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방마님 파워행보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모교 대구여고 동문 장학재단이 단시일 내 목표치 이상의 거액을 모인 일로 ‘영부인 파워’가 새삼 회자되고 있다. 영부인은 평상시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려있지만 굳이 ‘베갯머리송사’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대통령의 ‘일심동체’로 국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챙기는 그림자 내조를 펼치고 있지만 ‘활용론’이 나올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 향후 행보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영부인들은 남편 못지않은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만큼이나 인기가 높았고 상원의원에 이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 첫 여성대통령을 노릴 만큼 정치적 독립을 이뤘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국무장관을 맡아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남편인 대통령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다. 성공한 흑인 여성으로 소외 계층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는데다 대통령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노래하는 퍼스트레이디’ 카를라 브루니는 ‘프랑스의 얼굴’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림자 내조로 청와대 생활 시작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려있던 영부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민심을 읽고 조언을 하는 최측근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공식 활동을 자제하는 ‘그림자 내조’로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MB 당선 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기쁨은 잠깐이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저도 내조를 잘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말처럼 많은 고민 끝에 MB가 서울시장일때나 대선에 나섰을 때처럼 조용한 내조를 펼쳤다.

이 같은 행보에는 한국 정서상 적극적인 대통령 부인상이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녹아있다.

청와대도 영부인의 활동에 대해 임기동안 MB의 손이 미치기 어려운 ‘소외계층 챙기기’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을 둬 왔던 노인 장애인 유아보육 등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임을 전했다.

그러나 정권이 자리를 잡아가며 김 여사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故 육영수 여사 이래 처음으로 전방부대를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해 5월에는 다문화가족사랑 걷기 모금 축제 명예 대회장으로 위촉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조직위원회 명예회장을 맡았다.

그림자 내조로 시작했지만 쌓인 ‘내공’ 못 숨겨
정치적 조언까지 ‘술술’…적극적 활동 시동건다

또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부인 류융칭 여사 등과 만나며 ‘내조 외교’도 활발히 펼쳤다.

정치권은 김 여사가 보폭을 좀 더 크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부인이 되기 위해 미리 과외까지 받으며 준비한데다 적극적인 성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 ‘활동형 영부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는 기본적으로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다. 거침없는 언변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어록’이 생길 정도로 화제를 낳은 것도 여러 번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 남편에게 숨겨놓은 아이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있으면 데려와 봐라, 바쁜데 일 좀 시키게”라고 맞받아 친 일화는 유명하다. 또 쇠고기 파동 등 MB정권 초기 문제들에 대해 “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도 열 달이 걸린다. 지난 어려움은 입덧한 기간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또한 MB가 기업 CEO에서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 후보까지 오는 동안 그도 만만찮은 내공을 쌓았다. MB가 경제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동안 모교인 이화여대를 비롯해 연세대, 숙명여대에서 여성지도자 과정을 수료했다.

‘특별과외’로 완성한 정무감각도 무시할 수 없다. MB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김 여사는 퍼스트레이디 활동을 위한 과외를 받아왔다. 영부인으로서 외교사절단을 접견할 때나 국제 공식행사에 참석했을 때의 매너와 화법 수업은 물론 당 소속 정책전문가들이나 교수들로부터 평소 관심이 많은 복지와 여성·보육에서 정치·경제 분야까지 정책적인 부분을 배웠다.

‘집안 내 야당’ 역할 톡톡

MB가 ‘집안 내 야당’이라 할 정도로 쓴소리를 자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는 “MB에게 힘도 실어 주고, 조언도 하고, 야당의 역할도 하려 한다”면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 조간신문을 꼼꼼히 보면서 정치 흐름도 읽고 있다.

MB의 강점인 정책 분야에 대해선 말을 최대한 아끼지만 정치적 감각에서는 대통령에 뒤지지 않는 ‘정치적 조언자’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경선 직후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놓고 당 내분이 불거졌을 때 남편에게 그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한 내조를 하면서도 남편에게 누구도 하지 못했던 쓴소리를 하는 ‘청와대 제1야당’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故 육영수 여사의 특색은 물론 늘어나는 외부활동으로 ‘현장성’까지 보여주는 김윤옥 여사. 그의 발걸음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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