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전 민주당 대변인

지난 2007년부터 열린우리당과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그리고 민주당을 거치며 대선과 정권교체, 총선 등 ‘정치적 격변기’를 당의 얼굴이자 입으로 활동했던 최재성 의원이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강도조절, 참 힘들었다”

과도한 업무로 몇 차례 과로를 호소키도 했던 최재성 의원은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별논평을 끝으로 대변인직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

최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처음 대변인을 맡았을 때 역대 대변인 중 가장 큰 얼굴로 국민들을 놀라게 한 기억이 있다”는 특유의 농으로 말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좀 더 강하게 하라’는 지지자의 주문과 ‘너무 세다’는 중도적 성향의 국민 사이에서 자유롭기가 참 어려웠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사안의 경중과 본질을 따져 강도를 조절했던 것 같다. 결국 ‘세게 하라’는 주문과 ‘약하게 하라’는 주문 사이에서 인기 없는 대변인의 길을 걷는 고충도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특히 “대변인의 논평에서 국민들이 희망과 기쁨을 찾는 것은 현재 정치구도에서는 어렵다”면서 “정쟁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격동의 정치현장을 지켜야하는 대변인은 정당적 입장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본적 책무가 있기 때문에, 대변인의 입을 통해 희망과 기쁨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지나친 강압”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대변인의 입을 통해 정치인의 주의 주장을 조정하거나 당의 전략을 추스르는 일을 안 하는 정당이 정상적 정당이고, 대변인은 정리된 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건조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름의 ‘대변인상’을 부연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혹시 대변인을 하는 동안 마음에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도 “그런 말을 하면서도 저 역시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죄송한 분은 강부자 씨로, 어느 행사장에서 만났을 때 앞으로 자기 이름을 쓰지 말라는 당부가 있어 그 뒤에는 ‘강부자 정부’ ‘강부자 내각’이라는 말을 안 썼다”고 말해 마지막 인사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최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제는 그동안 규격적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좀더 자유롭게 정치인으로서의 제 언어와 제 생각을 국민들께 밝히고 싶다”면서 “그러기 위해 조금 더 진지하게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어 민심의 실체를 현상 그대로 읽는 안목을 구비해야겠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뒤를 이어 민주당 대변인 쌍두마차를 끌게 된 노영민 의원은 “최 전 대변인이 그동안 워낙 잘해 후임 대변인으로 부담이 된다”면서 “제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발언이나 평가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하며 대변인 첫 논평을 시작했다.

가는 길엔 ‘덕담’이 최고

지난달 9일 최 의원이 대변인직을 사임하려 한다는 소식에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폭언과 막말의 대명사 최재성 대변인이 그만두려 한다고 한다. 의아스럽다. 그동안 숱한 독설과 선동으로 국회를 정치를 혐오스럽게 해온 것에 대해 반성을 하는 차원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최 대변인만큼 꼬투리 잡기, 헐뜯기, 트집잡기로 지지세력에 생뚱맞은 논리를 제공했던 분을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고언하건데, 계속 가슴만 뜨겁던 시절 그 생각 그대로 계속 세상을 바라보며 좌파세력의 입맛에만 맞게 하시던 일을 계속 하시는 게 어떨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시길 바란다. 민주당엔 꼭 필요한 분이다. 그런 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최 의원이 대변인직을 떠나자 “그동안 민주당의 입장을 열정적으로 대변하느라 고생 많았다. 시각의 차이는 컸지만, 나라와 국민을 위한 마음은 우리와 같을 것이라고 믿는다. 최 전 대변인의 앞길에도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 보다 성숙된 모습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길에 한마음을 보태주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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