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종 '위기의 경제'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한계, 위기상황의 확산에 대한 진단
경제민주주의를 통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방향과 틀 제시

전 세계 자본주의는 2008년 가을,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 미국에서 시작된 전 세계적 금융위기는 1930년대의 대공황을 연상시키며 불안감을 자아냈다.

실물경제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경제도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다.

‘위기의 경제’는 한국경제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 제기와 진단을 수록하고 있다.

현실참여적 경제학자 유종일은 이 책을 통해 현 금융위기의 상황,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문제점, 경제민주화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먼저 명확하게 답을 알 수 없는 현재 자본주의체제와 세계질서의 변화양상에 대한 질문을 통해 한국경제의 취약성과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향모색의 기초를 놓고, 한국경제의 미래비전을 검토한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일 수 있다. 탐욕의 문화가 지배하는 월가에는 금융기관 내부의 통제시스템도 신용평가사들에 의한 견제시스템도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가 결합, 탐욕과 도덕적 해이를 낳았을 뿐이다. 1980년 이후 미국에서 전개된 금융주도 자본주의는 앞뒤가 바뀌어 금융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던 데서 오히려 실물부문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재테크와 투기열풍이 불고, 시가총액이나 소비자금융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파생상품 거래 및 국제금융거래는 가히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금융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나, 그 엄청난 수익 뒤에는 막대한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1980년대 이후 경제학의 정통에서 밀려나 있던 케인스 경제학이 복권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는 세계적으로 퇴조의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위기는 또한 미국 헤게모니의 종말을 재촉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저자는 폴 크루그먼의 ‘진보주의자의 양심’을 읽고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라는 슬로건을 떠올린다. 이는 클린턴이 내걸었던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를 뒤집은 것으로, 경제가 제대로 되려면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는 메시지이다.

저자는 동반성장도, 완전고용도, 금융위기 극복도 정치를 잘해야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를 잘한다는 것으로, 여기에는 경제민주화도 포함된다.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잘 활용하면서도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인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이다. 저자는 이것이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를 선진화하고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재차 주장한다.

이 책은 서구와 한국적 맥락에서 경제민주화 개념이 발전되는 과정을 되짚으면서, 경제민주화가 후퇴하고 신자유주의 흐름이 강화된 요인으로 세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경제자유화 과정에서 재벌을 중심으로 한 민간권력이 더욱 강화되어 경제민주화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둘째, 민주화과정의 정치적 특징에서 귀결되는 한계가 있었다. 셋째, 다름아닌 외환위기였다.

경제민주화는 시장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독재를 거부하는 것으로, 오히려 공정한 시장이 가져오는 효율성과 정당성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민주화의 3대 핵심과제를 제안함으로써, 현 정부의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제기하는 문제는 경제민주화로 귀결되면서, 그 안에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넘어설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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