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카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시가 '회색인' (정치적 입장이 분명하지 아니한 기회주의적인 인물을 이르는 말)을 경계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오랜 유교적 관습으로 인해 중도적 입장과 '회색인'들이 대접을 받아 왔다. 때문에 친일파가 친미파로 바뀌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거침없이 옮겨 다니는 국회의원들이 별 욕을 먹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로 나온 이인제 의원은 무려 당적을 5번 바꾸고도 국회의원이 되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논산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회색은 검정색 바탕에서는 흰색으로 보인다. 반면에, 흰색 바탕에서는 검은 색으로 보인다. 이들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직장에서나 군대, 학교 등에서 깨끗한 사람을 왕따시킨다. 그리곤 이야기한다.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라",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나", “좋은 게 좋은 거야”라고 말한다. 그러다가도 여차할 때엔 주위에 검은 사람이나 세력이 나타났다고 아우성을 친다. 주위의 검정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희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최근 노무현 정부의 참여 정부때 일을 했던 많은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기웃거리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현 정부 역시 참여정부의 'ㅊ'자만 나와도 진저리쳐서 상황이 좀 다를 줄 알았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회색인'을 받아들여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

언뜻 생각해보면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회색인'들은“그게 그거 아니냐"는 식이다.
'회색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친일파의 문제에 대해서 희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당시 일제 식민지였고 과연 먹고살기 위해 친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대로 한다면 먹고살기 위해서 일 천왕이 주는 작위를 받아 하인을 몇 백 명 씩 두면서‘호위호식’하던 친일파 이완용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가? 이들도 먹고살기 위한 문제 때문에 친일을 했다는 논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시에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백 번을 양보해도 말이 되지 않는 논리다.
가을이 철새의 계절인데 어쩌다 겨울에 철새들이 움직이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눈 부릅뜨고 이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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