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개각 인사 입체분석

▲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MB정부가 연초 개각을 단행했다. ‘용산참사’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후속 인사를 연이어 발표, 집권 2년차 강력 드라이브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국정 드라이브에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집권 2년차가 됐지만 MB정부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지난 연말 입법전쟁은 야당의 야성과 정체성을 살려준 채 정부와 집권 여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고 반전의 기회를 모색키 위해 단행한 연초 개각은 ‘MB 친위대’의 강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새로운 각오가 제대로 펼쳐지기도 전에 일어난 용산참사로 개각의 빛이 바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한 MB정부’를 외치며 이러한 개각과 청와대의 강력 드라이브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지층을 무시한 지도자가 성공할 수 없듯, MB를 지탱하는 보수세력의 결집이 그를 도울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2월 국회의 격돌을 앞두고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MB정부를 뜯어봤다.


설로만 떠돌던 연말·연초 개각은 1급 공무원들의 퇴진으로 시작됐다. 실무자들부터 물갈이를 시작해 장·차관과 권력기관장으로 강도와 수위를 높여간 것. 결국 1월 설 연휴 전 전격적으로 ‘1·19 개각’이 이뤄졌다.

MB 친위대 ‘차관정치’ 돌풍

‘1·19 개각’과 후속인사로 인한 MB정부의 새로운 권력지도는 MB 친위대의 강화와 보수로의 쏠림으로 압축할 수 있다.
‘MB맨’으로 불렸던 이들의 귀환소식은 여야를 들끓게 하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 당 내 경선과 대선을 거친데다 청와대 참모로 초기 내각을 함께한 정통 MB맨, MB 친위대가 청와대에서 차관으로 자리를 옮겨 돌아온 것.

1급 공무원들 된서리, 각 부 장관, 권력기관장 줄줄이 물러나
차관정치로 돌아온 MB 친위대, ‘왕의 남자’ 두터운 신임 여전


1기 내각부터 참여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유임, ‘실세차관’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은 미래기획위원장으로,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은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이중 ‘광우병 파동’으로 청와대를 떠난 지 7개월만에 돌아온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대통령 산하 국제전략연구소(GSI) 정책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힌반도 대운하, 나들섬 프로젝트 등 핵심공약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MB의 교육정책 전도사로 대입 3단계 자율화를 비롯한 새 정부 교육정책의 골간을 잡은 인물이다. 때문에 향후 교육개혁에서 그의 역할이 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차관 컴백’ 논란을 이끌고 있는 이는 박영준 국무차장이다. 대통령인수위 시절 MB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인선에 참여했고, 청와대 입성 이후에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 ‘왕비서관’으로 불렸던 그는 청와대와 여의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권력사유화’ 논란의 장본인이다.
그러나 7개월간의 공백이 무색하게 국무차장으로 복귀, 중앙 부처의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국무차장은 15개 정부 부처 전업무에 관여하며 정책을 조율·평가할 수 있는 자리라 관가에서는 벌써부터 박 차관을 ‘왕차관’으로 부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MB의 지근거리에서 그와 호흡하며 국정철학을 익혀온 이들은 요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차관정치’를 실감케 한다.
허경욱 국책과제비서관과 민승규 농수산비서관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수만 신임 국방부 차관도 대선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MB노믹스 입안에 일조하고 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바 있는 ‘MB맨’이다. 기상청장에는 전병성 청와대 환경비서관이 승진 임명됐다.
대선기간 MB캠프에 몸담았던 하영제 전 남해군수는 산림청장에 이어 농식품부 2차관이, 최장현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는 국토해양부 2차관이 됐다.
이 밖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에서는 물러났지만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에 내정, 여전히 신임받고 있음을 내비쳤다. MB노믹스의 핵심인사인 그는 앞으로도 국가 경제 운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MB의 경제철학에 정통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 경제 정책의 중심축을 청와대로 옮길 전망이다.
MB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발탁, 능력을 인정받는 대표적인 ‘S라인(서울시 출신)’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성호 국가정보원장의 뒤를 잇는 국정원장 내정자의 신분이 됐다. 그러나 ‘용산 참사’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정안전부 장관이어서 인사청문회까지의 길이 험난하다.

더욱 ‘강한 보수’로의 변신

‘1·19 개각’을 통해 MB정부가 ‘더한 보수’로 물갈이가 이뤄졌음도 부인할 수 없다. 임기 내내 퇴진 요구가 빗발쳤던 어청수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내정된 것. 김 내정자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경찰들에게 촛불집회 참석자 연행 시 2~5만원 포상금을 내걸어 ‘인간사냥꾼’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이다.
어 청장의 ‘명박산성’보다 ‘한 수 더 높은’ 포상금으로 인해 경찰의 강경진압이 더욱 심해졌으며 시민들의 피해규모도 크게 늘 수밖에 없었다는 게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의 주장이다.

‘보수, 그보다 더한 보수’로의 물갈이, MB 강경파 측근 득세
말로만 탕평인사…지우지 못한 지연, 씁쓸한 ‘강부자’의 추억

김 내정자는 ‘용산참사’ 책임자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민주당은 “2월 국회는 용산 국회”라고 벼르고 있다. 김 내정자를 낙마시키고 2월 임시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MB정부의 인사를 문제 삼겠다는 복안이다.
청와대는 여론 수렴 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진상규명 이전에 조속히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미적미적 대다가 민심이 떠난다”며 김 내정자에 대한 문책을 강조하는 등 판단이 엇갈리고 있어 그의 거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된 현인택 고려대 교수와 대통령통일비서관에 임명된 정문헌 전 한나라당 의원은 보수 성향의 국제정치학자다. 현 내정자는 MB가 후보시절 때부터 외교안보 자문역할을 해왔으며 MB정부 대북정책 골격인 ‘비핵·개방 3000’을 입안한 인물이다.
또한 대북정책 결정 및 집행을 담당하는 6개 관계기관과 3개 연구소, 2개 정부 위원회도 보수인사로의 물갈이를 마쳤다. 서재진 통일연구원장과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MB가 후보 시절부터 대북정책 브레인으로 활동해왔다.
외교통상부 유관기관인 세종연구소장은 강한 보수 성향의 송대성 박사가 맡게 됐으며 이사장도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에서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으로 교체됐다. 뿐만 아니라 서재진 원장,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조동호 이화여대, 최병선 서울대, 김영수 서강대 교수 등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 민간위원 5명도 모두 보수 성향 인사다.

구색 맞추기 탕평인사

정부는 이번 개각에 나름의 고심이 있었음을 ‘탕평책’으로 내비쳤다. 그 대표적인 예가 주미대사에 한덕수 전 총리를 내정한 것이다.
한덕수 전 총리는 전북 출신으로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요직을 맡은 데 이어 참여정부에서는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등 핵심직책을 역임했다. 이러한 한 정 총리를 주미대사로 기용, 지역안배, 탕평인사로 무게중심을 맞추려 한 것이다.
또한 한 전 총리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등 현 정부의 인사비판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한미FTA를 주도한 바 있어 FTA를 돌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후임으로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내정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 후임에는 진동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발탁됐다.
윤 내정자와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MB와 특별한 정치적 인연을 맺지는 않았다. 이번 개각에서 이른바 ‘탕평인사’로 나선 인물들인 셈이다. 이들은 관료사회의 지지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 위기 극복에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내정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는 점이 야당의 공세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거론되자 “늑대를 내보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인사”라며 “윤 전 위원장은 한마디로 경제위기의 주원인이 된 ‘감독실패’와 ‘재벌 편향적 인식’을 가진 대표적 관료”라고 비판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후임으로 많은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이름도 거론되지만 친박계와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김무성·허태열 의원의 하마평도 들린다.
한편, 청문회의 단골 메뉴인 내정자들의 재산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복귀하거나 자리를 옮긴이들이 많아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
청와대 1기 참모진이었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당시 110억307만원의 재산을 신고,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었으며 청와대 2기 참모진이었던 박형준 국무차장은 10억1024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었다.
지난해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무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당시 해양수산부 차관보였던 최장현 국토해양부 2차관은 13억6천337만원으로 신고했다.
장수만 신임 국방부 차관은 같은 해 4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16억7812만원을 신고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16억2852만원을 신고했다.
또한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29억5808만원,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내정자는 31억552만원을 신고했다.
2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원세훈 국정원장, 현인택 통일부 장관,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의 평균 재산은 27억6960만원이며 모두 강남에 주택과 토지를 가진 ‘강부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인택 내정자는 25억705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으며 이 중 주택은 서초구 서초동에 아파트 2채(79.47㎡-7억3600만원, 136.25㎡-6억8000만원),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주택 2채(1억6050만원) 등 총 4채였다.
또한 제주시 대지 등 토지 4억6298만원, 예금 1억14만원, 골프회원권(1억4300만원)을 갖고 있고, 배우자는 서초구 양재동 상가 등 4억4300만원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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