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계의 좌충우돌 불황탈출 극복기

입춘이 지나가고 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대기업들의 ‘봄’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갑작스레 찾아왔던 지난 IMF때의 ‘위기’와 달리 지속적이고 예상 가능한 경기침체 속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을 속속 준비하고 있다.

이에 본지가 재계의 불황탈출 극복기를 살펴봤다.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예상 가능한 위기에 대처방안 수립
위기 뒤에 찾아오는 기회를 겨냥한 기업들의 눈물겨운 사투


전 세계적으로 찾아온 극심한 경기침체에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들이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환율, 유가, 금리 등 대외변수들로 인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업들이 선택한 방법은 수시로 사업 전략을 바꾸는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인력·조직 ‘다이어트’ 돌입
삼성그룹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2009년 경영목표를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19일 단행한 구조조정을 살펴보면 삼성의 2009년 경영계획을 엿볼 수 있다.

삼성측은 세계적인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기술, 마케팅 등 현장을 강화해 “현장을 발 빠르게 누빌 수 있는 젊고 참신한 새 얼굴을 대거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사업 현장의 필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투입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삼성의 움직임은 미국발 굼융위기로 불거진 글로벌 불황이 올해 훨씬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몸집 줄이기’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지난해 4·4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실적전망도 구조조정 추진의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상황이 유동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만큼 경영계획을 설립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긴축 비상경영체제 돌입
현대·기아차 그룹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악화된 글로벌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그룹 임원들의 급여를 10% 자진 삭감 하고 경상예산을 20% 이상 절감하는 등 초 긴축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월21일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비상경영으로는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사적인 초긴축 비상 경영에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임원들의 급여를 10% 자진 삭감하기로 하고 경상예산을 20% 이상 절감해 운영하기로 했다.

또한 해외출장 시 단거리 노선에 대해 이코노미석을 의무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업무용 차량을 대폭 축소하고 배차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업무시간 중 셔틀버스 운행을 중지하고 파손을 제외한 사무비품의 교체를 중단해 지출을 최소화 시킬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임원급여를 10% 자진 삭감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들이 먼저 긴축 경영의 모범을 보인 것”이라며 “올해 사업계획을 아직 확정 짓지 못할 정도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초긴축 비상경영을 통한 생존 경영에 돌입 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긴축정책에 들어간 삼성, 현대·기아차, SK, 금호아시아나 사옥


유연성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
SK 그룹

SK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불황의 한파를 넘어서기 위해 사외이사들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고 나섰다.

이번 연봉 반납은 작년 말부터 사외이사들간의 자발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됐다. 또 비용절감 차원에서 개별집무실을 공동 집무실로 변경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연봉삭감이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고 SK 관계자는 설명한다.

이 관계자는 “임원들의 자발적인 임금삭감은 경기불황을 극복하려는 상징적인 의미”라며 “SK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유연성 있게 불황에 대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기업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변화 서너 가지를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해 미리 변화를 대응하는 방법이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환경을 예측하고 감지하여 유연성 있게 대처하기에 안성맞춤인 방법이다.

또한 SK는 불필요한 비용절감을 위해 꼭 필요한 출장 외에는 출장을 자제해 소비를 줄일 예정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성장
금호아시아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시나리오 플래닝’에 돌입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올해 경영계획을 세우며 환율·유가 등 경제지표는 사별 특성에 맞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편성하되, 변동성을 고려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세부적으로 환율·유가에 연동하여 시뮬레이션 가능한 예산을 수립했다.

금호아시아나호의 선장격인 박삼구 회장은 직접 각 계열사 사장단에게 위기극복의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통해 “활기차고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가꿔나가자”고 말하며 단합된 조직만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느닷없이 찾아와 대책마련이 힘들었던 지난 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위해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은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또한 무급 휴직을 권고해 논란이 됐던 ‘희망휴직제도’에 대해서는 “생산직 정년자에 의해 인력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구조조정 없이 돌아가면서 쉬도록 마련한 방법이지만 지금은 실시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LG와 롯데그룹은 ‘글로벌 경영’을 목표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영방침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기적인 경영계획을 가지고 계획대로 진행해갈 예정”이라며 “경기극복을 위한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LG그룹은 “경기가 어렵다고해서 투자를 줄이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서는 안된다”며 “사회공헌도 축소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난 IMF때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경기침체에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지만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긴축정책은 이제는 ‘임금 삭감’, ‘임금 동결’등으로 변화되어 어려울수록 힘을 모아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제계 관계자는 “올해 경제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지만 항상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오기 때문에 주요 기업들이 이를 겨냥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