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 ‘닻 올린 윤증현號’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이 MB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됐다. ‘카리스마 윤’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위기 극복할 수 있을지에 각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 수장을 맡은 윤증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그에겐 언제나 ‘카리스마 윤’, ‘보스’나 ‘맏형’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옳다고 믿는 소신 앞에 흔들림 없는 정책 추진으로 유명세를 날리면서 생긴 것이다. 특히 재무부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평생 금융분야에서 일해 온 금융통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주의자’다. 중요한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권한과 책임을 대폭 위임하는 일처리 스타일로 보스기질이 있으면서 부하직원들을 세심하게 잘 챙겨 신망이 두텁다. ‘준비된 소방수’로 평가받는 윤 신임 장관이 전임 강만수 장관이 실패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한 훌륭한 조타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강만수 이어 ‘카리스마 윤’ 경제 사령탑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
시급한 경제위기…‘준비된 소방수’ 윤증현 능력 시험대 올랐다

최근 국내외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새로 꾸려지는 경제팀과 그 팀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소위 ‘윤증현號’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경제팀이 ‘시장과의 소통’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기대가 적지 않다.

장관으로 돌아온 ‘미스터 쓴소리’

재정경제원 시절 떠났다가 1·19 개각을 통해 10년 만에 복귀, 제2기 ‘MB노믹스’를 이끌게 된 윤증현 기획재정부 신임 장관은 합리적인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10회로 공직에 발을 들인 윤 장관은 옛 재무부에서 금융과 세제 분야를 두루 섭렵한 경제통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실무 책임을 지고 금융정책실장에서 물러났지만 세무대학장과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등을 거쳐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복귀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주의자’로 참여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면서 이른바 386세력과 갈등이 심했다. 반면 시장주의 원칙을 고수해 시장의 신뢰는 두텁다.

이런 점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지난해 10월 발족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초청되는 등 현 정부와 지근거리를 유지해왔다. 또 경제팀 교체 논의가 있을 때다마 차기 재정부 장관 ‘0순위’로 거론돼왔다.

윤 장관의 강점은 ‘소신’과 ‘뚝심’에 있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윤 전 위원장이 현 정부의 경제 수장으로 낙점된 배경에는 노 정권 시절부터 ‘미스터 쓴소리’로 널리 알려진 그의 소신이 자리하고 있다.

금감위원장 가운데 유일하게 3년 임기를 채운 그는 금감위원장 시절, 주위의 만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재벌과 거리를 두려했던 정권에 밉보일 것이 분명한 금산분리 완화를 줄곧 주장해왔다.

“기업이 번 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기업에 척을 지는 건 있을 수 없다”는 친기업적인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윤 장관은 임기 내내 청와대 386들과 ‘코드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재경원 금융정책시장 시절 국내외 금융정책을 잡음없이 총괄하는 등 강력한 카리스마도 그를 돋보이게 한다.

윤증현 “시장신뢰 회복이 최우선, 경제에 ‘요술방망이’는 없다”
틀어진 시장, 경제부처 등 대내외 ‘말’ ‘한 목소리’로 풀어낼까

윤 장관 밑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재정부 간부는 “정책의 원칙이 서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불도저 같이 밀어붙이면서도 부하들의 의견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면 수용할 줄도 아는 덕장의 풍모를 갖췄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발탁에는 이 대통령과의 인연도 작용했다. 2006년 서울시 주최 국제행사에 윤 장관이 정치권의 눈치를 안 보고 참석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상당히 고마워했다고 한다. 윤 장관이 금감위원장 시절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한 것도 대통령의 친기업 기조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에 대해서도 탁월하다는 평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한참 전인 올해 초부터 그는 후배들에게 “파생상품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조언해왔다.

MB, 윤증현 초고속 임명

경제를 살리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지면서 지난 9일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안에 전자결재로 서명했다. 이례적이다. 1·19 개각 등에 따른 ‘인사(人事) 국면’을 신속히 돌파해 ‘속도전’에 전념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청와대는 국회에 협조를 요청해 본회의 보고 절차없이 윤 장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받았고, 이 대통령은 즉시 임명절차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윤 장관을 사령탑으로 하는 ‘2기 경제팀’을 1분1초라도 빨리 가동시키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급한 심정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비록 경제가 어렵지만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 나가겠다”며 “또 해야 할 일은 빠르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치적 논리는 배제하고 지역 차별도 없다. 전적으로 경제논리 위에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논리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9일 저녁 8시 전자결재를 통해 윤 장관 임명안에 서명했다”며 “윤 장관이 곧바로 취임식을 갖고 국무회의 참석에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사흘 만에 본회의 보고를 생략하고 장관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윤 장관에 대한 국회 청문경과 보고서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임명했다”며 “초고속 임명절차를 밟은 것은 경제살리기를 위한 속도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경제위기 상황이 심상찮고, 위기의식이 크다는 의미다. 성장률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지표의 전망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발 빠르게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제회생 조치에서 자칫 실기할 수 있다는 급박함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올 때까지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예정보다 단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완료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에 이례적으로 협조를 요청한데서 드러난다.

청와대는 전날 맹형규 정무수석을 통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빨리 보내줄 것을 협조 요청했고, 김 의장은 인사청문회법 단서조항을 적용해 국회 본회의 보고 절차 없이 곧바로 청문보고서를 청와대에 송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윤 장관에게 요구하는 것은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잠재울 ‘특급 소방수’ 역할이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11조는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친 상임위원장이 청문보고서를 본회의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본회의 폐회 또는 휴회, 그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본회의에 보고할 수 없을 때에는 상임위원장이 이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하고 국회의장은 이를 대통령에게 송부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김 의장은 이중 긴급한 경제사정을 ‘부득이한 사유’에 적용해 본회의 보고를 건너뛴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신뢰 회복, 최우선 과제로

악천우에 경제 수장을 맡게 된 윤증현 장관의 심정은 어떠할까. 윤 장관은 지난 10일 취임사를 통해 “정책에 대한 신뢰회복이 시급한 과제”라며 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과천정부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이같이 밝히며 “정책결정과정에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관행처럼 정책 의지를 담아 ‘분식’한 전망치가 아니라 실제 시장의 시각과 근접한 전망치를 내놓은 것은 객관적 정보 제공을 통한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을 겨냥한 것이다. 윤 장관은 또 경제를 하루아침에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요술방망이’는 없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어 “경제정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최우선 과제로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회복을 내세웠다. 정부의 상황 인식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면 그 만큼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과정에서의 소통과 공론화를 강조하고 “끝내지도 못할 일을 이것저것 쏟아내어서는 안된다”며 정책의 질을 높이겠다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강만수 경제팀이 장밋빛 정책, 재탕 삼탕 정책, 예산 밑받침이 없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대외 여건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6개월, 1년 후를 내다보고 위기 상황의 전체 그림에 대한 판단을 기초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컨틴전시 플랜도 수시 점검할 것”이라며 비상 시나리오 국정운영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은행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선 “자본확충펀드로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을 지원하되, 필요한 경우 선제적인 자본투입과 신속한 부실채권 정리가 이뤄질 수 있게 법적, 제도적 기반도 미리 마련해 둬야 할 것”이라며 강제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한 성장잠재력도 확충하겠다”며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제도를 정비하고 토지이용, 기업창업 등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투자 확대 여건을 만들 것”이라며 서비스 및 토지 규제의 대폭 완화를 시사했다.

관심은 윤증현 경제팀이 어떤 ‘위기탈출 해법’을 가지고 있느냐에 있다. 윤증현 경제팀이 출범 즉시 내수경기 활성화 총력체제에 들어가 경제살리기를 위한 전방위 대책 마련에 나선다.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방침 등을 여당과 조율하고, 청년인턴을 현재보다 2만명 늘리는 한편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경제와 내수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이같은 전방위 대책이 어느 정도 ‘약발’을 미칠지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1기 경제팀은 신정부 출범에 따른 조각 인선으로서 글로벌 금융위기 전개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며 “새 경제팀은 신뢰받는 정책으로 구조조정과 실물경제의 급속한 하강을 억제하는 양립된 정책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경기를 안정화시키고 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경제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워낙 상황이 어려운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금융위기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다”면서 “때문에 과거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최근 구조조정을 비롯해 과거와는 차이가 있는 만큼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처 ‘잡음’ 어떻게 잡나

올해 상반기 중 세계 경제가 최악의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새 경제팀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과 내수의 급격한 동반 침체로 인해 이미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3.4%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위축 기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팀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신뢰 회복과 함께 ‘대내외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내부적으로는 경제 부처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부처 간 이해관계는 다를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촉발된 이견이나 논쟁이 외부로 표출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윤 장관에게 자리를 넘겨주기는 했으나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어떤 식으로든 경제난 극복에 관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나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경제 정책의 중심축을 청와대로 옮길 것으로 보이는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의 목소리까지 잡음없이 안는 것은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윤 장관은 “어떤 것이 최선이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정부는 시장과 국민에게 뚜렷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컨센서스(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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