 모두 18곳이다.
관행상 현역 의원이 입당할 경우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총괄할 수 있게 하지만 친이 원외위원장들은 “당헌 당규 어디에도 위원장을 현역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경선이라도 하자”고 버티고 있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에서는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부산 수영구 당협위원장에 친박계 현역의원인 유재중 의원 대신 친이계인 강성태 부산시의원을 임명하려던 안건이 논란 끝에 보류되기도 했다.

협의회는 이재오 친위대?

결국 11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안으로 곪아있던 당협위원장 문제가 터져 나왔다. 친박계 이해봉 의원은 “당력을 집중해 2월 임시국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분열이 있지 않나 해서 말씀드린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해봉 의원은 지난달 20일 결성된 원외 당협위원장협의회를 거론하면서 “당규에 보면 당대표가 언제든 당원협의회를 소집할 수 있는데 굳이 당규에도 없는 별도의 협의회가 결성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역 의원이 입당할 경우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이 맡도록 배려하는 게 관례였는데 아직까지 그런 조치가 없고 별도의 협의회를 결성해 추진하고 있다”며 “원외위원장 협의회가 구성돼 많은 잡음과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국내에도 없는 정치실세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칫 한나라당을 특정세력화하고 당내에 또 하나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당이 한나라당 전체의 당이지 특정 세력의 정당은 아니다. 대표와 최고위원이 심각하게 고려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외 당협위원장 뒤에 ‘실세’있나” “계파 대변하지 않는다”
당협위원장 문제 4월 이후 결론…‘화약고’ 막아도 ‘불씨’ 여전


이 의원이 말한 ‘정치 실세’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다.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가 이 전 최고위원의 ‘친위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화’를 표출한 것이다.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친이재오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원외 당협위원장협의회는 친이·친박을 망라해 원외위원장들이 애로점을 어떻게 사무부총장 등에게 전달할까 해서 결성한 것이지 당권을 위하거나 분란의 소지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96명의 원외위원장 가운데 94명이 서명해 결성한 만큼 어느 계파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
박순자 최고위원도 “원외당협위원장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어 있지 않아 지역구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비공개에서 토론할 일”이라며 “국정운영을 공동 책임지는 지역 동지들과 공감하며 국회의 의제가 지역에서도 소통되는데 당협위원장들의 역할이 크다”고 거들었다.
그대로 ‘전면전’으로 이어질 듯했던 이 문제는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협위원장 문제는 정치개혁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문제”라며 “공개석상에서 더 이상 말이 없었으며 한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마무리됐다.
4월 재보선이 끝날 때까지 당협위원장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최고위원과 중진들이 의견을 모았고 5월 중 이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해 일단 4월 재보선까지 ‘화약고’를 막아뒀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4월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