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오바마 시대 본격 개막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0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21일 새벽 1시) 200여 만명의 청중이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주변 야외 국립공원 및 워싱턴기념탑 일대를 가득 메운 채 진행된 취임식에서 미국 제4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오늘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실제상황이다. 쉽게 짧은 시간에 극복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국의 아버지들은 ‘미래의 세계를 생각하자. 희망과 미덕을 찾아보기 어려운 한겨울에도 공동의 위험에 놀란 도시와 나라가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나섰다’는 구절을 외웠다. 그게 바로 아메리카”라면서 “희망과 덕목을 지니고 한 번 더 한파를 뚫고 폭풍을 견디며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식을 시작으로 이날 낮 12시부터 정식으로 직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세계의 시선은 오바마가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와 불안정한 중동정세로 정치·외교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을 어떻게 구할지에 집중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200여 만명 앞에서 미국 제44대 대통령 취임
취임 직후 직무 시작, 직면한 경제·외교 위기 ‘할 일이 태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수많은 난제를 풀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할 일이 많은 그가 처음 한 일은 무엇일까. 오바마는 ‘어제의 적’을 끌어안는 것으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적을 품에 끌어안고 일보전진

오바마는 당면한 정치·경제적 위기를 수습하기에 앞서 최대 경쟁자였던 힐러리 인사를 끌어안은데 이어 먼저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매케인 의원에 협조의 손길을 건넸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오바마가 매케인과 협력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오바마와 매케인 측 양진영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특히 오바마는 지난 3개월간 오바마는 매케인에게 안보분야 최고위직 인선에 관한 자문과 현안들에 대해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케인은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 보좌관 내정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 에릭 신세키 보훈장관 내정자 인선을 지지했고 무엇보다도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유임 결정을 지지했던 것으로 밝혀져 오바마의 안보분야 인선에 상당부분 영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인선 협조 방침 이외에도 오바마는 매케인과 꾸준히 회동을 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오바마는 대선 2주 후에는 시카고의 인수위 사무실에서 매케인과 별도의 회동을 했고 매케인이 지난달 이라크와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매케인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또 오바마 취임 전야 만찬에도 매케인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매케인은 9일(현지시간) 그의 공화당 동료의원들에게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오바마를 도우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직접 폭스 뉴스채널에 나와 “공화당원들은 경기부양책 법안을 승인, 미국의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것.

전문가들은 대선 경쟁자였던 오바마와 매케인이 이런 행보가 근래에는 전례가 없던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오바마와 매케인은 노선이 완연히 배치되지만 위기상황인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조와 더불어 또한 매케인의 외교 안보 분야서의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의회정책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공화당서 상당한 입지를 가진 그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 역시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바마식 경제, 위기이자 기회

‘세계 대통령’으로 통하는 미국 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경제 정책은 어떨까.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해 KOTRA(한국무역진흥공사)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밝혔다. 오바마의 정책으로 인해 FTA 등 자유무역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상당하나 한국의 대미진출 기회도 마련돼 있다는 풀이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기에 당면 과제인 경기 침체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바마는 8250억달러 규모의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 계획(ARRP: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Plan)’을 통해 약 400만개의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산업전반의 회복을 꾀하고 있으며 다수의 산업에 정부주도로 참여, ‘큰 정부’로서 금융과 환경 부분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KOTRA는 경기부양을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곧바로 ‘통상’으로 눈길을 돌릴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무역을 구실로 한 보호무역주의(Protective trade)를 추진 할 것이라는 게 KOTRA의 판단이다.
KOTRA는 특히 오바마 정부가 양자간 FTA보다는 다자간 협정에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것으로 예상했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해서 모든 국가가 기대감을 표시한 반면, 미국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대선 경쟁자’ 힐러리, 매케인 끌어안고 같이 풀어가는 국난
봄바람 부는 한미 동맹, 남북관계 및 북핵 해결이 최대 변수

다만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주 타깃은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고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경제정책 중 분명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 역시 상존한다. 경기부양 산업 중 주목할 것은 오바마 역시 그린산업 육성정책에 대해 힘을 쏟을 계획이라는 점이다. 이는 기후협정조약에 따른 규제에 대한 대비와 동시에 다가올 환경 경쟁 라운드에서의 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의도로 우리의 ‘녹색성장’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정부의 그린산업 육성정책에 대해서는 독일과 EU 등 선진국은 재생에너지 산업 강점으로 인한 대미 수출 증대 등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개도국은 관련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우디와 같은 산유국은 그린산업 육성 정책이 석유 수입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녹색성장’을 성장동력의 주요 계획으로 삼은 만큼 미국의 그린산업 육성정책을 토대로 대미 산업 참여의 기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OTRA는 “오바마 정부는 초고속 인터넷 확산 및 보건의료 개혁을 서두를 것이라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은 시장 진출의 호기를 맞을 수 있다”면서 “그린산업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서두르는 분야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손잡은 한·미 “궁합 잘 맞을 것”

오바마 정부 출범 후 한미관계는 어떻게 변할까.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은 큰 변수가 없는 한 강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캠프 내 ‘동아시아팀’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은 “미국 민주당 정부와 한국 한나라당 정부는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또한 우리 정부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오바마 당선인은 한미 동맹 강화 및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갖고 있고 양국간 안보·경제, 북핵 문제 대처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발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한미 동맹이 굳건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만한 남북관계의 마련과 더불어 북핵 노선의 해결이 가장 큰 변수로 지적된다.

‘통미봉남’ 등으로 대변되는 불편한 남북관계는 결국 한미 관계에도 역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한데다 경수로 지원 사례처럼 양국간 대북노선 견해차로 외교·경제적 손해를 감수한 예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밝히며 ‘외교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왔다.

이와 관련 유 장관은 “미국 신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한다면 그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고 모든 핵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북미관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힐러리 국무부 장관이 밝힌 강경한 입장 역시 북·미간 의견 조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거 부시 정권에 비해 오히려 북미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의 틀을 선호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무기 수출을 중단시키고 우리의 목표인 북핵 폐기를 이뤄내기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매우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실천 가능한 실용적 외교를 펼쳐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북미간 입장이 첨예하고 갈리고 있는 ‘검증의정서 채택’ 문제에 대해 오바마 신행정부의 ‘대화’를 통해 결정적인 해결책을 내놓느냐가 북미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한미 관계의 유연화에도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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