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치킨게임(Chicken game)

미네르바를 둘러싼 진위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월간지 신동아가 미네르바는 7인 그룹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짜 미네르바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구속된 박대성씨가 진짜 미네르바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고, 박 씨의 변호인단도 박씨가 미네르바가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동아는 “500여편의 글은 박씨가 아닌 K씨가 썼다”고 보도했다.

신동아 “미네르바는 금융기관에서 일했던 K씨”
‘미네르바’ 박씨 “풀려나면 경제학과 입학 계획”

‘구속된 미네르바는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다.’ 신동아의 폭탄 보도로 각계가 발칵 뒤집혔다.

“K씨는 박모씨를 모른다”

신동아의 기사내용을 요약해 보면 “미네르바는 원래 7명이 팀인데, 그중 금융기관을 3군데 다닌 경험이 있는 K씨가 500여 편의 글을 대부분 썼고, 그 글은 현재 잠적한 누군가가 체포된 미네르바 박씨를 통해 글을 올리게 했다”는 것.

더욱 놀라운 것은 K씨는 박모씨를 모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검찰은 “문제가 된 2편의 글은 박모씨가 주장한 것이 확실하다. 때문에 박씨를 구속한 것이고 나머지 498건의 글을 쓴 K씨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씨의 변호인인 박찬종 변호사의 보좌역인 김승민씨는 자신의 블러그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미네르바인 박씨의 첫인상부터 기술했다.

“처음 보았을 때 인상은 평범하고 수더분했다. 다만 생애 처음 검찰에 체포되어 와서인지 굉장히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저와 박 변호사님은 미네르바에게 ‘당신이 진짜 미네르바 맞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박 변호사와 경제관련 주제로 대화를 몇 마디 나누는 것을 보고 아~ 이 친구가 아고라 경제방에 글을 쓴 미네르바가 맞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신동아의 보도에 대한 박씨의 입장도 적어 놓았다.

“처음에는 내용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전후 사정을 얘기하고 신동아에 인터뷰한 K씨라는 사람이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이고 7명이 팀으로 활동하며 박씨는 가짜다”라고 주장한다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러면 책이 많이 팔리나 보죠?”

박씨는 그 말을 듣고 싱겁게 웃으면서 “그러면 책이 많이 팔리나 보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미네르바 박씨의 근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정작 박씨는 이번 사건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그냥 화만 날 뿐이라고 한다. 그런 것보다는 자신이 감옥을 나와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걱정하고, 편입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사건 때문에 늦어지는 걸 걱정하고 있다. 박씨는 경제학과를 꼭 가고 싶어 한다. 본인이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것을 제대로 한번 배워서 자신의 기둥을 세우려 한다”고 밝혔다.

신동아에 인터뷰한 K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K라는 분은 아무런 물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단지 말로서 자신과 6인이 진짜 미네르바이고 박씨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을 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주장을 하려면 아주 작은 증거라도 내 밀고 해야 하지 않는가?”

(K의 주장은 현재 검찰에서 문제가 된 2개의 글은 자신이 쓴 게 아니고 리만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언한 글 등 미네르바가 온라인에서 경제대통령으로 불리게 된 글 등은 자신이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박씨가 IP를 변조해서 자신의 글을 올렸고 자신은 500개의 글을 아고라의 경제방에 올렸는데, 지금은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IP와 다음의 ID로 입증

K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리만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언한 글을 썼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서 글을 작성해서 다음의 아고라에 글을 올렸는지 기억을 하시나요? 검찰이 ‘다음’에서 협조 요청하여 받은 자료, SK브로드밴드에 협조 받은 자료, 박씨의 집에서 가져온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모두가 박씨가 그 글을 적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드디스크의 로그 자료를 검찰이 모두 분석한 상태이고 다음의 아고라에 박씨가 올린 글들의 로그 기록이 모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했다.

“박씨가 해커출신이라면 그러한 하드의 로그도 변조가 가능하겠다. ‘다음’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박씨가 다음의 아이디로 접속을 하여 211로 시작되는 IP로 글이 작성되었다는 정확한 증거가 있다. SK에서도 211로 시작되는 박씨의 IP의 주소지가 서대문구 빌라라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도대체 K씨는 어떠한 근거로 본인이 그 글을 적었다고 하는 건가? K씨의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박씨의 이메일을 알아서 글을 전달한 건 아니겠죠? 혹시 이메일 주소는 아시는지? 그 글과 K씨가 주장하는 미네르바 글들은 전부 박씨의 집에서 작성한 것이 IP와 다음의 ID로 입증이 되었다”고 밝혔다.

K씨, 우리가 사용했던 IP는 2개

한편, 이번 사건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한 K씨는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K씨는 진위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IP와 관련해서도 “멤버들과 IP주소를 공유했고 우리가 사용했던 IP는 2개”라며 자신들이 500개의 글을 모두 동일 IP를 통해 올렸음을 강조했다.

K씨는 검찰이 구속한 박씨가 동일한 IP로 200여개 글을 올렸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우리 멤버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한 사람이 박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K씨는 검찰이 박씨 구속 근거로 삼은 지난해 12월29일 ‘공문 발송’ 글에 대해선 “그 글이 올라왔을 때 나는 외국에 있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고, 나중에 그걸 보고 굉장히 황당했다. 나머지 멤버들도 깜짝 놀랐다”며 박씨의 조작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즉 박씨가 IP를 조작해 미네르바인양 글을 올렸다는 주장이다.

K씨는 IP 조작 가능성과 관련해선 “IP주소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IT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알 것”이라며 박대성씨의 IP 조작 가능성을 시사한 뒤, “IP는 쓰지 않을 때는 잭을 빼놓고 다시 사용할 때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다”고 말했다.

한편 K씨는 미네르바 그룹과 관련해선 “미네르바는 30-50대 7명으로 이뤄진 일종의 독서클럽이다. 멤버들은 모두 금융권에 몸담고 있는 금융계 베테랑으로, 서로 잘 알고 있고, 모임을 시작한 지 2-3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0.1% 부자

이외에도 K씨는 “미네르바의 정보력은 언론사 저리가라 할 정도고, 정보 얻느라고 국제전화비가 많이 나왔다”며 “멤버 중 여성도 있었는데 글을 쓴 건 아니고 작성하는데 조언을 줬다. 나는 주로 해외담당으로 수출입 거시지표를 맡았고 국제금융상품, 국내외 부동산 동향 전문가도 있다. 외환, 부동산, 주식, 채권 4개 부문으로 나뉘어 활동했다”고 덧붙였다.

K씨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자신의 신분에 대해선 “국내 금융기관 세군데서 일했고 지금은 금융권에서 투자재무컨설팅 일을 한다”며, 자신의 자신을 ‘대한민국 0.1% 부자’라고 아고라에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선 “대한민국 0.1% 부자라는 말은 과장됐고, 먹고 살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사실 미네르바 논쟁은 금융위기의 확산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이에 따른 환율 급등과 주가 폭락 등 정부의 정책 담당자는 물론 내로라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실을 미네르바가 족집게처럼 예측한 데 따른 자연스런 반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언제까지 미네르바의 진위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야 할지에 대해선 아쉬움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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