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촛불집회 이후 최대의 위기



“도무지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레임덕이 오면 앞으로 남은 4년은 어쩌라는 것이냐”
“경제가 이 모양인데 정치인들은 왜 매일 싸움질만 하는지…”
“이젠 성낼 기력도 없는지 그냥 다 포기한 얼굴이더라”
지난번 설 연휴 기간에 지역구에 내려갔던 국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들어야 했던 말이다. 이처럼 설 민심을 돌아본 의원들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경제상황 등 나라위기는 상관하지 않고 싸움질만 해대는 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화끈거리는 낯빛을 감추지 못해서다.

경남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자마자 재래시장을 돌아보았다.

무기력한 한나라당 맹비난

“다들 첫마디로 경기가 너무 안 좋다, 손님이 너무 없다, 장사가 안 된다, 수입이 없다, 일자리가 없다, 일감이 없다, 이런 말을 제일 많이 한다. 정부가 빨리 좀 잘 해 가지고 경제를 살려주고 또 일자리도 만들어 주고 장사가 좀 되게 해 달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며 경제난에 고통받고 있는 지역 민심을 전했다.
또한 조 의원은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 여당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데 대한 실망이 많은 것 같다. 대선 때 500만 표 이상 그렇게 이겼는데 또는 총선 때 국회에서 172석이나 갖게 해 줬는데 왜 일을 제대로 못 하느냐. 왜 힘있게 추진력 있게 못 하느냐 왜 무기력하냐는 말씀들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용산참사, 성난 민심에 기름 부은 격
“아예 체념, 대낮 술 마시는 사람 많다”


이런 민심 때문인지 조 의원은 4월 재보선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고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또 그동안에 정부 여당이 일을 열심히 잘 해야 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4월에 있을 선거까지 점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어쨌든 도처에서 볼 때는 우리 정부와 한나라당이 분발해야 되겠다, 더 열심히 잘 해야 되겠다,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흥하고 신뢰를 얻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구가 강원도인 K의원도 이번 설 연휴 기간에 지역주민의 “성난 민심을 보았다”고 했다.
“설날 민심이 나쁠 줄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심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표현대로 하자면 ‘한마디로 장난 아니야’였다”며 “일부 지역구 주민들은 아예 체념하면서 대낮부터 술 마시는 분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의원은 “많은 분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예전과는 다른 한가지가 있었다. 이번에는 체념을 한다는 것이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오히려 정치인들 꾸짖고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뭘 해주겠느냐’ 하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때, 정말 우리 정치권이 반성해야 된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고 했다.

용산참사, 성난 민심에 기름 부은 격

K의원은 “가진 사람들은 경제 위기가 자신의 자산이 줄어드는 것에 불과하지만 서민이나 소외계층은 생존의 문제로, 그런 문제를 받아들이는 것 같다. 특히 장사하시는 상인들은 지금 자신들과 똑같이 장사를 하는 용산 철거민들의 사망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시국을 얘기하면서 대낮부터 술 마시는 분들이 많았다. 덕분에 저도 몇 잔 받으면서 야당 역할 똑바로 하라는 꾸지람 많이 들었다”며 민심을 전했다.

글로벌 경제침체 치명타, 비상 걸린 경제 살리기
IMF “한국성장률 -3%, 지난 60년간 가장 낮아”

K의원의 전언처럼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는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이들의 분노는 MB와 한나라당을 향하고 있어, 현 정부로서는 촛불집회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등 야 3당, 40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반MB 연대’를 결성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동참한 데 이어 다시 ‘제2차 입법전쟁’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손을 잡은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용산 폭력 살인 진압 규탄 및 MB 악법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살기 위해 싸운 국민을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으로 몰고 있는 비정한 정권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연대투쟁을 다짐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이 “민주당이 반정부 연대투쟁기구의 품에 안겨 정부를 무너뜨리려 한다”고 맹비난 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경제비상, IMF “한국성장률 -3% 전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통화기금(IMF) 마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2%에서 -3% 전후까지 크게 낮췄다.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5%로 낮추었다. 이는 지난 60년간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다. IMF는 “미국발 금융위기 손실이 지난해 10월 1조4000억달러에서 현재 2조2000억달러로 늘어나면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IMF는 이날 특별히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진 않았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 포함된 ‘아시아 신흥산업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9%로 대폭 낮췄다. 이는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가장 조정폭이 큰 수정전망치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성장률 전망치로, 글로벌 경기침체로 한국 등이 가장 치명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와 용산으로 돌아선 민심을 다시 돌려세우는 것이 올 상반기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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