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소띠 인사들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가 밝았다. 소는 우리나라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농경 생활을 했던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소는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넘어 가족처럼 생각돼 온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소는 성실하고 온순하면서 끈질기며 힘이 세지만 사납지 않고 순종한다. 우직하고 순박해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된다.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연 소를 닮았을까. 정계 인사들 중 소띠 인물들을 꼽아봤다.

전·현 대통령 정치 멘토 김원기, 최시중…37년생 소띠 인연
18대 국회 초선 최고령부터 각 당 중진까지 소띠가 ‘접수’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해 결국 성공을 만드는 사람 중에 소띠 태생이 많다.

전·현 대통령 ‘멘토’는 소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멘토이자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37년생 소띠다.

김 전 의장은 1979년 10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까지 6선 국회의원과 17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역과 평화민주당 원내총무 등 오랜 야당생활을 거쳐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의 중심에 있었던 정치원로다.

그는 정치 상황과 변수를 다각도로 검토해 해법을 내는 걸 좋아하는 느긋한 성품 탓에 ‘지둘려’(‘기다려’의 전라도 사투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17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2년의 재임기간 내내 여야간 팽팽한 공방에 시달리면서도 ‘지둘려’라는 별명답게 양보와 타협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을 들었다.

현 대통령인 MB의 멘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37년생 소띠다. 대선을 치르며 전략·기획·홍보 등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활약, ‘실세’로 불렸다. 한국갤럽 회장을 지내며 터득한 데이터를 통한 정세분석은 MB의 당선을 이끈 최고의 전략이었다.

이기택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37년생 소띠다. 1967년 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7선을 기록한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대선에서 동향(경북 포항)이자 고려대 후배인 MB의 당선을 도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재기했다.

보건복지가족부를 맡고 있는 전재희 장관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49년생 소띠다.

전재희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언 땅에 씨앗을 뿌리는 부지런한 농부가 여름날 푸른 들판을 맞이하듯이 희망도 준비하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다”며 “우리에게 2009년 한해는 더 큰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얼어붙은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태평 장관은 “소는 힘이 세면서도 순하고 듬직해 아무리 힘들어도 어려움을 잘 견디며 주인에게 순종하는 동물”이라며 “근면, 성실, 순종의 상징인 소의 품성을 닮아 농어업인에게 봉사하고 섬기는 우직한 공직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61년생 소띠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실과 풍요의 상징인 소의 해를 맞아서 우직하게 좀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 본다”면서 “궁즉통(窮卽通), 마음을 다 하면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통하게 하는 길도 거기에 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마음을 모아 위기를 돌파하는 데 앞장섰던 우리의 투지를,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 보자”고 각오를 다졌다.

일복 넘치는 소띠 의원들

현역 의원들 중에도 소띠가 적지 않다.

18대 국회 초선 최고령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과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37년생 소띠다. 한나라당 김소남·박상은·백성운·배영식·이춘식·임두성, 민주당 김효석·박주선·오제세, 자유선진당 류근찬·박상돈,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49년생 소띠다.

61년생 소띠에는 한나라당 김학용·김재경,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있다.

올 해는 소띠 인사들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겨울 소띠는 팔자가 편하다’, ‘그늘에 누운 여름 소 팔자다’라는 말은 시절만 잘 타고나면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지만 일복이 많은 소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띠 정치인 중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올 상반기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에 많은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한 사람 한사람이 운예지망(雲霓之望·가뭄 때 구름과 무지개를 바란다는 뜻으로, 간절하게 바람을 이르는 말)의 마음으로 정진해 나간다면 어떤 역경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새해 인사를 전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언론 자유, 국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되새겼다.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은 “다사다난 했던 무자년이 저물고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는 말로 새해 인사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는 우리 정치권이 새로운 출발을 한 의미있는 한해였다. MB정부가 출범하고 18대 국회가 개원했다. 하지만 최근에 전 세계에 몰아친 불황의 한파로 인해 금융과 실물경제 위기를 맞고, 우리 대한민국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리 많지가 않은 상황”이라면서 “올해는 소띠해다. 소는 예로부터 우직과 근면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난국을 타개하기위해서는 우리민족 특유의 은근과 끈기라는 기질을 발휘하여 각각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길뿐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처럼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고난과 역경이 기쁨과 성공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새해에는 더 새롭고 웅대한 포부로 하시는 일마다 괄목할 발전이 있는 한해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정치, 경제가 모두 힘든 시기, 한번 마음먹었다 하면 ‘쇠뿔도 단김에 빼듯’ 하늘이 두쪽이 나도 해내는 의지와 강자에게는 무릎 꿇지 않지만, 약자에게는 인정과 눈물을 보이는 강단과 따사로움을 지닌 소띠 인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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